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 구조조정 이행 촉구 최후통첩 ‘강수’
유동성 위기 구조조정 이행 촉구 최후통첩 ‘강수’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4-05-26 11:17
  • 승인 2014.05.26 11:17
  • 호수 1047
  • 2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수현-김준기 극비 회동 막후

청와대發 압박 카드였나…업계 다양한 추측 무성
동부제철 인천공장·당진발전 매각이 관건일 듯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최수현 금융감독원장과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극비 회동을 했다는 사실이 지난 19일 [일요서울] 취재 결과 확인됐다. 서울 모처에서 직접 만난 두 수장은 구조조정 자구계획 이행과 관련된 사항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울러 금융권은 금융당국이 동부그룹의 구조조정 이행을 촉구하면서 앞으로의 사전 압박용으로 이번 회동을 추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동부 측도 정부와 채권단 방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일각에선 “제2의 동양 사태를 우려한 청와대가 직접 지시한 사항이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을 만난 최 원장은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그룹의 신인도가 하락해 핵심 계열사인 동부 금융계열사에 대한 그룹의 지배력도 약화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구조조정을 조속히 마무리지어 달라는 주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과 동부그룹 역시 이를 인정했다. 양 측 관계자들은 “최 원장과 김 회장이 만난 것이 사실이고, 구조조정과 관련된 사항을 전반적으로 논의했다는 것 역시 사실”이라고 전했다.

금감원 수뇌부가 직접 동부그룹 금융 계열사 경영권 문제를 제기한 것은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이와 같은 압박 카드를 쓴 것으로 분석된다. 동부그룹 내 60% 정도의 비중을 가진 금융계열사 경영권을 내세워 구조조정의 속도를 내겠다는 판단인 것이다.

금감원 수뇌부와 동부그룹 수뇌부가 회동한 것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도 이와 같은 분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달 조영제 금감원 부원장은 동부그룹 임원진과 만나 신속한 구조조정을 당부한 바 있다. 또 최 원장과 김 회장 회동 이후에도 별도로 동부그룹 임원진을 재차 불러 구조조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상황이 이쯤 되자 최 원장이 직접 움직인 배경에도 관심이 몰린다.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단순히 수뇌부가 움직인 것이 아니라 최 원장이 직접 김 회장을 만나 구조조정을 압박했다는 점은 청와대의 지시에 따랐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동양그룹과 STX 등 재벌그룹의 침몰로 청와대가 동부그룹에 조속한 구조조정 신호를 보내 위기감을 해소한다는 이야기다.

그도 그럴 것이 금감원의 여러 특성 상 독자적으로 그룹 구조조정에 대해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점과 박근혜 정부가 경제 회생과 일자리 창출을 과제로 삼고 있다는 점은 대기업들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충분한 근거가 되고 있다.

다만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최 원장이 직접 결정을 내리고 동부그룹으로 향했을 것으로 본다”며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을 수도 있지만 이번 최 원장의 움직임에선 전혀 교류가 없었다고 판단된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또 현재 금융당국은 동부그룹 측에 김 회장을 비롯해 장남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의 금융계열사 지분을 후순위 담보로 거론하는 등 강수를 둔 상태다. 이처럼 금융당국의 구체적인 의중이 동부그룹 측에 전달됐기 때문에 이제 선택은 동부의 몫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행 상태는?

그러나 동부그룹은 현재 구조조정이 본격화 돼가고 있지만 일부는 아직 순항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감원과의 의견 차이를 좁히는 것도 지상 과제다. 먼저 동부그룹은 김 부장의 지분과 관련해 비금융 계열사의 채무와 관련이 없는 금융권 계열사의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도 포스코에 매각하기로 하는 등 구조조정안에 대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합의했지만 합리적인 매각을 여전히 주장하며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결국 약 6000억 원 수준의 동부익스프레스는 매각 본 계약이 체결되며 한숨을 돌렸지만 다른 계획들은 아직 성과라고 보기엔 미흡한 상황이다. 동부특수강과 동부제철당진항만은 일단 산업은행이 사모펀드를 조성해 인수할 예정으로 약 2500억 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동부하이텍도 노무라증권을 주관사로 매각작업이 진행 중이다.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당진발전의 패키지 매각은 현재 포스코가 실사 진행중이다. 다만 동부그룹은 매각가치를 높이기 위해 인천공장과 당진발전의 개별매각을 원했지만 채권금융기관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당초 동부가 내놓은 3조 원 규모의 자구안중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당진발전의 가치가 절반 가량으로 1조5000억 원 수준인데 이를 감안하면 익스프레스 본 계약 체결이 중요한 게 아니다. 만약 동부가 예상했던 것보다 낮은 가격에서 매각이 이뤄진다면 구조조정의 효과 역시 반감될 가능성도 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동부익스프레스 매각은 본 계약이 체결됐고, 특수강과 당진항만은 산업은행 인수가 결정됐다.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은 포스코 실사중으로 모든 과정이 원만하게 진행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구조조정 압박을 위한 회동이었다는 점에 대해선 “최 원장과 김 회장이 만난 지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았다. 최 원장과 김 회장의 회동으로 구조조정 일정이 변했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원래부터 진행이 되어 가는 과정이었고 이러한 과정의 일환으로 최 원장과 김 회장이 만남을 가졌을 뿐, 특별히 확대 해석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동부그룹은 지난해 초부터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철강업이나 건설업 모두 수년간 업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뒤 동부그룹은 지난해 11월 매각 등을 포함한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동부제철은 동부당진항만운영 파이낸싱, 유상증자, 유가증권 매각, 인천공장 매각, 자회사인 동부특수강 기업공개 등의 자구책을 통해 2015년까지 1조 원가량의 자금을 마련해 2015년 말 차입금 규모를 9000억 원 이하로 낮추고 부채비율도 140% 이하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동부건설도 60%의 지분을 보유한 동부발전당진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더불어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50%와 더불어 동부팜한농 유휴부지와 동부메탈·동부하이텍도 매각하기로 했다.

이 모든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6조3000억 원에 이르는 차입금이 2015년까지 2조9000억 원 수준으로 낮아진다고 동부그룹은 추정한 바 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