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남경필, 인천-유정복, 부산-서병수 등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당해
시민단체 고발… ‘농약급식’ 박원순 비리 수사 다시 정조준
재보궐 선거 속출할 가능성…정치권에 불똥 튈까‘전전긍긍’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지방선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선거에 쏠렸던 정치권의 모든 시선이 다시 검찰로 향하고 있다. 선거정국으로 인해 잠시 중단됐던 정치권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재개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선거 과정에서 튀어나온 각종 비리 및 고소고발에 대해서도 검찰의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전체 광역단체장 17명 가운데 9명이 현재 선거법 위반 등으로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이외에 기초단체장 59명, 교육감 1명 등 69명을 수사 중이며, 기초단체장 2명과 교육감 1명은 이미 기소한 상태다. 특히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당분간 수사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의 이번 수사는 여야 혹은 당락 여부와 관계없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검찰발 사정태풍은 당분간 정치권 전반을 뒤흔들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에선 벌써부터 재보궐 선거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선거는 끝났지만 정치권은 검찰 수사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6·4 지방선거가 세월호 참사로 인해 비교적 차분히 치러졌다. 그러나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사례는 4년 전 지방선거에 비해 3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광역단체장 당선자 9명과 교육감 당선자 2명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돼, 향후 수사와 재판이 주목된다. 공직선거법상 고소·고발을 당한 당선자가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확정받거나 배우자 및 직계가족, 선거사무장 등이 선거법위반으로 벌금 300만 원 이상이 확정되면 당선자는 직을 잃게 된다. 정치권 일부에선 상당수 지역에서 1~2% 안팎의 박빙의 승부를 벌인 만큼 경우에 따라 재보궐 선거가 속출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만만찮게 나오고 있다.
벌금 300만 원 이상땐 당선자직 상실
검찰의 향후 행보 가운데 가장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역시 재선에 성공, 단번에 대권 반열에 오른 박원순 서울시장 관련 수사다. 서울서부지검 형사2부는 2009년 1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친환경유통센터장을 지낸 A씨가 친환경 식재료 납품 과정에서 400만 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농약급식 논란의 중심에 있는 서울친환경유통센터를 압수수색했다.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에 있는 서울친환경유통센터와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식품공사, 식품공사 산하 양곡관리소 등 3곳에서 유통센터와 업체 측의 거래 장부 등 자료를 확보했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한창인 데다 박원순 시장 죽이기 수사라는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검찰은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박 시장을 향해 겨눈 검찰의 칼날은 선거기간 동안 잠시 거뒀지만,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 다시 정조준 할 계획이다.
특히 새누리당은 선거기간 내내 감사원 감사결과를 근거로 유통센터가 학교에 보급한 농산물에서 농약이 검출됐다고 주장했다. 또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주변 인사들이 개입돼 있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한 바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선거과정에서 박 시장은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해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은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중앙지검에 박 시장과 함께 송병춘 검사관, 배옥병 급식센터기획위원장 외 2인을 직무유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배임수재로 각각 고발했다.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은 “배옥병을 중심으로 남편 송병춘, 곽노현 전교육감, 박원순 시장이 ‘급식도 교육’이라며 시작한 무상급식 정책에서 비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우리아이들의 급식으로 국민세금을 착복한 자, 업체 몰아주기로 유착한 자, 우리 아이 먹거리 관리부실로 농약을 먹인 자 등을 법정에 세워 두 번 다시 아이들을 상대로 부도덕한 사업을 하겠다는 자들을 근절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고발 이후 새누리당은 친환경 급식 납품업체 선정 과정에서 박 시장 측근이 수천억 원의 특혜를 받았다는 ‘친환경 급식게이트’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광역단체장 9명 수사 고소·고발전 난무
검찰은 또 이번 광역단체장 당선자들의 선거법 위반 수사에 역량을 집중할 태세다.
