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선거구> 후보자 웃고 울린 딸들의 전쟁
<화제의 선거구> 후보자 웃고 울린 딸들의 전쟁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4-06-09 09:24
  • 승인 2014.06.09 09:24
  • 호수 1049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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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세월호 참사직후에 치러진 6.4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하지만 조용한 선거 분위기에서도 당선을 위한 후보자들의 눈물겨운 아이디어가 속출했고 친구, 선후배끼리 치고 받는 등 선거의 비정함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무엇보다 역대 선거와 확연히 구분된 것은 세월호 참사에 따른 자식같은 어린 학생들의 희생으로 가족 구성원들의 선거지원이 두드러진 선거였고 그로 인해 울고 웃는 후보자가 속출했다.

자녀로 인해 구설수에 올라 선거 패배를 가져온 대표적인 인사는 새누리당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와 고승덕 서울시 교육감 후보. 정 후보의 재수생 아들은 세월호 참사 관련 민심을 두고 ‘국민이 미개하다’는 글을 올려 정 후보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정 후보는 세월호 피해자들로부터 고발을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고 이로 인해 4번의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1위를 달리던 고승덕 후보자는 딸이 ‘자녀 버린 내 아버지, 교육감 자격 없다’는 글을 SNS에 폭로해 3위로 끌어내렸다. 이는 3위를 달리던 진보 진영 단일후보인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후보가 당선되는 데 일조했다. 반면 조 당선자의 아들은 포털 사이트 토론방에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둘째 아들입니다’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아버지를 지지하는 호소문을 올려 막판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

반면 아버지가 선거에서 탈락했지만 의미있는 지지율을 올려 화제가 된 자녀들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시장에 도전한 김부겸 후보의 탤런트 출신인 딸 윤세인양은 직접 선거운동원으로 등록해 ‘아빠를 부탁해요. 김부겸 딸 윤세인’이라고 쓰인 티셔츠와 ‘우리아빠 김부겸을 도와주세요’라고 지지를 호소해 40%이상 득표하는 데 일조했다. 역시 무소속으로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오거돈 후보의 딸은 로고송을 직접 제작해 아버지를 도왔고 역시 역대 야권 주자중 최고의 득표율을 올리는 데 기여했다.

한편 서로 당은 다르지만 학교 선후배, 형님 아우, 동지적 관계지만 당이 달라 치열하게 경합을 벌여 화제가 된 지역도 있다. 대표적인 선거구가 경기도지사직을 두고 경쟁을 벌인 새누리당 남경필 당선자와 새정치연합 김진표 후보다. 두 사람은 수원출신에다 경복고 17년 선후배 사이로 같은 교회 다니면서 평소 ‘장로님 선배님’, ‘후배, 집사님’이라고 불러 선거가 아니면 얼굴을 붉힐 일이 없는 사이다.

대전 시장에 출마한 새누리당 박성효 후보와 새정치연합 권선택 당선자 역시 대전고/성균관대 1년 선후배 사이다. 박 후보가 권 당선자의 1년 선배다. 게다가 같은 행시 출신으로 권 당선자가 3년 먼저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했고 연이어 국회의원도 당선 40년간 인연을 맺어왔다.

충북도지사에 출마한 새누리당 윤진식 후보와 이시종 당선자의 경우에는 인연이 각별하다. 이들은 같은 충주 출신으로 동향에다 청주고 동기동창이다. 공무원으로 같은 길을 걸으면서 50년 지기로 살아왔다. 두 인사의 악연은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서 맞붙어 이 당선자가 신승하면서 친구에서 정치적 경쟁자로 운명이 바뀌었다. 이후 이 당선자가 2010년 충북도지사에 당선된 뒤 윤 후보는 친구의 지역구에 출마해 금배지를 달았지만 6.4 지방선거에서 재차 패하면서 이 당선자는 윤 후보에게 ‘2전2승’을 이어갔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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