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로 사회적 지위나 위치 평가” 43%

[일요서울 | 이기수 대기자] 자동차는 이제 생필품처럼 인식된다.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대국답게 우리 사회는 진정한 의미의 마이카 시대에 접어들었다. 언덕길을 올라가야 하는 가파른 달동네에 가더라도 어김없이 늘어선 차들 때문에 보행이 어려울 정도로 자동차는 우리 생활 속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이젠 누군가에게 자동차에 관한 질문을 할 때, ‘차가 있는냐’는 질문 대신 ‘어떤 차종’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묻곤 한다. 과거에는 경차와 소형차, 중형차, 대형차 등 단순히 배기량의 크기에 따라 구분되던 자동차가 이젠 세단, SUV, 해치백, 왜건 등과 같이 디자인이나 사용목적에 따라 구분될 만큼 종류가 다양해졌다. 또 레저 활동이 활발해진 요즘에는 외국 영화에서나 등장하던 캠핑카도 눈에 자주 띈다.
소비자들 역시 개인의 개성과 용도에 따라 차량을 능동적으로 선택하기 시작했다. 특히 ‘세단’ 일색이던 과거와 달리, 여가 및 레저 활동이 확대되면서 SUV, 해치백 등의 차량이 인기를 모으는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요즘은 수입외제차도 눈에 많이 띄는데 변호사, 의사 등 전문가집단 뿐만 아니라 고액연봉을 받는 골드미스족과 젊은층을 중심으로 외제차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개성과 디자인을 중시하는 젊은층의 선호도가 외제차로 몰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BMW에서 생산하는 ‘미니’ 라는 수입차는 다소 클래식한 분위기에 가격도 3000만원 대로 만만치 않은데 오히려 젊은층으로부터 인기가 높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나타나 K5 등 국산 중형차를 사느니 차라리 디자인이 독특한 수입차를 타겠다는 생각이다.

비슷한 가격대면 외제차 산다
과거에 비해 연비와 유지비 등 실용적인 측면을 중시하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차량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하이브리드 차량의 인기도가 점차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자동차는 한국사회에서 개인의 부와 사회적 계급을 나타내는 상징이기도 하다. 아무리 실용성이 강조되고 개인의 개성이 중요시 된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자동차의 브랜드와 크기에 따라 개인의 사회적 지위나 위치를 평가하는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변호사나 의사들이 개업을 하자마자 맨 처음 하는 일이 무리를 해서라도 대형 럭셔리세단을 구입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주위사람들에게 럭셔리 세단을 타는 모습을 보여줘야 체면도 서고, 그 지위에 맞는 연봉을 벌고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또 변호사들은 대형차를 타고 다녀야 영업(마케팅)활동이 수월하다는 이유를 꼽기도 한다. 모두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리서치회사인 ‘엠브레인’ 이 가족 또는 자차 구입 시 영향력이 높은 전국의 만 30~59세 운전경험자 9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2.9%가 ‘자동차가 자신의 사회적 지위 및 위치를 표현하는 수단’ 이라는 데 동의했다. 특히 30대의 경우는 이보다 더 높게 절반가량(50.3%)이 자동차를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연관시켜 바라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생각비율은 40대의 경우41.7%, 50대의 경우는 36.7%로 나타나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사회적 지위나 위치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입하고 싶은 차종 1위는 ‘SUV’
차량 구입 시 주요 고려 요인으로는(중복응답) 연비(48.1%)를 단연 으뜸으로 꼽았고 그 다음으로 가격대비 가치(45.9%), 유지비(37.9%), 승차감(33.6%) 순으로 나타났다.
차량용도로는 출퇴근 및 통학용이 62.3% 로 가장 높게 나타났지만 가족 여행 및 장거리 이동용(47.1%), 마트장보기 및 자녀통학을 위한 근거리 이동용(43.6%)도 높게 나타나 자동차가 실생활 깊숙이 들어와있음을 보여주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차량은 세단형(68.1%)이 가장 많았고 SUV(24.0%), 해치백(8.0%) 순으로 나타났다. 세단을 구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승차감을 꼽았다. 그러나 현재 소유차량 외에 앞으로 구입희망 차량을 묻는 질문에는 SUV 차량(68.8%)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 자동차 선호도의 변화를 엿볼 수 있었다.
특히 SUV를 타고 있거나 향후 구입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이용목적으로 ‘가족 여행 및 장거리 여행용’(65.1%), ‘주말 취미활동, 레저용’(71.8%) 등을 꼽았다.
세단과 SUV는 과연 어떤 사람들이 주로 운전할까?
세단과 SUV 에 대한 이미지를 조사한 결과, 운전자 연령대별로 재미난 결과가 나타났다.
대체로 세단은 ‘40대 중반’ 의 ‘여성적 이미지’ 가 SUV 차량에 비해 강하게 나타났다. 즉 세단을 주로 타는 사람들은 40대 중반의 여성적 이미지가 강하다는 얘기다. 반면 SUV 차량은 상대적으로 ‘남성적’ 이면서 ‘30대 후반’ 의 운전자가 운전을 하는 젊은 이미지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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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수 기자 o-ing58@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