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집으로 20년을 버틴 선배...그의 자리를 뚫고 올라가려는 후배

[일요서울|이창환 기자] 연극의 백 스테이지를 배경으로 한 ‘배우할인’이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오는 7월 6일까지 공연된다. 배우할인은 데이비드 마멧의 극장속의 인생(A Life in the theatre)이라는 연극의 한국판으로, 노배우와 젊은 배우 간의 경쟁·갈등·일상사를 주된 내용으로 삼은 2인극이다. 원작은 극장에서 인생을 보내고 쇠잔해진 배우가 새롭게 떠오르는 젊은 배우를 보며 느끼는 소회와 질투를 코믹하고 애잔하게 표현하고 있다.
배우할인 또한 원작 주제를 그대로 가져왔다. 대학로에 20년을 바친 선배배우의 허풍과 맹신, 몸부림을 통해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바뀌는 요구를 받아들일 능력도 용기도 없는 이들이 약해보이지 않으려고, 무시 받지 않으려고 내뱉는 철학이 결국에는 무력감으로 비춰지는 광경을 보여주는 것. 선배배우가 자신을 증명하려고 할수록 허점과 쓸쓸함만 더해갈 뿐이다. 배우할인은 경쟁 자본주의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을 연극 백 스테이지로 비유해 풀고 있다.
연극 배우할인은, 배우들이 무대 뒤에서 또는 무대를 마친 후 어떤 대화를 하고 어떤 고민을 품는지 궁금한 관객들에게 괜찮은 기회가 될 듯하다. 새롭지는 않진만 소재의 장점은 분명히 있다. 다만 극중 두 인물의 커리어, 내공 등의 상호 설정이 조금 더 정교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주고받는 대사가 실제 현장보다는 연극의 기본적 이론에 머물렀다는 것도 아쉬운 점. 다만, 극 중간에 두 사람의 상하관계가 전복되는 장면이 있는데 이 때의 미묘한 기류와 연출은 인상적이었다.
진지한 소재지만 코믹한 상황이 오히려 더 많기 때문에 가벼운 연극을 찾는 관객들에게도 만족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줄거리-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두지 못한 채 대학로 극장에서 20년을 보낸 중년배우 만달과 신입단원 현우는 같은 분장실을 쓰고 있다. 만달은 갓 입단해 단역을 열심히 연습하는 현우가 기특하고 귀여워 자신의 경험을 나누어주고 싶어 한다. 현우 또한 이런 대선배의 호의가 내심 감사하다. 둘은 차츰 서로를 배려하며, 극장 안팎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간다.
하지만 공연이 거듭될수록 성공에 대한 확신과 열의에 찬 현우는 눈에 띄게 성장해 가고, 만달은 점점 배우 인생의 내리막을 걷는다. 급기야 현우가 대형 뮤지컬 오디션에 합격해 극장을 떠나 더 큰 세상으로 날아오르려 하자, 만달은 질투심과 혼란으로 자제력을 잃어버린다.
공연명 : <배우할인>
공연기간 : 2014년 6월 4일- 7월 06일
공연장소 : 대학로 선돌극장
공연시간 : 평일 오후 8시 | 토요일 오후 4시, 7시 | 일요일, 공휴일 오후 4시
(월요일 공연없음)
러닝타임 : 100분
원작 : 데이비드 마멧
번역, 각색 : 신성우
연출 : 오승욱
출연 : 한규남, 윤국로, 김정규
관람료 : 전석 균일 20,000원
홍보‧마케팅 : 한강아트컴퍼니
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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