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삼성시대 열린다
이재용의 삼성시대 열린다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4-06-09 13:22
  • 승인 2014.06.09 13:22
  • 호수 1049
  • 2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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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버랜드 상장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 삼성전자 분할론 높아
우리사주·주가상승 기대, 상속세 부분도 관심사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 삼성에버랜드의 상장이 가시화됐다. 삼성에버랜드는 지난 3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상장 추진을 결의하고, 글로벌 패션·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아울러 이번 상장 추진은 그룹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동시에 이재용 부회장(사진)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한 핵심적인 과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 이번 상장을 두고 우리사주를 비롯해 백기사 KCC를 둘러싼 각종 예측들이 파다하다. [일요서울]이 에버랜드 상장의 이모저모를 짚어봤다.

삼성그룹이 공식적으로 내세운 에버랜드 상장의 명분은 수조 원의 투자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에버랜드를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간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했다. 앞으로 삼성그룹이 누구를 중심으로 개편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다. 그리고 이 부분이 바로 이재용의 삼성시대다. 에버랜드의 최대주주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기 때문에 상장 작업이 곧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에버랜드 지분은 25.1%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은 각각 8.37%를 가지고 있다. 지분만 놓고 보더라도 삼성에버랜드 상장은 이재용 부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를 가지고 간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다음 초점은 상장 이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화 시나리오다. 재계의 관심사도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를 어떤 식으로 지배해 나갈 것인가로 맞춰졌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이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0.57%로 채 1%가 안 된다. 이재용 체제가 안정적으로 굴러가기 위해선 삼성전자를 더욱 확고하게 지배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에버랜드 상장이 끝나고 그룹 지배구조가 지주사 체제로 변환할 가능성을 염두한 시나리오가 나온다. 이 중에서 가장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것이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가 합병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지분을 0.57%만 가진 상태에서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선 합병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또 이렇게 되기 위한 과정으로는 삼성전자를 분할하는 방법이 거론된다.

즉, 그룹의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삼성전자홀딩스)와 사업회사(삼성전자)로 나눈 뒤 오너 일가의 지배 하에 있는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홀딩스를 합병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무리 없이 유지할 수 있고 전자 관련 계열사들의 수직적 지배 또한 가능하다.

다른 방법으로는 삼성에버랜드와 삼섬물산의 합병도 있다. 삼성물산 자사주를 인적분할 하는 방법이다.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삼성물산의 지주사를 만들고 상사부터 건설과 중화학 계열사까지 아우르는 식이다. 금융계열사는 삼성생명을 축으로 또 다른 중간 지주사를 만드는 방안이 나오고 있다.

재계 곳곳에서 전망하고 있는 시나리오가 삼성그룹 내부에서 진행이 된다면 삼성그룹의 제 3세 경영의 시작, 이재용 시대의 개막을 대대적으로 선언하는 모양새다.

아울러 삼성그룹이 국내외 경제와 시장에 막대한 영향력를 미치는 그룹인 만큼 상장에 의한 파장도 이곳저곳에서 포착된다. 삼성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여러 가지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파장들

우선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의 상장차익이 약 5조 원에 육박해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선 경영승계 과정에서 필요한 지분매입 비용과 상속세 재원을 상당 부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언제든지 현금화가 가능하게 됨으로써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3.38%를 승계할 때 발생할 세금을 낼 여력이 생겼다는 계산이다.

임직원들은 우리사주 배경을 주시한다. 삼성에버랜드가 임직원들에게 상장 계획을 알리고 우리사주도 배정할 것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김봉영 삼성에버랜드 리조트·건설부문 사장도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글로벌 패션·서비스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상장하기로 했다. 앞으로 우리사주조합이 구성되면 임직원에게도 우리사주가 배정될 예정”이라며 “우리사주 보유로 임직원의 자긍심과 애사심이 고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업공개(IPO)에 나선 기업들은 공모 주식의 20%까지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할 수 있다. 삼성에버랜드 임직원들은 우리사주 청약에 대해 기대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정관에서 3000만 주를 발행한도로 정했지만, 실제 발행 주식은 250만 주에 불과하다.

주가에 대한 기대도 높아진 상태다. 돌아오는 1분기, 상장 때 공모가는 최소 200만 원에서 최대 300만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으로는 2년 전 삼성카드로부터 17%의 지분을 매입한 KCC가 1000억 원 이상의 평가 차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돼 눈길을 끈다. 지분 매입 당시엔 별도의 투자금 회수(엑시트) 보장 옵션이 없어 위험성이 있다는 평을 받았지만 이번 상장으로 엄청난 득을 보게 된 상황이다.

실제 KCC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지분 17%를 얻을 당시 취득가는 7741억5000만 원이다. 전자공시 KCC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지분의 장부가액은 지난해 말 기준 8856억 원이다. 취득 2년 5개월 만에 1139억4000만 원의 차익이 발생했다.

더불어 KCC가 삼성에버랜드의 상장 추진에 따라 지분을 매각할 경우 1조 원 이상의 현금을 거머쥘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향후 주식처분 대금을 어디에 쓸지에도 관심이다. 현재는 KCC가 에버랜드 투자금을 회수한다면 지분 재투자와 해외사업 지원, M&A 등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다.

앞서 2012년 삼성카드는 ‘금융회사가 비 금융회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하지 못한다’는 금산분리법을 준수하기 위해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매각해야 했다. 이때 백기사로 나타난 회사가 바로 KCC다. 당시 KCC는 엑시트 보장 여부와 무관하게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취득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삼성그룹은 이런 시나리오들의 명분은 인정하지만, 과도한 해석은 이르다는 견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전문가들이 내놓는 시나리오가 사실에 근거했다면, 저마다 다른 가능성을 제기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는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전망일 뿐, 정해진 사실이 아니고 억측에 가까운 말들까지 나도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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