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대통령’ 정몽준 뜨는 ‘소통령’ 박원순
지는 ‘대통령’ 정몽준 뜨는 ‘소통령’ 박원순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4-06-09 09:17
  • 승인 2014.06.09 09:17
  • 호수 1049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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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후폭풍]내가 王이로소이다
▲ photo@ilyoseoul.co.kr

야권 ‘대망론’ 발판 마련한 김부겸·안희정
여권 차기 안갯속…김무성·김문수·홍준표 약진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대권을 노리는 주자군의 1차 관문인 6.4 지방선거가 끝나면서 잠룡군의 희비가 엇갈렸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서울시장에 나선 정몽준 후보는 낙선해 차기 대권 가도에 제동이 걸렸고 ‘소통령’으로 남겠다던 박원순 후보는 재선에 성공하면서 대망론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재선에 성공한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 역시 명실상부한 차기 대권 주자 반열에 올랐다. 야당 후보로 영남 심장부인 대구에 도전한 김부겸 후보 역시 선거에 패했지만 의미있는 도전으로 인해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고 있다. 반면 차기보다는 차차기 후보로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자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당선자가 대권 후보군에 오르면서 바야흐로 대권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했다.

정치권의 대권 지형이 지방선거 결과로 요동치고 있다. 여야 모두 후보군이 대폭 넓어져 차기와 차차기군으로 분류될 정도다. 또한 대권 가도에 세대교체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고 선의의 경쟁을 벌일 수 있는 구도가 마련됐다는 점 역시 눈에 띄는 대목이다. 특히 차기 대권 지형의 변화 중 뚜렷한 것은 기존 잠룡군들과 신흥 잠룡군들이 명확하게 대척점에 서 있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신잠룡으로 부상한 인사가 바로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이다. 재선에 성공한 박 당선자는 ‘소통령’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함과 동시에 명실상부한 대권 주자 반열에 올랐다. 박 당선인은 ‘임기를 마치겠다’고 공약해 차기보다는 차차기에 방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야권의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화될지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2017년 대선행 열차에 바로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와의 교통정리다.

신잠룡vs구잠룡, 정파별 대권주자 ‘난립’

안 공동대표는 독자 창당을 포기하고 민주당과 전격 합당을 통해 기존 정치에 흡수됨으로써 새정치 이미지가 많이 탈색됐다. 게다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확실한 자기 사람을 심으려던 전략에 차질을 빚었지만 광주 시장에 윤장현 후보를 전략공천해 당선시키면서 체면치레는 한 셈이다.

그러나 안철수 사람으로 알려진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가 박빙의 대결 속에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에게 패했고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선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과 강봉균 전북지사 후보, 이석형 전남지사 후보의 경우 당내 경선 통과도 못한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그나마 호남의 심장부인 광주에서 안철수 사람인 윤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차기 대권을 이어갈 희망의 불씨는 여전히 유효하게 됐다. 향후 박 시장과 차기 대권을 두고 연합 내지 연대 혹은 선의의 경쟁을 통해 재차 야권의 유력한 대권주자로서 부상할 기회는 얻게됐다.

박 당선인이 안 공동대표와 ‘경쟁자이자 동지’인 관계처럼 안희정 충남도지사 당선인과 문재인 의원이 비슷한 상황이다. 안 당선인은 재선에 성공함으로써 신잠룡그룹의 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담당해온 충청권 대표 주자로 부상했다는 점 역시 강점이다. 이번 선거에서 보여줬듯이 충청도 4개 광역단체장 모두 새정치연합 출신이 장악했다. 하지만 야당내 마땅한 대권 주자가 없고 여당 역시 마찬가지 형편이어서 당분간 안 당선자는 중원 맹주로서 지위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친노 인사로 유력한 대선 주자이자 구잠룡으로 분류되는 문재인 의원과의 관계 설정이 차기 대권 가도에 중대한 변수다. 문 의원이 차기 대권에 도전할 경우 친노간 역시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던지 차차기를 겨냥해 문 의원에게 양보를 해야 한다. 임기를 중도에 마치고 차기 대권에 도전해야 한다는 점에서 차차기 도전이 유력하다. 이밖에 야권내 비주류 잠룡군으로 손학규, 정동영, 정세균, 김두관 인사들의 차기 대권 도전이 유력하지만 고래싸움에 자칫 새우등 터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한편 여당 출신 구잠룡군에서 탈락할 위기에 처한 대표적인 인사로 새누리당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가 꼽히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전까지만 해도 차기 유력한 대권 주자로 1위를 달리고 있던 인사가 바로 정 후보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여권 일각에서는 ‘정계은퇴설’부터 차기 대선 주자로서 회생할 수 있을지 의구심마저 표출하고 있다.

반면 정 의원의 몰락으로 같은 비주류 친이계 출신 구잠룡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김무성 의원, 홍준표 경남도지사 당선인이 차기 대권 주자로 부상했다. 김 전 경기도지사의 경우 중앙 정치에 방점을 두고 본격적인 채비에 들어갔다. 이미 ‘차기 총리’ 물망에 오르고 있는 데다 7.30 재보선 출마설부터 7.14 전당대회 출마도 점쳐지고 있다.

김 의원 역시 직접적으로 선거에 출마하지는 않았지만 부산에서 여당 후보 승리에 일조함으로써 여전히 차기 유력한 대권 주자 및 당권 주자로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재선에 성공한 홍 경남도지사 당선자의 경우 차기 대권 주자로서 행보를 보일 전망이다. 문제는 3인방 모두 대중성 면에서 야당 잠룡군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다.

여권 심장부 낙선 김부겸 ‘민심대장정’ 대권행보

이로인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새롭게 대권 주자에 합류한 원조 개혁 소장파가 주목받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인과 원희룡 제주도지사 당선인이 여권내 신잠룡군의 대표적인 주자다. 5선의 남 의원의 경우 김진표 후보와 치열한 경합 속에 경기도를 수성함으로써 기존 ‘오렌지 소장파’라는 이미지를 벗고 대권 주자로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원 당선인의 경우 출마전부터 ‘대망론’을 등에 업고 출마해 압도적인 표차이로 당선됨으로써 화려하게 부활한 케이스다. 반면 홍 당선인은 여당의 텃밭인 경남에서 재선에 성공했지만 ‘진주의료원 사태’를 거치면서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올라 차기대권 도전이 확실시됐다.

신잠룡군중 지방선거에서 탈락했지만 대권 주자 반열에 올랐다는 평을 받고 있는 인사가 바로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다. 김 후보자의 경우 지난 18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구에 이어 대구시장 선거에서 40% 넘는 지지율을 얻으면서 신잠룡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방선거 이후 영남권을 중심으로 민심 대장정에 올라 야권 주자지만 영남에서 인정받는 차기 대권 주자로서 길을 걸을 것이라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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