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씨는 지난 8월 서울 강남에서 만난 박모(41·여)씨에게 5백만원을 받고 필로폰 4.7g을 판 혐의를 받고 있는데, 문제는 송씨가 과연 박씨에게만 마약을 팔았는가 하는 점이다. 조수연 검사는 “송씨는 구속 당시 마약을 소지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얼마나 유통시켰는지 파악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검찰은 만약 송씨가 소지하고 있던 마약을 다른 곳으로 빼돌렸다면 공범이 있을 것으로 보고 주변인들을 대상으로 계속 수사를 펴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송씨가 유명 작곡가로 이름이 알려진 인물인 만큼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인물이 연예인이거나 연예 관계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연예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현재까지 마약으로 적발된 연예인들 가운데 가수들이 가장 많다는 점을 감안, 이번 사건이 가요계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있다.
이런 전망은 단순히 송씨가 구속됐기 때문에 나오는 것은 아니다. 사실 지난 9월 중순경 연예가에서는 가요계를 비롯한 연예계 전반에 걸쳐 조만간 단속의 회오리가 몰아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었다. 소문 속에는 ‘검·경찰이 구체적인 ‘연예가 약쟁이’ 리스트를 확보하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 충격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이 소문내용에는 인기 모 혼성 댄스 그룹 소속 가수A와 최근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탤런트 B모씨 등 몇몇 연예인들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었다. 소문의 내용에 따르면 조만간 경찰이 연예인들과 연예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집중 단속을 펼 예정인데, 이 때문에 일부 혐의가 있는 연예계 관계자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고 밝혔다. 소문에 의하면 또 경찰이 확보한 마약 투약 용의자 리스트에는 A외에도 B군, C양 등이 포함돼 있다며, 이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암암리에 혈액 세척을 하는가 하면 정보를 입수하고 해외로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는 기존에 떠도는 루머와는 다르게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빠른 속도로 연예가에 확산됐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소문이 떠돌 당시 소문에 거론된 인사들 몇몇은 실제로 연락이 잘 닿지 않거나 행방이 묘연해 더욱 의혹을 증폭시켰다. 이에 일부에서는 한술 더 떠 이들이 마약투약혐의로 구속된 적 있는 모 연예인처럼 머리를 삭발하고 체모를 제거하는 수법으로 단속을 피하려다 보니 부득이하게 사람들 앞에 나타날 수 없게 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돌았다. 그러나 강남 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연예인 누가 투약을 한 것 같다는 신고나 제보는 아직 받은 것이 없다”며 “연예계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늘 그런 소문이 나도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요즘 경찰이 연예인들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는 하다”면서 “내가 알기로는 그동안 예의주시해왔던 인물들에 대해 본격적인 동향파악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해외로 나갔다 들어오는 연예인들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리스트 여부에 대해 묻자 더 이상의 대답을 회피하면서 “현재 일부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까지는 말해 줄 수 없다”고만 전했다.검찰은 한편 송씨가 필로폰을 입수하게 된 경위를 조사한 뒤 투약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키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모발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연예 관계자 “12월은 약물 복용의 달”
가수들, 연말 콘서트·방송출연 등무리한 일정 소화 위해 마약 유혹송씨 사건을 계기로 연예계 마약 수사가 확대될 것으로 보이면서 이와 관련한 소문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특히 가요계의 분위기는 미묘하게 동요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수년간 모 음반사의 이사로 재직하며 신인발굴에 앞장서고 있는 K모(나이 미상·남)씨는 “이번에 송씨가 구속돼 나도 충격이었다. 전부터 가요계에 이상한 소문이 퍼지더니 이번에 송씨가 구속되면서 그 소문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제는 마약과 관련한 별별 소문이 다 나돌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가수들은 그렇지 않지만 일부 가수들의 경우 연말에 콘서트와 방송출연 등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마약을 투약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K씨는 “송씨는 히트곡을 수 차례 탄생시킨바 있어 주변에 가까이 지내는 가수들이 몇몇 있는데, 이들에게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K씨의 말처럼 송씨가 구속되면서 검찰은 송씨로부터 약을 샀거나 그와 함께 투약을 한 사람을 가려내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요계에서는 이번 송씨의 구속은 검찰이 인지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신고로 이루어졌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는 상태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송씨에 대한 상당히 구체적인 자료가 검찰에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따라 검찰의 송씨 구속 내막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지환 jjd@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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