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이지혜 기자] 연세대학교 이사회와 세브란스 병원 의료진들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세브란스 병원장 선출 방식을 기존 의료진 직접 투표(직선제·간선제) 방식에서 총장임명제로 변경한다는 연세대 이사회의 결정에 대해 세브란스 측이 “자율권 침해하는 행동”이라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연세대 이사회는 지난 4월 29일 ‘연세대 의료원장(세브란스 병원장) 직·간접 선거를 금지한 이사회결의안’을 의결했다. 이사회 측은 ‘교무위원의 보직은 총장이 정하게 돼있고 재단 이사회에서는 동의를 받도록 돼 있다’는 정관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석수 연세대 재단 이사장은 지난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연세의료원장 선출을 위해 선거를 하는 것이 총장의 권한을 침해하는 일”이라며 “원래 이사회 결의 내용이 선거를 해서 결과에 따라 보직임명을 요청하면 안 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김 이사장은 세브란스의 자율성 침해 논란에 대해서 “재단은 전혀 그럴 의도가 없다”며 “앞으로도 인사에 일절 관여할 생각이 없고 세브란스 병원은 법인회계로 돼 있어 재정권 침해의 소지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세브란스 의료진들은 ‘세브란스 자율성수호 비상대책위원회’를 수립하고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재단 측이 의료원의 자율성을 꺾으려 한다”며 “물러설 수 없다. 휴진을 제외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맞설 것”이라는 각오를 다졌다. 연대 의대 교수들과 의대 총동문회 역시 이사회의 결정이 ‘연희와 세브란스의 합병 정신에 위배된다며’ 이를 철회할 것을 요구해 세브란스 의료진에게 힘을 실어줬다.
세브란스 의료진 측에 따르면 연세대는 1957년 세브란스 의과대학과 연희대학교가 통합해 출범할 당시 ‘세브란스의 자율권과 독립성을 인정한다’는 기본 원칙이 있었다. 이로 인해 여태까지 연세의료원장 및 의과대학장은 교수들의 선거를 통해 선출됐다. 연세의료원 재정 역시 연세재단과 분리·운영됐다.
세브란스 대책위는 “연세대 재단이 사회구성원에 의한 직간접선거, 투표 등으로 교무위원을 임명하지 못하도록 한 재단 측 발생은 세브란스와 연희의 합동 정신에 위배되며, 의료원의 자율성을 말살하려는 시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책위는 이어 “재단의 이 같은 행동은 의료원 인사권은 물론이고 재정권까지 장악하려는 의도”라며 “세브란스병원의 현재와 미래가 좌우되는 이번 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현재 연세대 재단과 세브란스 의료진들은 갈등을 해결할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양측은 3차례의 논의 끝에 ‘연세의료원장 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하자고 합의했다. 추천위원회가 후보를 추천하면 총장이 임명한다는 방식이다. 그러나 재단 김 이사장이 합의 결과를 거부한다면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지난 5일 비대위와의 면담을 끝낸 김 이사장은 세브란스 비대위가 제시한 협상안에 대한 수용여부를 이번 주 내로 밝히기로 했다. 연세대 재단과 세브란스 의료진들의 갈등이 드디어 끝을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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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