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고뛰는 해안경비대·해상보안청 외국은 독립추세인데…
날고뛰는 해안경비대·해상보안청 외국은 독립추세인데…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4-05-26 10:25
  • 승인 2014.05.26 10:25
  • 호수 1047
  • 1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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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해경

국가안전처·경찰청에 이관…구난구조 주력
내실있는 조직 구성, 최첨단 장비 보유해야

▲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해경 해체’ 선언 후 후폭풍이 거세다. 해양경찰청은 1953년 신설됐다. 해양주권선 평화선을 수호하고, 어업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경비정 6척, 인력 658명으로 출범했다. 당시 내무부 치안국소속으로 신설된 해경은 이후 해양경찰대, 1991년 이후에는 경찰청 소속 해양경찰청으로 변경됐다. 해경은 지난 10여 년 동안 정부 부처 17개 외청 중 인력과 예산 규모가 4위일 정도로 거대한 조직으로 변모했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부실한 초기대응과 무능한 수색 작업 능력 등으로 비난과 질타를 받다 61년 만에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해경은 본청을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두고 산하에 동해·서해·남해·제주 등 4개 지방해양경찰청, 1개 직할서, 17개의 해양경찰서를 두고 있다. 부속기관으로는 여수 해양경찰교육원, 부산 정비창이 있다.

독도 해역 경비함 삼봉호(5천t급)를 비롯, 전국적으로 경비함정 303척과 형사기동정, 방제정, 광역초계기 챌린저호 등 24대를 보유하고 있다.

또 전국에 1만1600명이 경비구난, 해상교통 안전관리, 해상치안, 해양환경보전, 해양오염방제, 국제교류협력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예산 규모는 연간 1조1000억 원에 달한다. 짧은 기간 급성장했던 만큼 해체 후 폭풍이 만만치 않다.

가장 많이 흔들리는 것은 역시 해경 직원들이다. 해경에 따르면 22일까지 명예퇴직 신청자는 총 44명이다. 지난해 전체 명퇴자 수는 47명이었다. 명예퇴직 신청은 세월호 참사 이후 집중돼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3차 명예퇴직 신청 기간에만 26명이 신청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9일 ‘해경 해체’ 방침을 전격 발표한 이후 수시 명예퇴직 신청 문의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도 해경 해체 선언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해경해체의 원인은 세월호 침몰당시 부실한 초기대응과 무능한 수색작업 능력이었다. 그래서 결국 박 대통령은 이 부분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해경 해체를 선언한 것이다.

근본 원인 파악이 먼저 “해경해체는 일종의 폭거”

하지만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표창원 소장은 지난 20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해경 해체는 무조건 잘못된 답”이라고 주장했다. “해경이 골든타임 때 304명을 모두 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도 구하지 못한 것은 큰 잘못”이라면서 “그러나 정부 또한 ‘해경 해체’라는 대책을 섣부르게 내놓기 전에 구조 실패의 근본 원인부터 명확히 진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표 소장은 “낙하산 등 조직적인 문제, 예산 배정의 문제, 교육 훈련의 문제, 장비 부족 문제 등을 충분히 따져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대학교 해양경찰학과 장덕종 교수는 “전혀 상이한 조직들이 한 처에 구성되는데 제대로 돌아갈 것이냐에 대해서는 회의가 듭니다. 선진 외국같은 경우는 대부분의 해양경찰 기능을 독립외청, 독립기관으로서 수행하고 있습니다”라며 조직해체에 대해 우려했다.

대표적인 보수논객인 조갑제닷컴의 조갑제 대표는 19일 홈페이지에 “해경 해체는 국가의 안전 및 안보와 관련된 주요 기관을 없애는 일로서 해양국가에선 유례가 없는 일종의 폭거”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해경의 구조업무가 사실상 실패했다는 박 대통령의 말은 사실과 다르다. 해경은 해난 사고 역사상 유례가 드문 큰 사고였음에도 172명을 구조했다”며 “배가 완전히 전복되는 상황에서 선실에 들어가는 이상적인 구조 작업은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했다”고 해경의 초동 대처를 평가했다.

주목 받는 해안경비대·해상보안청

해경해체를 둘러싼 다양한 비판 속에서도 해경은 이제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 대국민 담화에서 박 대통령이 밝힌 대로 해경의 업무였던 해양구조·구난·경비는 신설하는 국가안전처로, 정보와 수사업무는 경찰청으로 이관할 예정이다.

청와대 소식통에 따르면 해경 폐지는 박 대통령이 직접 선택한 카드다. 박 대통령은 미국의 해안경비대, 일본의 해상보안청의 사례를 보고받고 이들 기구가 구난 구조를 첫 번째 임무로 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 해경은 경찰 업무를 주로 하는 데 강한 문제의식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해안경비대는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의 해안경비 및 구난을 목적으로 하는 군사 조직이다. 미군을 구성하는 5군은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해안경비대로 구성돼 있다. 해안경비대는 이 중 가장 작은 군이다. 평시 때는 국토안보부 소속이지만 전시 때는 해군의 지휘를 받는다.

이들은 해양에서의 인명구조부터 환자수송, 국경지역, 해양에서의 밀입국자 수색과 체포, 범죄자 추적, 마약단속, 밀수단속 등의 상당히 위험한 고강도 임무를 수행한다. 그결과 해양 법 집행 능력이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역 41,873명, 예비역 30,000명, 경비함 244척, 소형 함정 1844척, 항공기 204대를 보유하고 있다.

해안경비대의 가장 큰 특징은 주 임무가 구조에 있다는 점이다. ‘최초 대응자(The First Responder)’로 불리는 이들은 204대의 항공기로 어느 지역이든 사고가 발생하면 즉각 투입될 수 있는 즉응체제를 갖추고 있다.

실제 이들은 지난 2009년 1월 15일 승객 150명을 태운 여객기가 허드슨강에 불시착하는 사고에 직면했을 때 헬기와 구조선을 급파해 불시착 3분 만에 승객 전원을 구출해 냈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1948년 일본의 영해수비기관으로 만들어졌다. 국토교통성 소속의 외국이다. 해상의 안전과 치안의 유지를 목적으로 하며 해난시 구조·해상교통의 안전·재난 방지와 환경 보전·치안 유지 등을 주요 업무로 한다. 하지만 해양 주권의 보호를 위한 영해의 경비와 해양 조사도 수행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연안 경비대와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직원은 약 1만 2천 명이다. 해보나 보안청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해양법 집행 능력은 세계 3위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해상재난이 발생하면 베테랑 잠수사 36명으로 구성된 특수구난대를 항공기와 헬기로 급파한다. 그 결과 지금까지 구조율 96%를 기록하고 있다.

해경의 인력과 예산 규모는 정부부처 17개중 4위다. 내실은 기하지 못한 채 외형만 키운 셈이다. 사실 해경에도 다양한 대형·특수 해양 재난상황에 신속하고 완벽하게 대응하기 위해 특수구조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해경 특수구조단은 현재 부산 남해청 소속으로 모두 11명이다. 이 가운데 행정인력 2명과 단장을 제외하면 심해잠수 담당 특수구조팀 인력은 8명 뿐이다. 게다가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자체 헬기가 없어 특수구조단은 육로를 이용해 김해공항과 목포공항 등을 돌아 세월호가 침몰한 이후에야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인력과 보유장비 역시 열악한 수준이다.
freeore@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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