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을 조사한 대구지청의 관계자는 “오씨 등 4명은 경찰학개론 등 5과목 중 한 과목씩 각자 집중적으로 공부한 뒤 12개 과목의 정답을 헛기침을 통해 정답을 주고받았다”며 “이들은 이 같은 사실 일체를 조사과정에서 모두 자백했다”고 밝혔다. 경찰 순경 시험은 경찰학개론과 영어, 형사소송법 등 모두 5과목에 걸쳐 각각 20문제씩, 모두 100문제가 출제되는데, 이들은 지난 1월부터 부정행위를 할 것을 공모한 뒤‘주특기 과목’ 1~2과목씩을 나눠 각자 맡은 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시험 당일 오씨 등은 전체 시험시간 100분 가운데 60분간은 각각 문제를 풀었다. 이어 25분 동안은 교대로 각자가 맡은 과목의 정답을 주고받았고 나머지 15분간은 각각 OMR카드에 정답을 기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특히 고사장 입실 전에 소지하고 있던 손목시계의 시각을 정확히 일치시켰고 정답을 주고받는 25분 동안에는 15초당 1문제씩, 정확히 100문제의 정답을 사전에 정해진 시간에 모두 교환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학교 재학당시 사용했던 수법을 생각해 내고 이를 본격적으로 공모한 듯하다”며 “오씨 등은 이날 시험을 위해 고시원과 학원 등지서 사전에 철저하게 연습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들의 수법은 이렇다. 100문항 가운데 1번 문항이었던 `경찰학개론’의 경우 이 과목을 전담키로 했던 오씨가 정답이 1번일 경우에는 오전 11시 1초에서 5초 사이에, 2번일 경우에는 6~10초 사이에, 3번은 11~15초 사이에 각각 헛기침을 한 차례 하는 수법을 썼다. 그러나 정답이 4번일 경우에는 아예 헛기침을 하지 않았다.
또 이들은 같은 고사장에 입실하기 위해 한꺼번에 응시원서를 접수, 15~18번의 수험번호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치밀한 계획아래 이루어진 이들의 부정행위는 당시 시험을 감독했던 감독관들도 감쪽같이 속였다. 그 결과 이들 가운데 2차 면접시험에서 탈락한 최씨를 제외한 나머지 3명 모두 최종 합격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후 오씨 등 3명은 지난 8월 31일 충북 충주 소재 중앙경찰학교에 입교, 24주간의 신임 순경 교육을 받아왔다. 이들은 내년 2월 11일에 중앙경찰학교를 수료한 뒤 경찰공무원에 임용될 예정이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대구지청 강력수사대 조폭범죄 수사팀은 30일 오후 “순경공채 시험에 부정이 있었다”는 익명의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 870여명 분의 응시생 답안지를 밤을 새워가며 일일이 대조 확인한 끝에 이들의 부정을 적발했다.
수사팀은 수험번호가 연속으로 된 이들 4명이 100문항 가운데 20문항을 동일한 오답으로 표기해 틀린 점을 확인하고 대구 동부와 남부경찰서에서 현장 실습 중이던 이들을 추궁한 끝에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경찰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사회가 불안정하고 취업문이 좁다보니 이런 일이 발생한 듯하다”며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찰이 좋아 욕심에 눈이 멀어 그랬다고 말했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좋은 후배가 될 수도 있는 이들이 이런 짓을 했다는 사실이 씁쓸하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이들을 대상으로 부정행위 공모 과정을 추궁, 추가 연루자 여부를 조사하는 한편 합격자들을 전원 퇴교조치 시키기로 했다. 이와 함께 순경 공채시험의 비리를 없애기 위해 고사장 자리배정을 원서접수 순서와 상관없이 무작위로 바꾸는 등 개선책을 마련키로 했다.
부정행위자 홈피 주소 나돌아
조모, 오모, 전모씨 등 부정 응시생 3명에 대한 신상이 나와있는 개인홈페이지 주소가 인터넷상에 유포돼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이들의 부정 사실에 대해 보도한 인터넷 뉴스 기사 댓글에 익명의 누군가가 이를 공개한 것이다. 공개된 이들 사이트에는 이들이 찍은 사진, 개인 메모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이 사이트에는 방문한 이들이 남긴 원색적인 비난의 글이 난무하고 있다.경찰은 이에 대해 “경찰 내부에서 흘러나간 것은 아니다. 우리 쪽에서는 절대 그런 것이 흘러나갈 수 없다”고 강하게 부정하면서 “아마 그들과 함께 공부했던 학원생이나 같이 응시했던 이들이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윤지환 jjd@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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