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토탈 '알뜰주유소 공급권 입찰' 특혜 의혹
삼성토탈 '알뜰주유소 공급권 입찰' 특혜 의혹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4-06-02 11:06
  • 승인 2014.06.02 11:06
  • 호수 1048
  • 28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입찰 공고 2차례 미뤄지면서 의혹 커져
업계 내부 경쟁 치열…운영의 자율성 높여야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알뜰주유소 공급권을 둘러싸고 삼성토탈(대표 손석원)이 특혜를 받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곧 계약이 종료되는 삼성토탈의 알뜰주유소 유류 공급권 재계약을 위해 입찰공고가 두 차례나 미뤄졌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논란이 일면서 업계의 반발도 거센 모양새다. 알뜰주유소가 도입된 지 3년 만에 주유시장에서 10%에 육박할 만큼 덩치가 커졌지만, 뒷말과 논란이 여전한 것이다. 이처럼 공급권을 차지하기 위한 정유업계의 눈치작전이 치열한 가운데 [일요서울]이 특혜 의혹이 불거진 내막을 들여다봤다.

삼성토탈이 정부로부터 알뜰주유소 재계약을 위한 특혜를 받고 있다는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윙크하는 얼굴의 주황색 알뜰주유소 간판은 출범 3년 만에 1047개까지 늘어났다. 이제 알뜰주유소는 전체 시장의 10%에 육박할 만큼의 덩치로 커졌다.

알뜰주유소는 2011년 이명박정부 당시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유가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석유공사와 농협이 정유사에서 휘발유와 경유를 대량 공동구매해 저렴하게 제공하고, 각종 부대 서비스 등을 없애 시중주유소보다 ‘리터당 100원’씩 싸게 팔겠다는 취지였다.

그동안 알뜰주유소는 영·호남권을 포괄하는 남부권과 수도권 및 충청도, 강원도의 중부권 둘로 나눠져서 운영돼왔다. 남부권은 에쓰오일, 중부권은 현대오일뱅크가 맡고 있으며 그 외에 석유공사가 수입사와 삼성토탈의 물량을 받아 공급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왔다.

이런 알뜰주유소를 둘러싸고 차기 공급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가 두 번씩 미뤄지자 잡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그동안 수의계약으로 알뜰주유소에 휘발유를 공급하던 삼성토탈이 올해부터 경쟁 입찰에 참여하게 되면서부터다.

삼성토탈은 다른 정유사와는 달리 석유 유통망이 없어서 석유공사에 휘발유를 공급하면 석유공사 물류망으로 알뜰주유소에 공급하는 방식을 이용했다. 수의계약으로 공급할 때는 문제가 없었던 방식이지만 경쟁입찰에 참여하게 되면, 자체 물류망으로 휘발유를 공급하는 다른 정유사와 다른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 된다. 또 삼성토탈의 경유생산이 9월부터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자격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와중에 알뜰주유소 입찰공고가 지난 5월 중순에 날 것으로 예정돼 있었지만 26일로 미뤄지더니 또 다시 6월 9일로 연기돼 삼성토탈이 특혜를 받고 있다는 논란이 일어났다.

또한 삼성토탈이 1조6600억 원을 투자한 충남 대산 방향족공장 증설공사 현장에서 파라디에틸벤젠 유출로 인해 작업이 중단된 시기와 입찰공고 연기를 발표한 시기가 맞물리면서 의심의 눈초리는 더욱 깊어졌다. 입찰 공고 연기의 이유가 내정해둔 삼성토탈을 배려한 것이며 입찰방식 역시 삼성토탈 위주로 조정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이밖에도 농협이 한국석유공사와 별개로 입찰한다, 권역을 변경한다, 기존과 달리 석유공사가 주관사를 맡는다는 등 온갖 설이 난무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알뜰주유소에 대한 정유사 공급물량에 대해서 보다 경쟁적인 가격조건으로 공급계약 체결을 위해 다각도로 검토중에 있다”면서 “현재 삼성토탈과 수의계약을 통해 공급받고 있는 휘발유의 경유, 휘발유 공급이 가능한 업체들을 대상으로 경쟁 입찰을 통해 공급받는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삼성토탈의 탈락 우려 때문에 입찰방식을 결정짓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못 박은 것이다.

삼성토탈 역시 “특혜를 받고 있는 것이 없다”며 논란이 일어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였다. 삼성토탈 관계자는 “삼성토탈도 입찰 공고를 기다리고 있는 정유사 중 한 곳에 불과하다”며 “결정된 바가 없는 상황에서 다소 앞서간 추측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입찰방식이 새롭게 바뀐다는 것이 알려진 만큼 삼성토탈도 변화하는 정부정책에 맞춰 준비를 해야하는 입장이다”고 전했다.

알뜰주유소 반대했었는데…왜?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정유업계의 움직임을 두고 다소 모순적이라고 지적한다. 알뜰주유소 정책을 반기지 않던 정유사들이 적극적으로 입찰 의사를 내비치는 것은 물론, 관계된 사안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한때 정부의 알뜰주유소 추진을 반대했던 정유업계가 입찰 공고가 나기도 전부터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내수 점유율 때문으로 보인다. 알뜰주유소의 내수 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면서 사활을 걸 수밖에 없어진 것이다.

실제로 업계 1위 SK에너지와 2위인 GS칼텍스는 알뜰주유소 공급권 경쟁에서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에 밀리면서 최근 2~3년 만에 시장 점유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SK에너지의 지난 1분기 시장 점유율은 28.0%로 전년동기대비 6.8%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에쓰오일은 15.2%에서 18.7%로 상승했다. 현대오일뱅크는 GS칼텍스와의 격차를 0.2%까지 좁히며 압박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올해 재입찰에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각 사는 입찰 세부계획이 나오는 대로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세울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알뜰주유소가 정유사의 내수시장 점유율 순위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부터 관심이 높아졌다”며 “처음엔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었지만 알뜰주유소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충분히 했다는 점도 사활을 걸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유업계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입찰 방식에 대한 공정성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며 “지금까지 한국석유공사가 농협과 한국도로공사 등 알뜰주유소의 관리와 운영사를 대표해 입찰을 진행해온 방식에서 운영 주체별로 공급사를 선정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운영의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