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표가 대권 주자 ‘쪽박’ ‘대박’ 가른다
성적표가 대권 주자 ‘쪽박’ ‘대박’ 가른다
  • 박형남 기자
  • 입력 2014-06-02 09:11
  • 승인 2014.06.02 09:11
  • 호수 1048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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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에 울고 웃을 잠룡들

여권 부산-김무성, 서울-정몽준, 경남-홍준표, 제주-원희룡
야권 광주-안철수, 경기-손학규, 서울-박원순, 충남-안희정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6·4 지방선거는 대권 잠룡들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대권을 위해 자신의 세를 만들어가야 하는 차기 잠룡들에게 지방선거 결과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특히 여야 차기 대권 주자 일부는 광역단체장으로, 또 다른 일부는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나서면서 대선 전초전을 치르는 중이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가 차기 대선의 ‘징검다리 선거’로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잠룡들은 지방선거 이후 본격적으로 대권가도의 밑그림을 그리게 될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차기 대권주자로 우뚝 서느냐, 아니면 죽느냐가 달려있다. 과연 6·4 지방선거는 차기 대권주자들에게 어떤 이해득실을 가져다줄까. 지방선거에 울고 웃을 잠룡들을 조명해봤다.

이번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 중에 자천타천 잠룡으로 불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여권에서는 서울시장에 출마한 정몽준 후보, 경기도지사에 나선 남경필 후보, 경남지사에 출마한 홍준표 후보, 제주지사에 출마한 원희룡 후보 등이 있다. 부산시장에 나선 서병수 후보를 돕고 있는 김무성 의원도 부산시장 선거 결과가 대권 행보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야권에서는 정몽준 후보와 맞대결을 펼치고 있는 박원순 후보, 인천시장에 출마한 송영길 후보, 충남지사에 나선 안희정 후보 등이 있다. 이 외에 전남 광주와 경기도지사 선거 결과에 따라 안철수 공동대표와 손학규 고문 등도 대권 행보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가동설 나돌기도

야권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차기 대권 주자로 다시 우뚝 솟아오를 지가 최대 관심사다. 대선 직후부터 정치권에 들어온 지난해 4월 독자 정당 추진 당시까지만 해도 높은 지지율을 보였으나 무공천 철회 등으로 지지율이 빠졌다. 더구나 공천 잡음으로 인해 새정치로 부르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공천 잡음 여파에도 불구하고 전남 광주에서 전략 공천한 인천수계 윤장현 후보가 당선된다면 호남을 기반으로 다시 재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결과적으로 안 공동대표의 대권 운명은 ‘윤장현 당선 여부’에 달려 있다.

손학규 고문은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찬열 의원을 비롯해 김종희 경기 용인병 지역위원장 등을 중심으로 김진표 후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당내 경선 당시 안철수 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으며 몸값을 높였던 김상곤 전 교육감을 이기면서 손 고문의 위상도 한층 올라갔다. 본선에서도 손 고문은 선대위원장을 맡으며 김 후보를 적극 지원하고 있어, 김 후보의 승리 여부에 따라 ‘뜨는 대권 후보’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을 경우 7월 재보선을 통해 대권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해야 한다.

특히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신잠룡’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과거 이명박 대통령의 사례에서 보듯 서울시장은 대한민국 수도의 최고 책임자라는 의미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발돋움하기 위한 발판이 된다. 박원순 후보가 당선될 경우 야권 내 대선주자 경쟁은 박 후보를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안철수 공동대표의 지원을 받아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만큼 광주에서 윤 후보가 패배한다면 안철수 대망론이 박 후보에게로 쏠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후보가 과거 차기 대선 출마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것과는 달리 최근 출마에 대한 입장을 유보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반응이다. 다만 여기에는 ‘서울시장 승리’라는 전제조건이 따른다.

충남지사를 지낸 안희정 후보는 재선에 성공할 경우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 지위를 굳힐 수 있을 뿐 아니라 ‘신잠룡’으로 우뚝 설 수 있다. 과거 충청도는 대선 승부처였다는 점에서 안 후보가 강력한 대권 후보로 등극할 수 있다는 평가다. 안 후보도 최근 “지방정부 운영을 통해 제 나름의 확신이 든다면 그 다음날이라도 대한민국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선언을 하겠다"고 말했다.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도 야권의 유력주자로 떠오른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인 유정복 후보와의 맞대결에서 승리해야 한다. 이럴 경우 인천시장-대권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는 것이 송 후보 측 인사들의 공통된 중론이다. 송 후보는 “상황이 되면 그때 판단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야권 내에서는 이미 대권 꿈을 품고 있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이에 반해 새누리당의 상황은 어떨까. 야권에 비해 뚜렷한 대권 주자군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친박 대권 후보가 없다.

이에 대해 정치권 관계자들은 “새누리당의 대권주자 인물난의 근원은 박 대통령에게 있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2인자를 키우지 않는다’는 박 대통령의 스타일 때문이다. 이로 인해 친이계, 비박계 인사들의 대권 후보들만 눈에 띈다.

대표적인 인물이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정몽준 후보다. 지방선거 출마 전까지만 해도 정 후보는 여권에서 거론되는 복수의 대선 후보로 분류됐으나 서울시장에 나선 이후 대선 후보로서의 주가가 급등했다. 그러나 박 후보와의 맞대결에서 승리해야만 확실한 대권 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견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또 다시 복수의 대선 후보의 한명으로 분류되거나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의원도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행보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장 선거에 나선 무소속 오거돈 후보의 맹추격에 화들짝 놀란 당이 김 의원에게 SOS를 요청했다. 이에 김 의원은 서병수 후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실제 김 의원은 당초 경북을 돌아 이번 주 후반께 부산 지역 유세에 나설 방침이었으나 당이 긴급지원을 요청하자 급히 일정을 변경했다. 김 의원이 적극 지원을 통해 부산시장에서 완승한다면 7월 전당대회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여기에 대권 주자로서의 이미지로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경남지사에 도전한 홍준표 후보 역시 대권 잠룡으로 분류된다. 새누리당 텃밭인 경남에서 큰 이변이 없는 당선이 확실시되는 그는 “도지사가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되면 경남사람들이 얼마나 좋겠느냐”며 “한 6개월 도지사직을 유지하는 것보다 대선 후보가 되고 대통령이 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대권에 대한 욕심을 품은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홍 지사가 이미 대권을 위한 행보를 시작했다는 얘기가 정치권 안팎에서 나돌고 있다. 이른바 ‘홍준표 대권팀’이 지방선거 이후 가동될 것이라는 주된 소문의 골자다.

선 평가 후 대권 노린다

제주지사에 나선 원희룡 후보의 경우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차기 대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제주지사 출마 전부터 원 후보 주변에서 “제주도를 경쟁력 있는 도시로 만들다보면 자연스럽게 대권 후보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제주도 발전에 사활을 건 뒤 대권 후보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원 후보도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하고 있다.

경기도지사에 나선 남 후보도 지방선거에 당선된 후 도정 운영을 통해 실력을 검증받으면 차기 대권 후보로 떠오를 것이다.

결과적으로 선거 결과에 따라 대권 후보주자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강화되지만 패할 경우 상당한 상처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7122love@ilyoseoul.co.kr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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