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동 한전·뚝섬부지 현대 ‘울고’ 삼성 ‘웃고’
삼성동 한전·뚝섬부지 현대 ‘울고’ 삼성 ‘웃고’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4-06-09 13:08
  • 승인 2014.06.09 13:08
  • 호수 1049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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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 결과에 따른 재계 기상도

승패 없는 선거? 재계에선 승패 갈렸다
건설업계 긴장 고조, 후폭풍 눈치 보기 중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6.4 지방선거 시도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8곳, 새정치민주연합은 9곳에서 승리를 가져갔다. 이번 선거 결과는 완승도 완패도 없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재계는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울고 웃는 표정들이 역력한 모습이다. 삼성과 현대의 대립 구도로 이목이 집중됐던 한전부지와 현대차그룹의 새사옥 건설 예정지였던 뚝섬부지의 미래가 어느 정도 예측이 되기 때문이다. 또 이는 각종 개발 사업과 맞물려 건설업체들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생활임금제와 재계 출신 인사들의 상황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방선거가 끝남과 동시에 30대 그룹 사장단과의 모임을 갖고, 경제회복을 위해 투자와 고용을 확대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재계가 곧바로 투자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마땅한 투자 대상을 찾는 일도 쉽지 않고, 선거의 영향으로 인한 정치권의 변화를 살펴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이번 선거로 인해 재계는 여러 가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를 앞두고 부각됐던 각종 개발 사업과 생활임금제 문제, 재계 출신 인사들의 정치권 영향력 등이 쟁점이다.

우선 박원순 시장의 승리로 가장 애매하게 된 것은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은 2006년 뚝섬 신사옥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양재동 본사가 비좁고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삼표레미콘 부지(3만2548㎡)에 110층 규모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오세훈 전 시장 때까지만 해도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했지만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면서 상황은 변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초고층 건축관리 기준을 마련해 50층, 200m 이상 초고층빌딩은 도심과 부도심에만 지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뚝섬은 이 같은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고층건물을 짓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이다.

더 문제는 현대차그룹이 뚝섬개발사업을 백지화하고 차선책으로 선택한 삼성동 한전 부지 사옥 건축 계획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삼성그룹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한전부지가 급하지는 않지만 삼성생명이 2011년 한전 부지와 인접한 옛 한국감정원 부지(1만988㎡)를 2436억 원에 사들인 상태라 마음이 편하다.

또 2009년 삼성물산과 포스코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전 부지 일대 복합상업시설 개발 방안을 내놓은 바 있고, 서울시도 한전 부지와 코엑스, 감정원 부지, 서울의료원, 잠실운동장 등을 연계 개발토록 유도할 방침이라 유리한 입장이다.

정리하자면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뚝섬 부지 개발에 걸림돌이 됐던 정책을 세운 박원순 시장이 연임해 일말의 희망마저 사라진 모양새다. 반대로 삼성그룹은 선거에서 통합 개발 방침을 내놨던 박원순 시장이 승리함에 따라 상황은 좀 더 순탄하게 돌아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각종 현안 향방은

한전부지와 뚝섬부지를 떠나서도 박원순 시장은 지난 임기동안 대형 개발사업에 부정적 입장을 유지해왔고, 이번 승리로 자신의 입장에 대해 시민들의 신임을 받으면서 대형 개발사업에 대한 보수적인 입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의 패배는 뉴타운·재개발 사업과 용산개발 등이 사실상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예상도 이미 파다하다. 이로 인해 각 건설사들도 긴장하는 눈치다.

각 지역의 부지 개발과 관련해 당선자들이 가지고 있는 개발에 대한 철학, 이해관계 등이 많은 변수를 가지고 있어 눈치 보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자칫하다간 안 그래도 불황인 건설 경기에 계속해서 규제와 악재만 겹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다.

더불어 생활임금제 여파도 주목할 만하다. 생활임금제를 반대해온 여당과 재계, 찬성했던 야당과 노동권의 대립이 어느 쪽으로 흘러갈 지에 대한 부분이다.

야당이 9곳에서 승리를 거두며 생활임금제 행보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예측과, 그럼에도 8곳으로 선전한 여당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으로 갈리고 있다.

앞서 생활임금과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들은 생활임금제 도입을 지방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다. 새누리당은 당론 차원의 입장을 내세운 적은 없지만 내부적으로는 반대의 목소리가 강했다.

결국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던 개발 사업과 관련해선 각 사마다 어느 정도 희비가 엇갈렸고, 나머지 투자계획과 생활임금제에 대한 사안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한편 선거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재계 출신 인사들의 부진은 재계의 영향력이 다소 줄어든 것이 아니냐는 분위기다.

풀무원 창업자인 원혜영 경기도지사 예비후보는 경기도지사 후보 선출대회에서 김진표 의원에게 밀렸다. 동양그룹 임원 출신 안상수 전 인천시장도 마찬가지로 유정복 의원에게 후보 자리를 내줬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더 이상 재계 인사들에게 기대할 부분도 없을뿐더러 영향력이 갈수록 미비해 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짙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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