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리 vs 밀크카우…소송 중
소프트리 vs 밀크카우…소송 중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4-05-26 13:13
  • 승인 2014.05.26 13:13
  • 호수 1047
  • 3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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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 아이스크림 파라핀 논란

건강한 아이스크림 모습 뒤로 소비자 우롱
업계 라이벌 간 치열한 공방전에 혼란 가중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잘나가던 벌집 아이스크림 업계가 한순간에 벌집 쑤셔놓은 모양새가 됐다. 건강한 먹거리라는 말과는 달리 ‘파라핀’ 성분이 벌꿀로 둔갑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그동안 판매업체의 말만 믿고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던 소비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일부 업체들은 결백을 주장하고 나선 상태다. 뿐만 아니라 업계의 양대산맥인 소프트리와 밀크카우가 소송전을 벌이고 있어 진흙탕 싸움이 예고되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은 벌집아이스크림 논란의 현주소와 양사 싸움의 내막을 들여다봤다.

지난 19일 [일요서울]이 방문한 벌집 아이스크림 매장 앞은 한산했다. 그동안 어느 곳에 가도 문전성시를 이루며 긴 줄을 지어 서 있던 손님들이 있던 풍경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주변을 지나가는 행인들 사이에서는 “벌꿀 저거 먹으면 안된대”라는 내용을 주제로 대화를 하며 지나가는 일도 흔하게 목격됐다. 벌집아이스크림을 둘러싼 파라핀 논란의 영향이 큰 모양새다.

벌집 아이스크림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 16일 종합편성채널 채널A ‘이영돈PD의 먹거리 X파일’을 통해서부터 시작됐다. 해당 프로는 아이스크림 위에 올려주는 천연 벌꿀과 벌집이 사실은 양초나 크레파스의 주원료인 ‘파라핀’ 성분이 들어있는 ‘소초’라고 지적했다. 소초는 양봉자재로 벌이 쉽게 꿀을 모을 수 있도록 육각형 집 모양 틀을 잡아 놓은 기초판이다.

방송에 따르면 벌꿀을 올려주는 아이스크림에 들어있는 벌집에서 딱딱하고 씹을 수 없는 부분을 발견했고, 그것은 양초의 주성분인 파라핀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양봉업자가 인터뷰에서 “석유로 만든 것”이라고 말해 더욱 큰 논란이 됐다. 업체들이 천연재료, 건강한 먹거리라고 말해왔던 것과는 상반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 소비자 A씨는 “그동안 몸에 좋은 간식이라고 생각하며 아이들에게 자주 먹였는데 너무 후회된다”면서 “이제는 벌집 아이스크림을 쳐다보기도 싫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 B씨는 “방송이 나오기 전까지 프랜차이즈 사업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이번 논란으로 마음을 완전히 접었다”면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이처럼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몇몇 업체들은 발 벗고 나서 결백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스타 셰프라 불리는 레이먼킴이 운영하는 ‘캐틀앤비’는 직접 레이먼 킴이 자신의 SNS를 통해 “캐틀앤비는 100% 천연꿀을 쓰며 파라핀이 아니라 밀로 만드는 소초를 쓴다”고 밝혔다. 이어 벌집 아이스크림 제품 원료에 대한 시험성적서를 공개했다. 스위트럭은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점주가 SNS를 통해 “파라핀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밝히며 법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 외에도 브랜드 ‘밀크카우’ 역시 “자사는 순 밀 또는 천연 성분의 벌집만을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으며 소프트리는 지난 4월 말부터 5월 말까지 벌집 아이스크림의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시기상 꽃이 피기 전에는 꿀을 모을 수 없고, 수요가 늘어나면서 판매를 중단하기에 이른 것이다.

가맹점주 2차 피해 확산

이처럼 업계가 벌집을 쑤신 듯 난리가 난 상황에서 원조 브랜드에 해당하는 소프트리와 밀크카우는 양사간의 자존심대결까지 벌이고 있는 상태다. 소프트리 측에서 밀크카우가 자사의 벌집이 천연 성분임을 밝히면서 제시한 자료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소프트리는 홍보대행사 피알원을 통해 “소프트리만이 양봉협회와 공식 MOU(양해각서)를 체결한 유일한 업체”라고 주장하는 보도자료를 대대적으로 배포했다.

그런데 양봉협회는 현재 이 같은 성명서를 발표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밀크카우 측도 이 같은 피알원 측의 자료배포에 맞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밀크카우 관계자는 “양봉협회에서 관계가 없다고 밝힌 피알원의 주장으로 개인 점주들의 경영 상황이 말도 못할 정도로 악화됐다”며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업체끼리 최소한의 상도의를 지키지 않는 모습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프트리 역시 이들의 주장에 반박 증거들을 제시하며 황당함을 호소하고 있는 상태다. 피알원 관계자는 “피알원은 파라핀 논란이 일어난 후 소프트리의 홍보 업무를 의뢰받았고, 소프트리 측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발표한 것인데 이것이 부정당하고 있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양봉협회에서 만들어 직접 직인까지 찍은 자료가 있는데 현재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고 주장했다.

소프트리와 밀크카우는 파라핀 진실 공방전이 일어나기 이전부터 디자인 침해와 관련해 소송전이 벌어진 상태다. 때문에 이 같은 공방은 더욱 치열한 법정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한편, 이 같은 싸움과 논란 속에 소비자들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모습이다. 아직까지 파라핀 성분이 들어간 소초를 사용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업체가 나타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저마다 해명을 하면서 소비자들은 어느 것을 믿어야 할지에 대한 기준이 없어 더욱 갈팡질팡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맹점주들의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벌꿀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오픈한 점주들은 억대의 돈을 들여 오픈한 매장이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는 곳이 돼 버린 것이다.

한 매장 관계자는 “파라핀 논란이 일어나면서 손님이 급격히 줄었다”면서 “방송을 보고 사실이냐고 되물어오는 전화가 빗발쳤고 욕설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에 보도된 것처럼 ‘파라핀’을 사용하는 업체가 어딘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억울하다고 외쳐도 믿어주는 사람들이 없다는 게 답답하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유행과 인기에 따라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가맹점들을 우후죽순으로 늘리며 무리하게 확장한 것이 이 같은 결과를 불러일으킨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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