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내정된 '돌아온 칼잡이'-안대희
국무총리 내정된 '돌아온 칼잡이'-안대희
  • 박형남 기자
  • 입력 2014-05-26 15:56
  • 승인 2014.05.26 15:56
  • 호수 1047
  • 6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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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떼기·盧 전 대통령 측근 수사 등 ‘대쪽’ 타이틀
대통령과 충돌 후 입각 1순위로 꾸준히 거론됐지만…
선배 김기춘과의 관계 주목…제2의 이회창 되나?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안대희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세월호 정국을 돌파하고 국정운영을 보좌할 신임 국무총리로 안대희 전 대법관을 선택한 것이다. 안 후보자는 최연소 검사 출신으로, 대검찰청 중수부장을 지냈다. 특히 2003년 대검 중수부장 시절 나라종금 사건을 시작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들을 구속하는 등 성역 없는 수사로 ‘국민 검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박 대통령과는 지난 대선에서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맡으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그러나 대선 당시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영입 문제로 박 대통령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이 안 후보자를 지목한 것은 ‘관피아(관료+마피아)’ 청산을 포함한 공직사회 혁신과 고강도 정부조직의 대대적 개편이라는 중책을 맡길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마땅한 대권 후보가 없는 친박진영에서 안 후보자를 대권후보로 키우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조심스럽게 나돌고 있다.세월호 정국으로 인해 위기에 빠진 박근혜 정부를 구할 ‘구원투수’로 발탁된 안 후보자의 면면을 들여다봤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2일 안대희 국무총리 내정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안 내정자가 대법관과 서울고검장,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등을 역임하면서 불법 대선자금과 대통령 측근 비리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 등을 통해 소신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민 대변인은 “세월호 사고를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공직사회의 적폐를 척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국가개조를 추진하기 위해 새 국무총리를 내정했다”며 “앞으로 공직사회와 정부조직을 개혁하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력히 추진해 국가개조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정국 적임자 도덕성 흠결도 없어

박 대통령은 이번 국무총리 인선 과정에서 안 내정자가 국가개조 작업을 이끌어갈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특히 안 내정자에게 도덕성 등 결정적인 하자가 발견되지 않아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할 수 있다는 점도 높이 평가됐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친박계 대권 후보가 없는 만큼 안 내정자를 대권 후보로 부상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여기에 안 내정자의 원칙과 강단이 세월호 정국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구원투수로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박 대통령이 대선후보로 나섰을 당시 안 내정자와 갈등을 빚기도 했으나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 모습에서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기자회견 과정에서도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안 내정자는 인선이 발표된 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초임 검사 때부터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고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평생을 살아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저에게 국무총리의 역할을 맡기는 이유는 바로 과거 수십 년 동안 쌓여온 적폐들을 일소하고 개혁을 추진하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헌법이 명한 대로 대통령을 충실히 보좌하여 대통령께서 여러 차례 밝히신 강력한 국가 개조를 위하여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안 내정자는 또 “세월호 사건을 통해서도 드러난 바와 같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물질만능주의 풍토와 자본주의 탐욕은 국가와 사회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다”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패러다임은 물질과 탐욕이 아닌 공정과 법치에 기반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헌법이 명한 대로 대통령을 충실히 보좌해 대통령이 여러 차례 밝힌 강력한 국가 개조를 위하여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며 “국가가 바른길, 정상적인 길을 가도록 소신을 갖고 대통령께 가감 없이 진언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화려한 검찰 이력 국민적 인지도 높여

박 대통령이 법조계 인사를 선호한다는 점도 안 내정자 발탁의 한 배경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 출범 후에도 그는 개각 요인이 발생할 때마다 입각 1순위로 꼽혀왔다. 새 정부 출범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군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는 검찰 시절 보여줬던 그의 화려한 이력 때문이다.

1975년 제1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과 육군 법무관 생활을 마치고 만 25세의 나이에 ‘최연소 검사’로 임용된 안 내정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정상명 전 검찰총장 등과 사시 동기다.

검찰 시절 이력도 화려하다. 서울지검 특별수사부장 근무 땐 서울시 버스회사 비리사건, 대형 입시학원 비리, 설계 감리 비리, 3900억 원대 수출입금융 사기대출범 변인호 사건 등을 수사했다. 인천지검 특수부장 때는 바닷모래 불법채취 사건을 파헤쳐 이름을 날렸다.

특히 2003년 대검 중수부장 시절에는 나라종금 퇴출저지 로비 의혹 사건과 SK 비자금 사건을 처리했다. 또 노 전 대통령 측근 비리 수사와 함께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을 포함한 여야 정당의 불법 대선자금에 대해 성역없는 수사를 해 국민적 인지도와 명성을 쌓았다. 당시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의 ‘차떼기’ 불법 대선자금을 밝혀내면서 ‘차떼기 정당’이라는 오명을 씌웠고, 나라종금 사건과 관련해서는 안희정 충남지사 등 측근을 구속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국민 검사’, ‘대쪽 검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후 부산고등검찰청 검사장과 서울고검장을 지냈고, 2012년 대법관 임기를 마친 뒤 변호사로 잠시 활동했다.

