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인위적 경착륙에 대한 염려는 덜어도 될 것 같다. 지난 연말 폐간된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경제사업회의의 논의내용을 단독입수했다. 기자의 한 지인이 넌지시 가져다준 것이다. 이를 분석해보면 중국정부는 2005년의 기본방침을 ‘평온한 경제발전’과 ‘물가안정’으로 정하고 2005년 최대 위기요인을 전국적 취업난으로 판단, 고용창출에 전력을 다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사업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에 의하면 현재 중국 중앙공산당 수뇌부도 중국의 고용압력에 대단히 고심하고 있는 것 같다. 당면한 필요 최저 고용창출이 약 2,400만 개 정도인데 가능한 최대 고용창출은 고작 1,000만개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들을 옥죄이는 것은 이 뿐만 아니다. 농촌지역 주민 가운데 약 1억 5,000만명의 유휴인력이 언제 도시지역으로 몰려들지 모르기 때문이다.
“회의에서 중앙당 고위당료들은 고향에서도 생계유지가 가능한 수입창출원을 농민들에게 제공하지 않으면 국가차원의 최대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처음으로 공개, 대책마련에 부심하였다는군요.” 한 당간부 육성학교 교관의 말이다. 그 결과, 경제사업회의에서는 올해에도 “고도 경제성장율 유지는 필수”라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를 위해 농촌부에서는 농촌살리기 즉, 정부지원에 의한 고용창출과 이를 통한 농민들의 소득증대와 도시부에서는 서비스 산업을 통한 지속적인 고용창출의 달성이라는 ‘양면작전’이 강조되었다고 한다. 바로 이와 같은 이유로 인해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은 중국경제의 경착륙 우려에 지나치게 신경쓸 필요가 없어졌다. 중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중국경제 자체가 고성장을 지속하지 않으면 안되는 절박한 현실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앞으로 쏟아져 나올 진출지역의 지역정부나 중앙정부의 경제관련 지침 등을 꼼꼼히 파악, 분석하는 가운데 지역적으로 적절한 대응책 마련에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
이는 동 경제사업회의에서도 제안된 것처럼, 2005년의 중국경제는 각 지역별 소득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과열업종과 과열지역에 대한 억제조치 실시 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매일 평균 100개의 매출을 올리는 햄버거 가게가 있다고 합시다. 어떤 날은 90개, 어떤 날은 110개의 매출을 올리므로 매일 110개의 빵을 주문하게 됩니다. 이들 햄버거 가게 10군데에 빵을 공급하는 제빵사는 이를 위해 매일 평균 1,000개의 빵이 필요하지만 일일 최대 수요를 대비, 매일 1,100개의 빵을 상정하고 밀가루 등의 재료를 구입하게 되지요. 또 밀가루 업체 등은 이와 같은 원리로 인해 밀 등의 1차적 원재료를 더욱 많이 구입하게 됩니다. 필요로 생각되는 안정적 재고량의 확보를 위해서인데 이렇게 되어 1차 원재료 상인들의 안전재고량은 크게 늘어나게 됩니다.”KOTRA 상하이 무역관이 들려주는 ‘채찍효과(bullwhip effect)’의 전말이다.
채찍효과란 물품 공급사슬의 윗단계, 즉 소비자에서 소매상, 도매상, 제조상, 원재료 및 부품 공급상으로 갈수록 수요의 변동폭이 증가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국제경제학 이론이다. 이는 채찍의 손잡이 부분인 햄버거 가게에 약간의 힘(매출)이 생기면 채찍의 끝에 있는 밀 등의 1차 원재료 공급상에는 최초의 힘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파동(안전재고량 확보)이 초래된다는 점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즉 이 채찍효과로 알 수 있는 것은 최종 소비자와 먼 거리에 있는 관계일수록 정확한 수요예측이 힘들어 그 만큼 큰 리스크를 지게 된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채찍효과는 중국과 한국경제에 대해서도 대입이 가능하다. 우선 중국시장 진출을 노리는 우리에게 있어 햄버거 가게는 중국 소비자가 되며 한국은 밀 등을 공급하는 1차 원재료 상인이 된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우리 기업은 중국에 완성된 소비재의 공급보다는 원자재 공급의 비중이 더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는 중국 소비자들의 미미한 변화가 한국 국내의 과도한 안전재고량 확보로 이어지며 이는 한국경제의 또 다른 골칫거리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채찍효과는 하나의 사슬안에서 발생합니다만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는 표면상 무관한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엄청난 결과를 설명하지요.”MIT 대학 기상학과 에드워드 로렌츠(Edward Lorenz) 교수의 <브라질에 있는 나비가 날개짓을 하면 텍사스에 태풍이 불 수 있을까?>라는 논문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나비효과도 중국으로의 경제활동 의존도가 나날이 깊어지고 있는 우리에게 적용가능하다.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중국시장 비중의 급등과 해외투자의 절반 이상이 중국지역에 밀집되어 있는 현상황에서 중국의 미세한 변화가 우리 경제에는 큰 파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중국과의 경제활동 심화와 관련, 아직도 주로 산업공동화와 부메랑 효과라는 중장기적 우려에 대해서만 논의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미 채찍효과와 나비효과라는, 지금 당장 닥쳐와도 이상할 바 없는 현재적 불안요인에 노출된 상태인데도 말입니다. 나무도 보고 동시에 숲도 볼 수 있어야 해요.” KOTRA 관계자의 말이다. 중국의 시장개방은 신년에도 단계적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것이 곧 성공기회의 확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 순간의 판단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참담함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볼 때 이제 우리의 대중국 전략은 더욱 현실적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더이상 중국시장 선점과 점유율 확대에 주력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005년은 독자제위의 현명한 대비로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쓰라림이 없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중국 상해=우수근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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