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창업 ①
시니어 창업 ①
  • 이기수 기자
  • 입력 2014-06-02 11:33
  • 승인 2014.06.02 11:33
  • 호수 1048
  • 3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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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퇴직자 지원 “사업은 나이로 안 한다”

숫자 부풀리기 식 탁상행정이 문제
눈높이 낮추고, 목에 힘 빼는 자세변화 필요

[일요서울 | 이기수 대기자] 베이비붐 세대들이 본격적으로 은퇴하면서 우리나라가 고령화 시대에 성큼 다가섰다. 이후 세대인 에코붐 세대들이 은퇴 행렬에 가담하기 시작하는 5~6년 후엔 고령인구(시니어)들의 취업전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고령화 시대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시니어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평균연령 증가로 은퇴 후 30년 동안 뭘하고 살지도 막막하다. 고령화시대를 맞아 시니어들의 취업(창업)의 현황과 문제점, 전망과 대책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별로 바람하지 않은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분야가 적지 않다. 이혼률, 자살률, 인구대비 얼굴 성형률 등은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고, 급속히 진행되는 인구 고령화 추세도 1위를 달린다. 말 그대로 고령화 시대다.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 은퇴를 시작하면서 고령(시니어)인구가 급속히 늘고 있다.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가 600만명을 넘고 우리사회에서 고령연령으로 여기는 55세 인구까지 감안하면 그 숫자는 1000만명을 훌쩍 뛰어 넘는다. 그러나 의학발달과 규칙적인 자기관리 등으로 평균수명은 크게 늘어 55세 정년을 채우더라도 30년 이상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베이비 붐 세대에 이어 몇 년 안에 그 다음세대인 에코붐 세대까지 은퇴 후 사회에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면 우리사회는 곧 시니어(?)천국이 될 전망이다.

고령화시대가 급진전되면서 노령인구의 취업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청년실업률은 계속 높아 가는데 55세 이상 고령층의 취업률은 증가 추세다. 남은 인생이 많은 만큼 집에 있지 않고 무슨 일이든 일을 하고자 하는 고령인구가 늘고 있다는 증거다. 그만큼 우리사회에는 일할 의지를 갖고 있고, 일을 해야만 하는 시니어 연령층이 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니어들의 취업현실은 어떠한가?

숫자상 통계상으로는 취업이 늘고 있지만 그들이 담당하는 일은 말 그대로 일용직, 비정규직이며 단순한 업무에 한정되고 있다. 청소, 경비, 공공근로사업 등을 비롯해 젊은 사람들이 꺼리는 일자리를 시니어들이 메꾸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시니어들의 취업을 위해 행정, 정책적인 지원책을 많이 만들고 있다. 서울 은평구청에서 시범적으로 시작한 ‘인생 2모작 지원센터’ 가 올해는 강남구 등 4~5군데로 늘어날 예정이며 각 지자체마다 ‘시니어 지원센터’를 앞다퉈 만들고 있다. 지자체들은 시니어들의 취업진흥을 위해 ‘이렇게 일하고 있다’면서 통계숫자나 들먹거리며 취업실적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그건 숫자와 통계에 불과할 뿐 실제 시니어들의 자립과 갱생에는 별 도움이 안된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정책이 늘 그렇듯이 시니어들의 지원정책이 선심성, 전시행정 성격이 강해 실질적인 도움이 안된다는 지적이다.


공공성을 너무 강조하다보니 ‘사회적 기업’, ‘공공근로 사업’, ‘협동조합’ 등의 이름을 걸고 일당 5만원도 안되는 단순작업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대부분 6개월~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해야 하는 불안한 일이 대부분이다. 안정적이고 보람된 일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다 보니 시니어들의 수입도 들쭉날쭉하고, 시간제 계약직 같은 일용직 개념에 머문다는 지적이다.

노동부 취업사이트 ‘워크넷’을 한번 보자. 이 사이트는 회원으로 가입해야만 정보를 볼 수 있다.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들로서는 워크넷 홈페이지에 들어가는 것조차 번거롭게 느낀다. 올해부터는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것도 인터넷으로만 가능하도록 했다. 이 역시 사진을 스캔해서 첨부해야 되는 등 컴맹세대로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노동부 홈페이지가 이 정도이니 다른 정보수집 창구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들로서는 정보수집 단계에서부터 원초적으로 차단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정책 외에 시니어 취업을 가로막는 것은 또 있다. 시니어들 본인 자신이다. 나이가 들어 보수화된 시니어들은 변화하기를 꺼린다. ‘옛날에 내가 은행지점장 이었는데...’, ‘그래도 내가 교장선생님까지 해봤는데...’ 라는 향수에 젖어 스스로 눈높이를 낮추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니어라이프신문 발행인인 창업경영아카데미 임명수 대표는 “우리나라 시니어들은 너무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 한다” 면서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공통된 습성이 있다” 고 지적한다. 시니어 창업관련 강의나 포럼에 참석했던 사람들조차, 강의가 끝나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나는 그런 일은 못한다” 고 포기해버린다는 것이다. 임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취업희망 시니어들은 자식들의 혼사를 앞두고 대충 명함이나 한 개 만들고 책상과 컴퓨터를 줄 수 있는 배부른(?) 직업만을 찾는다는 것이다.

이런 의식 때문인지 우리나라 시니어들은 자신들에게 붙여진 ‘시니어’ 란 단어 자체에도 거부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임 대표는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시대를 착실히 준비해온 일본처럼 시니어란 말 대신 ‘신중년’ 이란 용어 등을 사용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시니어 취업과 창업이 활발해지기 위해선 뭐가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우선 시니어들에 대한 재교육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진기남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직업을 잊고 자기 자신을 되찾고 재발견 할 수 있도록 의식개혁과 교육을 병행해야한다” 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눈높이를 낮추고 목에 힘을 빼야한다는 주문이다.

베이비붐 세대들은 70,80년대 고도성장시대를 달려온 세대다. 현장의 경험이 많다. 요즘 젊은 세대가 꺼리는 현장 일에 시니어들이 많이 참여하도록 정부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물론 사업주들도 시니어 취업에 전향적인 자세로 문을 개방해야한다.

노동법 조항에 나와 있는 문구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조항을 보면 50~54세를 준고령자로, 55세 이상을 고령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 자체가 고령화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평균연령이 늘어나고 정년도 연장되는 추세에 맞춰 탄력적으로 고령 연령을 상향 수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o-ing58@ilyoseoul.co.kr 

이기수 기자 o-ing5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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