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왕순의 통일과 세상이야기-④]세월호 침몰에 묻힌 한·미·일 양해각서
[백왕순의 통일과 세상이야기-④]세월호 침몰에 묻힌 한·미·일 양해각서
  • 백왕순 사무총장
  • 입력 2014-06-02 13:26
  • 승인 2014.06.02 13:26
  • 호수 1048
  • 4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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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군사정보 양해각서’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우려스러워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호가 침몰하는 상황에서 매우 중요한 군사안보외교가 추진되고 있다. 그것은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양해각서’ 체결 추진이다. 5월 31일 싱가포르에서 한·미·일 3국 국방장관회담이 열렸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30일부터 내달 1일까지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제13차 아시아안보회의에 참석해,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과 회담을 가졌다. 이날 회담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 준비 동향 등 동북아 안보정세를 포괄적으로 논의하면서, 한·미·일 3국간 ‘군사정보공유 양해각서’ 체결도 의제에 포함되었다고 한다.

지난 4월 25일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청와대 정상회담에서 열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3국간 군사정보교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방부는 한미 정상회담 직후 배포한 자료를 통해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양해각서 체결을 실무차원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고, 4월 28일에는 “북한의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에 대한 정보공유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 국방부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비록 ‘양해각서’(MOU)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지난 2012년 7월 이명박 정부 시절, 국내 반대 여론에 밀려 체결 당일 무산된 바 있는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 체결 내용과 같은 외교문서이다. 사실상 한·일간 군사협력과 동맹이 시작되는 것이다. 국가 간 ‘협정’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하기 때문에 ‘양해각서’로 이름을 바꿔 국회의 동의를 피하려는 것은 아닌지 국민의 의심을 사고 있다.

다시 한반도를 냉전의 전쟁터로

한미동맹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하는 데는 동의하지만, 일본과의 ‘군사정보공유 양해각서’ 체결은 반대한다. 그 이유는 다음 3가지 때문이다.

첫째, 한·미·일 3국의 ‘군사정보공유 양해각서’ 체결은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과 일본군의 한반도 재진출을 허용하는 시발이 될 것이다. 한반도에 위기상황이 발생할 경우 정부는 ‘우리정부의 허가 없이 일본군이 한반도에 들어올 수 없다’고 발표하고 있지만, 전시작전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 일본의 참전을 받아들이도록 한국에 요구할 경우 우리 정부가 이를 거부하는 것이 불가능할지 모른다. 또 그런 상황에서 일본의 자위대가 집단적 자위권을 확장하여 우리의 허가 없이도 한반도에 다시 진주하게 될 것이다. 현재 일본은 내부의 정치·경제위기를 재무장을 통한 군국주의 부활로 극복한다는 입장이다.

둘째, 3국의 군사정보공유는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으로 이어지고, 다시 한반도를 냉전의 전쟁터로 만들 것이다. 군사정보공유 양해각서가 체결되면, 향후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조건과 범위 등을 논의하게 되고, 나아가 군사협력에 대해 논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한·미·일 ‘신(新)남방삼각동맹’이 구축되고, 이에 대응하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북·중·러 ‘신(新)북방삼각동맹’이 구축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다시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정세는 냉전시대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

한·미·일 신삼각동맹 체결은 ‘북한의 핵 억지’라는 구실을 넘어 ‘반(反)중국안보연합’ 구축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중국의 반발을 사고 있다. 미국의 2014년 ‘국방검토보고서’(QDR)에 따르면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의해 2020년까지 미 해군병력의 60%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것이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은 재정긴축으로 2012년부터 10년간 4,870억 달러의 국방예산이 삭감이 진행된다. 그래서 부족한 재정을 일본과 한국에 대신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일본과 한국을 미사일 방어(MD)에 편입시키고,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하고, 중·일 영토분쟁에서 일본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이러한 흐름에 맞서 지난 20일 상하이에서 개최된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신남방삼각동맹의 위협에 대항하는 입장에서 중국, 러시아를 중심으로 구성된 CICA를 ‘아시아지역 안보협의체’로 전환하자는 주장을 했다. 그리고 시진핑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5개 항목 5,600여 자에 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사실상 동맹을 선언했다.

셋째, 한·미·일 삼각동맹은 분단을 고착화시키고, 우리의 고통을 가중 시킬 것이다. 한반도가 미국과 중국의 대결의 장이 되어 다시 냉전의 시대로 회귀하면 양 진영에 각각 속한 남북한은 서로 대결하는 위치에 놓이고, 남북통일의 가능성은 희박해질 것이다. 분단이 고착되고, 긴장이 지속되고, 통일을 통한 우리민족의 새로운 도약의 희망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중국이 경제적 보복을 할 경우 우리의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액 5,597억 달러 중 중국의 비중은 26.1%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고, 대 중국 무역흑자만 606억 달러로 전체 흑자 규모(442억 달러)를 넘어섰다. 한·미·일 3국간 군사교류와 협력이 진행될 경우, 중국은 언제든지 우리에게 경제적 보복을 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양해각서가 몰고 올 파장을 직시해야 한다. 이미 미국은 한국 및 일본과 각각 군사정보공유협정을 포함한 군사동맹 관계를 맺고 있다. 한미동맹 관계를 잘 유지하면 군사정보의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남북대화 즉각 추진해야

한국 정부는 ‘한·미·일 군사정보공유’를 포함해 동아시아 관련 군사안보외교에 있어 다음과 같이 3가지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

첫째, 집단적 자위권을 반대하고, 일본의 과거사 사과와 일본헌법 9조의 재해석을 철회하기 전까지는 한·일 간의 군사정보공유 등 일체의 군사적인 교류와 협정체결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양해각서가 체결되기 위해서는 먼저 일본의 ‘과거사 도발’과 ‘군국주의 재무장 추진’에 대한 명확한 사과와 철회가 표명되어야 한다. 그리고 아베 신조 총리가 추진하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철회해야 한다. 그래야 한·일 간의 새로운 출발이 가능하다.

둘째, 투명한 안보외교가 필요하다.

5월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의 내용을 공개하고, 향후 진행되는 한·미·일 군사외교 회담내용이 국회와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군사안보분야의 외교적 행위와 합의는 직접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녕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셋째, 남북대화를 즉각 추진하고, 교류와 협력을 통해 북한의 안보위협을 축소해 나가야 한다.

북핵문제와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삼각동맹 구축은 올바른 해법이 아니다. 남북 대화를 통한 신뢰회복과 교류협력을 통한 안보위협을 축소해 나가는 것이 정답이다. 그리고 우리가 적극적으로 미국을 설득하여 6자회담을 추진해 북핵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120년 전 통한의 역사 되풀이해선 안 돼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시아 주변정세는 120년 전과 매우 흡사하게 돌아가고 있다. 청나라가 쇠퇴하고, 일본이 상승하는 새로운 세력교체기였다. 그런데 조선왕조는 탐관오리의 착취와 수탈, 외세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백성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쇠퇴하는 청나라에 의지하면서 청·일전쟁의 빌미를 주었다. 그리고 결국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하는 우를 범했다.

12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한가? 미국이 쇠퇴하고 중국이 상승하는 세력교체기다. 미국과 중국의 대결구도에서 균형외교를 포기하고, 한·미·일 삼각동맹으로 치우치면 한반도는 다시 냉전의 전쟁터가 될 것이다. 그리고 남북통일의 기회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정부는 한미동맹관계를 긴밀히 하되,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 방법은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국민의 지혜를 모아 새로운 도전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것이다.
120년 전 저지른 통한의 역사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백왕순 사무총장> 

백왕순 사무총장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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