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전날 세월호 참사 49재 전국적 추모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6.4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이번 선거는 역대 선거와는 달리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어린 학생들이 대거 희생되면서 ‘세월호 참사’가 최대의 변수로 자리 잡았다. 과거 선거에선 정권 심판론, 경제, 복지 등이 선거 핫이슈로 부상했다. 여기에 검찰과 국정원 등 친정권 사정기관들에 의한 각종 게이트로 출마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곤 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세월호의 세월호에 의한 세월호를 위한 선거’가 되어버렸다. 8,543명의 출마자들의 희비를 가를 4대 변수를 정리해봤다.
① 세월호 참사 후폭풍-“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가 세월호 참사 후 국민들에게 받는 비판 중 핵심이다. 이로 인해 박 대통령은 6번의 사과를 했고 눈물까지 흘리며 구조담당 부서인 해경을 해체하고 재난주관부서인 안전행정부의 이름까지 바꾸고 역할도 축소시켰다. 선거를 앞두고 터진 세월호 대참사는 야권으로선 ‘호재’고 여권으로선 ‘악재’다.
그러나 실종자가 여전히 배안에 남아 있고 어린 학생들의 희생이 너무 컸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과 대응책이 너무 늦었다는 여론이 우세해 세월호 민심을 비껴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세월호 참사에 따른 분위기 전환용으로 삼으려던 ‘세월호 총리’ 안대희 총리 내정자가 6일만에 사퇴하면서 박 정권을 더욱더 사면초가에 빠뜨렸다.
집권 여당의 불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6월 3일이 공교롭게도 세월호 희생자가 나온 날로부터 49일이 되는 날로 49재가 전국적으로 개최된다. 유가족뿐만 아니라 생존자 가족, 실종자 가족 그리고 각종 진보성향의 시민단체에 야권까지 가세해 추모 열기가 선거 하루 전날 벌어진다. 투표일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당장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해 야권 진영은 ‘박근혜 집권 2년차 심판론’ 대신 ‘세월호 심판론’ 캠페인을 벌여 세월호 민심을 이어갔다.
② 투표율- “40대와 20대 손잡다!”
역대 지방선거 투표율을 보면 첫 민선 1기를 뽑는 선거에서 68.4%를 제외하고 60%대를 넘은 적이 없다. 2010년 6월 지방선거때는 54.5%로 대한민국 유권자중 절반이 조금 넘는 사람들이 투표했다. 3회 때에는 48.9%를 보여 지방선거 당선자들의 대표성이 의심을 받을 정도로 낮았다.
그러나 이번엔 세월호 참사로 인해 투표율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야권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많은 희생자가 어린 고등학생이었다는 점에서 같은 학생들을 자녀로 둔 40대 여성(앵그리 맘)들의 투표율이 상당히 높을 전망이다.
아울러 40대 남성 역시 동반상승이 예고됐다. 또한 그동안 선거 무관심층으로 대표되는 20대 투표율 역시 어느 때보다 높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대학생이 되지 못하고 희생된 어린 학생들의 피해가 젊은 층을 투표장으로 유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투표율이 높아질 수 있는 요인은 처음으로 도입되는 사전투표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30, 31일 양 이틀간 전국 어디서나 신분증만 있으면 투표할 수 있어 선관위에서는 최소 5%이상 투표율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투표율이 높다고 곧 ‘여당 참패, 야당 대승’으로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반론도 있다. 지난 대선에서 투표율이 높았지만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문재인 후보가 낙선했기 때문이다. 투표율 역시 낮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여권에서 나왔다. 여당 한 고위인사는 “과거 투표 행태를 보면 세월호 참사처럼 정치권 불신이 극에 다를 경우 젊은 층은 역으로 ‘투표를 포기하는 게 심판으로 인식할 수 있다”며 “오히려 60대 이상 고령층이 습관적으로 투표장에 나와 여당이 유리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무당파 역시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중대한 변수로 자리매김하고 했다. 한때 안철수 현상으로 무당파가 결집되면서 정치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높았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무당파’의 힘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나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도 맞설 만큼 안철수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다. 한때는 안 후보가 대통령 후보 지지율에서 박 후보를 능가할 정도로 막강한 결집력을 보여줬다.
③ 무당파- “갈 곳 없는 者들의 선택”
하지만 안 의원이 국회에 입성하고 보여준 실망스런 모습과 독자 창당 대신 민주당과 합당하면서 ‘안철수 현상’과 함께 안 의원의 새정치가 빛이 바래졌다. 설상가상으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 집권 여당뿐만 아니라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감이 무당파가 급속히 늘어났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국민적 분노가 한창일 당시 40대 무당파 비율이 급속히 늘어났다.
여야간 박빙의 대결이 예상될 경우 변수는 늘 무당파의 선택으로 결정됐다. 전국 17개 시도 광역단체장 선거만 보면 경기도지사 선거, 인천시장 선거, 충북도지사 선거, 광주시장 선거, 부산시장 선거, 강원도지사 선거, 세종시장 선거가 오차범위내 여야 후보간 혼전양상을 보였다. 선거운동기간 마지막 날까지 계속될 경우 무당파의 선택이 운명을 가를 전망이 높다.
④ 네거티브 선거- “조용한 선거는 없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후폭풍으로 출마자들이 시끌벅적한 선거운동을 벌이지 못하면서 ‘흑색선전’과 ‘음해성 소문’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과거에는 검찰이 앞장서 초대형 게이트를 통해 여권과 야권을 옭아매면서 민심을 좌지우지해왔던 게 사실이다. 김대중 국민의 정부 임기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3홍(DJ 아들 3형제 연루) 게이트’가 대표적이다. 당시 집권 여당의 참패로 끝이 났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정국을 요동치게 할만한 대형 게이트가 부재한 데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조용한 선거’가 주를 이루고 있다. 마이크를 잡고 연설을 하거나 로고송이 주택가를 울리고 유세차가 돌아다니면서 지지를 호소하는 캠페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쟁 후보자들간 네거티브가 횡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시장 정몽준 후보가 제기한 박원순 후보 부인관련 ‘출국설’, ‘성형의혹설’, ‘유병언 아들 친분설’등이 나돌았다. ‘부인 출국설’의 경우 ‘카더라식 소문’으로 끝이 났지만 몇 몇 의혹은 여전히 살아있다. 네거티브 선거는 양날의 칼처럼 상대방뿐만 아니라 자신의 목도 칠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에 적쟎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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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