실제 대검은 선거 다음날 “지방선거 공소시효 만료일인 12월 4일까지 특별 근무체제를 유지하면서 선거 범죄에 대해 소속 정당과 신분, 지위, 당선 여부를 불문하고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눈에 띄는 것은 피 말리는 승부 끝에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후보를 이긴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자다. 그는 현재 허위사실 유포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지사 후보측은 지난 2일 “새누리당 남경필 당선인 측이 ‘김 후보가 연대해서는 안될 세력(진보당)과 연대했다. 제2의 이정희 사태가 벌어졌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김 후보 측의 이런 주장에 대해 남 당선자 측은 “통합진보당 백현종 후보가 1일 사퇴 당시 ‘새누리당에 한 표도 줘서는 안 된다’라고 말한 것은 사실상 김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을 공식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고 이는 대선 때 이정희 후보가 했던 것과 너무 똑같다”며 “(답변할)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이 문제에 대해 양 후보 간 공방이 치열했으며, ‘보수결집’ 효과를 누렸다는 점에서 일부에선 남 후보가 이득을 보았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김 후보가 이와 관련 내용을 유포한 남 당선자를 검찰에 고발한 만큼 검찰이 어떤 식으로든 이 문제를 살펴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박근혜 핵심 측근의 출마로 관심을 끌었던 인천시장 선거와 관련해서도 검찰의 수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현재 인천선관위는 유정복 당선자가 선거기간에 ‘송영길 후보가 인천시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인천시 부채가 6조원 증가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부산시장 선거에서도 무소속 오 후보 측과 새누리당 서병수 당선인 측 간의 고소고발이 잇따랐다.
서 당선인은 “오 후보가 근거 없는 부동산 투기의혹을 제기했다”고 고소했고, 오 후보 측도 “새누리당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세월호 추도기간에 골프 의혹'을 제기했다”며 서 당선인을 고발해 놓은 상태다.
충북도지사 선거에서도 새정치연합 이시종 당선인과 새누리당 윤진식 후보가 고소고발을 주고받아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초단체장도 매한가지 정치권 예의주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고소고발이 난무해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 경북 상주시장 선거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받았으나 각종 유언비어로 인해 공천을 박탈당한 성백영 후보는 지역 언론사를 대구지검에 고발했다. 성 후보 측은 고발장에서 지역의 모 인터넷신문 편집국장으로 있는 A(55)씨와 직원 B(50)씨, 지역 모 주간지 발행인 C(74)씨가 성 예비후보와 관련, 지역 김종태 국회의원에게 공천 청탁금으로 20억원을 전달했다가 돌려받았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퍼트렸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성 후보 측은 검찰에 녹취록을 제출했다. 이 녹취록에는 성 후보가 새누리당 중앙당으로부터 공천이 취소된 다음 날인 지난달 3일 오후 7시 20분쯤 김종태 의원 사무실에서 김 의원, 성 후보, 이 당선자를 비롯해 도의원·기초의원 공천자 등 2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김 의원이 이정백 당선자에게 ‘20억 제공설’에 대해 추궁하고 이 후보가 답변하는 15분 동안의 내용을 담고 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 당선자의 개입 여부가 밝혀지면 재보궐 선거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는 게 지역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현직 시장이 8년 만에 재대결을 펼친 수원시장 선거에선 새정치연합 염태영(53) 당선인의 토지거래 문제로 형사고발이 불거졌고, 재검표까지 갔던 안양시장 선거에서도 새정치연합 최대호 후보측은 ‘최 후보 측근이 수십억원을 가로챘다’는 내용의 기사를 쓴 기자와 제보자 등을 경찰에 고발했다.
특히 새누리당 이필운 당선인이 특정 언론을 이용해 음해공작을 하고 있다며 최 후보 동생은 이 사안과 관련해 상대측인 이 당선인을 고소했다.
이처럼 광역단체장 후보 및 기초단체장 등 상당수가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정치권의 눈은 검찰로 쏠릴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검찰은 관피아 척결을 위해 국회는 물론 전현직 의원들이 연루된 사건을 수사할 것으로 보여, 검찰의 칼날은 더욱 매서워질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검풍의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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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