안 내정자의 이미지를 높이 산 박 대통령은 ‘러브콜’을 보냈다. ‘삼고초려’ 수준의 설득을 벌인 끝에 안 내정자는 미국 스탠퍼드대학에 체류하기로 한 계획을 취소, 처음으로 정치권에 몸을 실으면서 박 대통령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그리고 당 대선기구인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맡았다.

안 내정자는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맡으면서 “박근혜 후보의 가족도 비리 척결 대상으로 예외가 없다”는 취임 일성을 남기며 업무를 시작했다. 굵직한 정치쇄신 공약을 성안하며 박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했다.

실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근절하기 위해 총리에게 헌법에 명시된 국무위원 제청권 등 실질적 권한을 부여했다. 장관에게는 부처 및 산하기관 인사권을 보장하는 ‘책임장관제’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대통령의 측근이나 친인척, 고위공직자의 비리 근절을 위한 특별감찰관제와 상설특검제, 면책특권이나 불체포특권 등 국회의원 주요 권한을 폐지,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 등 정치권이 꺼려하는 쇄신공약을 잇따라 만들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의 갈등도 있었다. 안 내정자는 박 대통령이 대선기구였던 ‘100% 대한민국통합위원회’ 위원장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던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을 영입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반발했다. 한 위원장은 안 내정자가 중수부장 시절 나라종금 퇴출저지 로비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직접 수사한 인물이다.

안 내정자는 당시 “무분별한 비리인사 영입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고, 한 위원장이 대통합위원장에 임명될 경우 “사퇴하겠다”며 배수의 진을 친 채 당무를 놓기도 했다.

다행히 박 대통령이 한 위원장을 대통합위 수석부의장으로 임명하면서 갈등이 봉합되는 듯 했으나 박 대통령이 검찰개혁공약 발표 때 안 내정자와 다른 중수부 폐지 공약을 발표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냉기류가 형성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안 내정자에 대한 박 대통령의 마음이 떠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다. 안 내정자가 각종 하마평에 거론됐을 뿐 기용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 참사를 계기로 급부상했다. 국가개조에 가까운 고강도 개혁과 혁신을 추진하는 데 부합하는 인물인 셈이다.

그의 원칙과 소식은 박 대통령의 ‘만기친람(萬機親覽:모든 현안을 친히 살핀다는 뜻)’식 국정운영 스타일과, 그에 따른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의 소극적 태도를 바꿀 수 있게 보완해줄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중용된 배경에도 고강도 개혁을 할 수 있는 실무형 총리가 필요하다는 현실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친박 대권후보냐? 김기춘 입지 강화냐?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안 내정자의 발탁이 무난한 인사라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은 “안대희 전 대법관은 강단과 강직성이 있는 분”이라며 “그런 점에서 헝클어진 사회를 잘 추슬러 강단 있게 사회를 끌고 가는 데 상당한 적합성 있는 인사”라고 말했다.

유일호 의원도 “박 대통령과 뜻이 맞지 않을 때는 쓴소리도 할 수 있는 분”이라며 “안 전 대법관이 차기 총리의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무감각이) 부족한 측면이 없지 않을 텐데 반대로 그게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것일 수 있다”며 “총선·대선에서 우리 당에 역할을 해주신 것도 있어 법관의 옛날 이미지로만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통령에게 쓴소리는 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게 흘러나오고 있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유임된 이상 안 내정자가 박 대통령에게 국정에 대한 쓴소리를 하기도 전에 막힐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남재준 국정원장과 김장수 안보실장은 경질됐으나 김 비서실장이 살아남으면서 ‘김기춘 시대’가 도래한 데다 같은 검찰 출신으로 선후배라는 상명하복의 관계가 여전히 작용할 것으로 진단하기도 한다.

실제 안 내정자는 “김 실장에 비하면 나는 발바닥이다. 우리 아이큐가 130~140 수준이라면 그분은 170대”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를 비춰볼 때 김 실장을 대하며 총리에 걸맞는 자세를 취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야당에서 “최악”이라고 폄하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새정치연합 한정애 대변인은 “박근혜정부 2기는 ‘김기춘 체제’ 강화”라며 “박 대통령이 안대희 전 대법관을 국무총리로 내정했다. 지금 이 시점에서 김기춘 실장의 교체 없는 인적 쇄신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정홍원 총리에 이어 검찰 출신을 연속 기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는데, 이는 국민화합, 국민통합 그리고 세월호 참사로 인해 아파하는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주기를 바랐던 국민적 기대를 철저하게 외면한 것”이라며 “세월호 참사로 상처받은 민심을 추스르기에 적절한 인사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같은 검찰 출신인 김 비서실장과 안 내정자의 역학 구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쪽 판사’로 불리는 이회창 전 총리가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부딪쳤던 전례가 있다. 이를 의식해 김 비서실장이 안 내정자를 어느 정도 견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반해 안 내정자가 일각에서 제기되는 우려를 불식하고 대통령에게 직언을 한다면 이 전 총리와 같이 대권 후보로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대권후보로 김무성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 홍준표 경남지사 후보, 원희룡 제주지사 후보 등 차기 대권후보가 거론되고 있으나 친박계 대권 후보는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과연 안 내정자가 김 비서실장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에게 직언해 대통령 후보로 거론될 것인지, 아니면 김 비서실장의 견제에 막힐 것인지가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7122love@ilyoseoul.co.kr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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