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이지혜 기자] 딸과 헤어지라고 요구한 여자 친구 부모에게 앙심을 품고 살해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대구 달서경찰서는 자신과 사귀다 헤어진 여자친구 A씨의 부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고, A를 감금,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로 장모(24)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대학 선후배 사이였던 장씨와 A씨는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2개월 간 연인사이였다. 그러나 장씨가 술을 마시고 A씨를 폭행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자 A씨의 부모는 고민 끝에 경북 상주시에 살고 있는 장씨의 부모를 찾아갔다. 그리고 “아들과 우리 딸이 만나지 못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로 인해 A씨와 헤어지게 된 장씨는 앙심을 품고 A씨 부모의 살인을 계획했다. 그리고 지난 19일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그는 오후 5시30분께 배관수리공 행세를 하며 A씨의 집을 방문했다. 장씨는 5분 정도 내부를 둘러보고 밖으로 나왔다가 50분 뒤인 오후 6시20분께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온 흉기로 화장실에서 A씨의 모친을 찌른 뒤 현관에서는 A씨의 부친을 찔러 살해했다. 범행 후 장씨는 A씨 부모의 시신 옆에서 술을 마시며 A씨를 기다렸다.
A씨는 20일 오전 0시30분께 집으로 돌아왔고 그로부터 8시간 동안 집에 감금됐다. A씨는 오전 9시께 장씨의 눈을 피해 아파트 4층에서 뛰어내렸고 이를 발견한 인근 주민이 경찰에 신고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다행히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로 의식을 회복한 A씨는 경찰에서 “전 남자친구가 범인”이라고 지목했다. 경찰 역시 아파트 폐쇄회로(CCTV)에서 오전 9시18분쯤 피 묻은 헝겊으로 오른손을 감싼 채 밖으로 빠져나오는 장씨의 모습을 확인했다.
경찰은 오후 1시 경북 경산시내에 위치한 자취방에서 장씨를 체포했다. 당시 장씨는 만취 상태였으며 피 묻은 바지 등 범행 당시 입고 있던 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장씨가 집안에 다른 사람이 있는지 확인한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장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에 대해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표창원 소장은 “사전에 징후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표 소장은 지난 21일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딸과의 교제를 반대한 부모에 대한 복수 심리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며 “교제 반대를 자기 자신의 인격이나 존재에 대한 거절, 무시로 받아들인 것으로 상당히 심각한 성격적 혹은 인격적 결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표 소장은 이어 유사 범죄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이런 범죄는 삼국시대에도 있었지만 최근에 증가한 것은 사실”이라며 “범죄자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과 배경에 우리 사회의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표 소장은 “부모의 잘못된 양육,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부터 문제가 생기다보니 인간관계가 폐쇄적이 되고 주변 상황을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게 된다”며 “우리사회가 심각한 사회적 질병에 걸려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표 소장은 “이성친구가 다른 이성과의 만남과 전화통화를 간섭하는 것을 질투라고 오해하지만 이는 대단히 위험한 징후”라며 “거절이나 의견 차이를 받아들이고 존중하느냐 여부와 차별, 권위주의적 태도를 가진 이성을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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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