‘푸드트럭’합법화에 꼬리내린 롯데 ·현대 백화점
‘푸드트럭’합법화에 꼬리내린 롯데 ·현대 백화점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4-06-09 13:49
  • 승인 2014.06.09 13:49
  • 호수 1049
  • 2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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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규제완화 구멍 파고든 대기업

10분 만에 합법화로 불법 딱지 떼…안전 대책 실종
백화점 등 대기업 진출 고려 없어…해프닝 빚어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이탈리아에서 크게 유행하는 ‘차오칩스’, 짐승 사이즈 아이스크림으로 알려진 ‘몬스터 팝콘 아이스크림’. 최근 규제완화를 등에 업고 푸드트럭에 등장한 간식거리들이다. 문제는 이 장소가 길거리가 아닌 백화점이었다는 점이다. 결국 졸속 규제완화로 생긴 구멍에 발빠르게 이익을 추구한 백화점들의 행태가 도마 위에 오른 실정이다.

런던 500, 도쿄 1100, 뉴욕 300. 세계 주요 도시의 푸드트럭 숫자다. 이 세 곳에서는 합법적으로 길거리 푸드트럭이 운영되고 있다. 이동용 음식 판매 차량인 푸드트럭이 없는 나라는 한 곳도 없다. 다만 각 나라의 법률에 따라 합법 또는 불법으로 나뉠 뿐이다.

우리나라도 다음 달 푸드트럭 합법화를 앞두고 있다. ‘손톱 밑 가시’를 없애려는 규제개선 움직임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보여주기식 행정조치로 이뤄진 만큼 구멍도 많다. 일단 안전과 관련된 사안이 제각각이다. 대기업 참여도 속수무책으로 뚫렸다. 정식 허가를 받은 외식업자나 노점상과의 형평성도 숙제로 남았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월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푸드트럭을 규제완화의 대표아이콘으로 만들었다. 수십 년간 불법 딱지가 붙었던 푸드트럭은 단 10분 만에 합법의 테두리에 근접했다. 국토교통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모두 관련된 만큼 신중해야 할 사안이었지만 대통령의 한 마디에 급작스럽게 추진됐다.

결과적으로 푸드트럭은 자동차관리법과 식품위생법의 하위규정을 고쳐 다음 달부터 허용된다. 국토부는 소형 화물차의 구조변경 확인을, 식약처는 식품접객업의 승인을 담당했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 등의 참여나 타 음식점과의 관계는 고려되지 않았다.

다만 장소를 테마파크나 동물원 등 유원지에 한해 허용한 것이 전부다. 이유로는 이동식 식품이 필요한 장소인데다 통행에도 크게 방해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사실상 기존 외식업체들의 반발을 줄여보기 위한 몸부림으로 해석된다.

백화점 앞마당서 10일간 매출 6천만원

그 와중에 롯데·현대백화점 등 일부 백화점들은 제도 시행 전 푸드트럭 장소를 제공해주고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수수료는 판매금액의 15%선으로 백화점 입점업체들이 지불하는 일반적인 수수료 30%선보다는 낮았다.

롯데백화점은 이달 초까지 노원점·광주점·부산본점 등에서 수입차를 개조한 아이스크림 푸드트럭을 영입해 행사를 벌였다. 본점의 경우에는 현지 푸드트럭의 콘셉트를 살린 감자칩 매장을 운영했다. 이중 규제에 걸리는 쪽은 전자다. 후자의 경우에는 아웃도어가 아니기 때문에 규제 대상이 아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달 중동점 등에서 푸드트럭을 반짝 운영했다.

이를 두고 논란이 일자 이들 백화점은 급히 푸드트럭을 철수하거나 백화점 안으로 이동시켰다. 자사가 푸드트럭을 만든 것이 아니라 기존 영세상인의 판매를 위한 이벤트였다는 항변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미 해당 아이스크림은 10일간 6000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난 뒤였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영세상인들을 위한 활로개척 및 상생 차원일 뿐 롯데백화점의 푸드트럭 사업 진출이 절대 아니다”라며 “이미 푸드트럭 형태의 영업은 중단했으며 이런 오해를 받게 될 것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뒤늦게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나섰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재현될 것을 우려한 탓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일 “이번 규제완화는 푸드트럭의 불법성을 해소시켜 서민생계와 일자리 창출을 돕기 위한 조치”라며 “만약 이런 생계형 부분까지 대기업이 나선다면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불똥이 떨어진 식약처도 해당 백화점 지점뿐 아니라 전국 백화점을 대상으로 이 같은 영업이 행해졌는지를 조사하겠다고 같은 날 밝혔다. 조사 결과 식품위생법상 무신고 영업행위로 확인되면 형사고발 등 조처하겠다는 경고도 이어졌다. 하지만 안전 대책이나 타 음식점과의 형평성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다무는 아쉬움을 남겼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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