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구체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그 사건의 재판과정을 심층있게 기록한 책이 출간돼 화제가 되고 있다. 16년간의 판사와 9년간 변호사로 생활한 조용균 변호사가 책을 내 신뢰도 높다. 조 변호사는 제 28회 사법시험 통과를 시작으로 서울고등법원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역임하였으며, 인천시청과 인천항만공사 고문변호사를 역임하는 등 이력도 다채롭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는 필자가 다루었던 구체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써 나갔다. 사건에 있어 재판과정에서 어떻게 다루어지고 판단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추상적으로 생각되던 정의라는 관념이 어떻게 구현되거나 좌절되는지를 보여준다.
모 광역단체장 후보 A씨 비사 공개
2004년 해외 섹스파티 "세상밖으로 나오다"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지방자치 단체의 장으로 출마한 모 정당의 후보와 관련하여 수년 전 외국에 나가서 현지의 대기업 직원들로부터 성접대를 받은 의혹이 불거졌다. 이 사실은 반대 후보가 공개질의를 했고 즉각 법정공방을 벌이게 됐다.
우연치 않게 공소 제기된 그 반대후보 일행의 한 명을 변호하게 된 필자는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수사기록을 살펴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성접대 여부와 관련된 사실에 대해 각 진술인 간의 진술에 모순이 발견됨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그 당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철저히 규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의문을 제기한 반대후보 일행들에게만 공개질의가 진실임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증거를 대라고 추궁했던 것이다. 사건은 객관적인 증거를 대지 못한다는 이유를 들어 그들에 대해서만 공소를 제기했다.
검찰의 태도가 더욱 이해되지 않은 것은 형사재판과정에서도 일어난다. 통상 검찰은 관계인의 진술이 기재된 문서를 형사재판의 증거로 제출하는 경우에 상대방 피고인들이 그 문서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진술인을 형사법정 증인으로 부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증인으로 채택 법정에 세우는 기구한 일도 벌어졌다.
그러는 사이 해당 정치인은 공사가 다망하다는 이유로 출석을 하지 않았고, 그런 상태에서 사건은 그 정치인이 성접대를 받지 않았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그 정치인에게 불리한 판결이 났다. 이후 그 사건은 고등법원에 항소가 되었고 고등법원에서도 같은 결론이 났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2항에 규정한 허위사실공표죄와 관련하여, 상대방 피고인들이 제시한 소명자료가 위의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에게 불리한 판단을 내린다.
결국 성접대를 받았다고 의심받는 그 정치인은 현행 재판제도 아래서 제도적으로 그런 사실이 진실하다는 증거가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
마찬가지로 '어느 시장의 슬픈 자화상'도 유사한 일에 변호를 맡게 된 당시를 회상한다. 어느 정치인이 어린 나이에 출세해 외국에 나가서 현지의 국내 대기업 직원으로부터 접대를 받았다.
그런데 그 때 동석했던 직원 중 한명이 국내 복귀 후 회사에서 일이 잘 풀리지 않자 그 정치인에게 자신이 함께 있던 인물임을 강조하며 자신의 처지를 살펴달라고 호소한다.
그 후 세월이 지나 그 정치인이 모 도시의 시장후보로 나섰는데 사생활과 관련해 반대후보가 그 정치인에게 외국에 나가 성접대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 공개질의 하였고 급기야 그 추문의 진위를 둘러싸고 허위비방혐의로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그 정치인은 시장으로 당선된 후에도 본인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반대후보에 대한 고발을 취소하지 않았고 결국 수사를 거쳐 반대후보가 공직선거법상의 비방혐의로 기소되어 형사재판을 받게 됐다.
이 과정에서 필자가 느낀점을 숨김 없이 써 내려가 또 다른 궁금증을 상상케하기도 한다. 공고롭게도 두 사례가 비슷하고, 최근 광역단체 후보로 거론되는 A씨의 사례와 유사해 더욱 주목받는다.
두번째 부분에서는 필자가 늘 꿈꾸어 오던 '바르고 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평소 생각과 일간지 등에 기고한 글들을 모았다.
마지막 부분에는 현재 우리나라 헌법의 전문을 게제해 우리가 이루려는 '사회적 통합'의 이념 및 가치와 제도적 수단이 무엇인지 생각케하고 더 보완하고 수정할 부분이 있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일반인들이 평소에는 잘 몰랐던 법에서의 정의실현이라는 문제를 짧지만 흥미롭게 들여다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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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