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보증보험 사장 자리도 모피아
서울보증보험 사장 자리도 모피아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4-06-09 13:17
  • 승인 2014.06.09 13:17
  • 호수 1049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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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기관으로 내려온 낙하산

현재는 관피아 폐해 부각되며 숨죽인 상태

내부 “시간 끌더라도 결국 모피아 될 것”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서울보증보험의 사장 인선이 늦어지고 있다. 현 사장의 임기를 3주가량 남겨둔 시점에서도 공모조차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지금까지 서울보증보험의 사장직은 매번 기획재정부 출신의 모피아가 차지한 만큼 이번에도 모피아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로 인해 관피아의 폐해가 부각되면서 당장은 모피아를 사장직에 앉히기가 힘든 상황이다. 이에 시간을 지연시켜서라도 결국 관료 출신을 앉히고야 말겠다는 서울보증보험의 의지 발현으로 해석된다.

서울보증보험은 원래 민간기관이다. 1998년 대한보증보험과 한국보증보험이 합병해 탄생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때 투자자산 부실로 파산 위기에 몰리자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현재는 10조 원이 넘는 국민의 혈세가 들어간 기관이다.

보증보험 시장 특성상 서울보증보험은 독점을 유지하고 있다. 창사 이래 단 한 명의 경쟁자도 없이 꾸준한 수익을 올렸다는 의미다. 덕분에 공적자금 10조 원 중 2조 원가량을 상환했다. 경영권이 매각되면 나머지 8조 원도 회수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가 굳이 서울보증보험을 서둘러 매각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서울보증보험의 주업무는 담보력이 부족한 기업이나 개인의 신용을 보완해 주는 일이다. 독점 체제가 변형되지 않는 한 자금 회수에는 이상이 없을 터다. 게다가 모피아 등 소위 관피아의 사장직 이어받기도 보존된다.

이를 증명하듯 서울보증보험의 신임 사장 인선이 늦어지고 있다. 서울보증보험 내부에서는 당분간 김병기 현 사장이 사장직을 유지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오는 24일 임기가 만료되는 김 사장 역시 행정고시를 통과한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 출신의 모피아다. 전임인 방영민 전 사장 역시 재무부·재경부를 두루 거친 모피아였다.

통상적으로 서울보증보험의 사장 인선에는 약 1개월이 걸렸다. 외부 공모를 통해 지원한 신청자들을 서류전형과 면접을 통해 사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최종 선출하는 식이다. 이 과정을 두고는 “형식적으로 서류를 받을 뿐 이미 내정자가 있다”는 소문도 파다했다.

이번에는 아예 공모조차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모피아는 물론 관피아 전체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꺼지지 않아서다. 현 상황에서 자칫 모피아를 후임 사장으로 선임하면 여론의 뭇매를 맞을 것이 명약관화다.

만약 서둘러 이사회를 열어 인선을 시작한다 해도 다음 달이나 돼야 그림이 나온다. 후임 사장 선임이 늦어지는 기간만큼 김 사장은 계속 사장직에 있게 된다. 내부에서는 “신임이든 전임이든 모피아 파티일 것은 마찬가지”라는 자조도 새어나온다.

앞서 서울보증보험은 김 사장 선임 전에도 사장 공모를 미루며 모피아 출신을 영입한 바 있다. 그 기간은 심지어 1년까지 길어지면서 전임 사장은 연임도 아닌 애매한 형태를 유지했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후임 사장 선출을 위한 이사회가 개최되기 전까지는 당분간 현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서울보증보험은 지난달 조동회 국민통합 총회장을 신임 감사로 선임해 정치인 낙하산 논란도 빚은 바 있다. 금융회사 감사의 경우 금융 경력 10년 또는 이에 준하는 경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선임 요건이 있다. 하지만 조 감사는 이를 충족하지 못한 낙하산 인사로 분류됐다.

이와 관련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조 내정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감사 경력을 제외하고는 금융권 경험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보증보험 측은 서둘러 “조 감사가 증권사에서 10년가량 근무한 경험이 있다”는 해명을 내놓으며 감사를 그대로 선임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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