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아픔 딛고 기업 마케팅 재개
세월호 아픔 딛고 기업 마케팅 재개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4-06-09 13:12
  • 승인 2014.06.09 13:12
  • 호수 1049
  • 21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제는 월드컵이다”

차분했던 월드컵 분위기, 이번 주부터 조심스레 고갯짓
5월 특수 이어 스포츠특수까지 놓칠까, 재계 노심초사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월드컵 개막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2014브라질 월드컵은 오는 13일을 시작으로 7월 14일까지 열린다. 세계인의 축제인 만큼 월드컵 특수를 노리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할 듯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다르다. 세월호 참사를 의식한 탓인지 조용하다. 거리응원 준비도 축소됐고 기업의 마케팅 홍보도 조심스럽다. “이제 시작해야 되지 않겠냐”는 눈치성 발언이 나돌정도다.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거리에선 홍보 현수막과 판촉 할인 행사를 찾아보기 어렵다.

[일요서울]이 지난 3일 종로 일대를 돌아본 결과, 예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오히려 월드컵이 지구 반대편 나라만의 축제가 아닌가 싶은 착각에 빠질 정도다. 한 의류브랜드 앞에만 ‘월드컵 D-00일' 이란 문구와 태극전사들의 모습이 담긴 현수막이 보일 뿐 대기업 홍보 현수막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이는 세월호 참사 등 어느 때보다 가슴 아픈 소식이 잦았던 만큼, 차분함 속에서 월드컵을 맞이하겠다는 국민 정서가 깃든 것으로 풀이된다.

종로에서 만난 A씨(29)는 “2002년 이후 월드컵 개막 전엔 정말 축제분위기였다. 하지만 올해는 월드컵 분위기도 안나고 사람들도 차분해 월드컵 실감이 안난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신나는 노래와 화려한 색채로 가득찬 영상으로 브라질월드컵 공식 후원사를 자랑하던 산업계도 잔잔한 음악을 배경으로 한 경건한 톤의 TV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실제로도 업계 1~2위를 다투는 기업의 TV광고에는 “월드컵 선수들의 선전을 바란다"는 짧은 문구 삽입으로 월드컵 바람을 예고하는 수준이다.

이런 탓인지 대대적인 이벤트와 응원 후원도 이제야 홍보에 들어갔다. 이마저도 조심스럽다는 게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푸념이다. 글로벌 마케팅의 기회인 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영업활동을 더 미루다가는 자칫 경영실적 위축으로 이어질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5월 가족 특수에 이어 월드컵 특수까지 놓칠 수도 있다는 우려목소리가 나돌 정도로 분위기가 차분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웃고 즐기는 월드컵이 아닌 4년마다 있으니까 준비하는 홍보마케팅"임을 강조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매출 부진을 겪으면서도 각종 행사를 자제했던 주류업계도 ‘월드컵 마케팅’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오비·롯데주류 등은 세월호 참사에 따른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해 TV광고 등의 일체의 마케팅 활동을 한 달 가까이 중단했었다. 특히 롯데주류는 그룹차원에서 전략적으로 내놓은 ‘클라우드’ 맥주를 출시하자마자 세월호 참사로 인해 마케팅조차 해보지 못해 이번 월드컵을 통한 소비분위기 진작을 기대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도 그동안 미뤄온 마케팅을 재개하는 한편 지난달부터 취소하거나 무기한 연기했던 사내외 행사를 다시 열고 있다.

삼성전자는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가전제품 구매 고객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판촉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 대표팀의 성적과 연계해 경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병행한다. LG전자는 지난달 17일 초고해상도(UHD) TV로 즐기는 온라인 축구게임 ‘위닝일레븐 2014' 리그를 개최한 데 이어 18일에는 로봇청소기 '로보킹' 축구대회를 열었다.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현대자동차는 월드컵 경기가 진행되는 기간에 지방자치단체 및 공익단체 등과 함께 전국적인 거리응원전을 실시한다. 이 응원전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인정한 거리응원 프로그램이다.

기아자동차 역시 월드컵과 로드쇼를 연계한 홍보 행사를 준비했다.

기아차가 SK텔레콤과 함께 선발한 ‘월드컵 16강 기원 시승단' 16명은 포르테W 8대와 쏘울 8대를 타고 전국에서 총 16만㎞를 주행하며 남아공 월드컵과 기아차를 홍보한다.

롯데백화점은 한국 대표팀의 경기가 있는 오는 12일과 17일, 23일에 점포별로 롯데시네마 영화관을 빌려 응원 티켓을 가져온 고객들과 함께 응원전을 펼친다. 또 첫 경기일인 6월 12일에는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에 고객 1만명을 초청, 별도의 응원전을 열기로 했다.

월드컵 관련 제품 속속 선보여

월드컵 관련 이미지를 제품에 반영, 판매특수를 노리는 기업들도 슬슬 나타나기 시작했다.

의류업계에서는 붉은색 응원용 티셔츠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휠라는 붉은 바탕의 티셔츠에 호랑이 무늬와 ‘고 코리아(GO KOREA)'라는 응원문구를 새겨 넣은 티셔츠를, 엘케이스포츠도 같은 종류의 티셔츠를 내놓고 판매에 들어갔다.

이번 월드컵마케팅의 또 마케팅 포인트는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의 강점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