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는 머리를 풀어헤친 소복입은 여성 30여명이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는 괴기스런(?) 풍경이 펼쳐졌다. 다름 아니라 이들은 성매매특별법의 폐지를 요구하며 소복 농성에 들어간 청량리와 미아리, 경기도 평택등지의 성매매 여성들이다.그러나 이들의 한겨울 소복시위를 비웃기라도 하듯 정부는 연이어 집창촌 개발 법안을 내놓으며 집창촌 철거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설상가상으로 지난 4일에는 ‘한터(전국 집창촌 대표모임)’대표인 강모(52)씨가 전국성매매 여성의 개인정보 관리 및 카드깡 영업혐의로 구속됐다. 업주측의 반응은 의외로 담담해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정부측의 무반응에 더하여 업주 대표가 구속되는 악재까지 겹치니 맥빠지는 것은 당연지사라 치더라도 업주측에서는 예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풍겨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업주측 삐졌나
지난 8일 오후 기자와 통화한 ‘청량리 588 사람들’은 한결같이 ‘가라앉은’목소리였다. 그러나 이들은 얼마전과 달리 대체적으로 담담한 반응을 나타냈다. 업주들은 얼마전처럼 ‘흥분’하지도, ‘못살겠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하지도 않았다.그들의 태도에서는 자포자기식의 냉담한 기운마저 감돌았다.청량리 집창촌의 업주 강희석(38·가명)씨는 8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영업은 한다”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또 “불만 켜놓으면 뭐하나. 불켜진지가 언젠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통화내내 분위기가 안좋다는 말로 일관하며 시큰둥한 태도를 보였다.8일 밤 “한번 만나자”는 기자의 요청에 그는 “와봤자 기사거리 될 것도 없다”고 말했다.이는 다른 업주들도 마찬가지였다. 한 업주는 한터 대표인 강모씨가 구속된 건에 대한 질문에 “변호사를 선임해야지 별 수 있겠나”라며 무성의한 대꾸로 일관했다.정부에 대한 그들의 분노와 원망이 극에 도달했을 때도 기자에게 협조적이었던 그들의 태도가 어느 순간 돌변한 것이다. 약 한달 전만해도 업주들은 기자들에게 하소연을 늘어놓는 일이 다반사였다.그랬던 그들이 이제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취재를 거부하고 있었다. 이런저런 질문들에 업주 강희석씨는 마지못해“취재는 됐고 그냥 언제 술 한잔 하자”며 말을 돌렸다.
무슨 꿍꿍이 있나
집창촌의 쇼윈도안에는 사라졌던 아가씨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으며 한동안 손놓고 앉아있던 업주들도 가게 앞에 재등장했다.또 항간에서는 ‘이미 물밑으로 새로운 살길을 모색하고 있을 것’이라는 새로운 추측도 난무하는 상태다. 현재의 집창촌은 형식적으로 불만 켜놨을뿐 주된 영업은 ‘따로’ 행해지고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즉 집창촌이 오히려 ‘눈속임’으로 이용되고 있을 가능성에 주목하는 입장이다.뭐니뭐니해도 현재의 화두는 단연 ‘왜 업주들이 잠잠한가’에 관한 것이다.최근 업주측의 태도는 불과 한달 전만해도 집단 움직임 등의 강경대응도 불사하겠다고 호언장담을 해왔던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는 또한 목숨걸고 사투를 벌이고 있는 아가씨들의 몸부림과도 비교되는 대목이다.
이에따라 업주들이 돌연 태도를 바꿔 침묵하는 데에는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지 않겠느냐는 입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아가씨들의 저항이 계속되고 있는 것에 반해 업주측이 너무 조용하다는 것이 오히려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성매매 여성들이 단식투쟁을 하고 소복농성을 벌이는 와중에도 정작 업주측은 이렇다할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왔던 것이 사실이다.“영업은 하는데 누가 오겠는가”라는 업주측의 푸념은 과연 진실일까.여러 달째 영업을 못하는 상태로 정부측과의 타협을 마냥 기다린다는 업주측의 설명은 이미 설득력을 잃고 있다. 실제로 이미 항간에는 ‘상품권 영업’, ‘업주삐끼의 등장’, ‘가정집 영업’, ‘애인가장 모텔 콜걸’처럼 새로운 영업방식에 대해 숱한 소문이 나돌고 있는 상태다.>
김현진 kideye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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