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중국법인 설립 당시부터 부임, 설립에서 초기 운영까지를 진두지휘한 뒤 귀국, 2년여 후 다시 부임해 왔다고 한다. 그러한 그에게 ‘용재무용론’이라는 항간의 푸념을 꺼내자 피식 웃은 뒤 여러 도움 말을 들려준다. 그의 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인재건 용재건 중국에는 유용하게 쓸 만한 사람이 무궁무진하다. 중국에서 사람 없다고 한탄함이 타당한가. 그럼에도 인재타령 운운하는 것은 자기들 방식을 너무 고집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한국이 아닌 중국에 나와 있다. 다시 말해 중국적 시스템도 충분히 고려함이 마땅하다. 중국에서 ‘돈 벌고 싶으면’ 당연히 한국을 잊어야 한다는 말이다.
“내 돈 투자하여 내 사람 찾겠다는데 무슨 말이 많은가라고 생각되겠죠. 지당한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런 고집이 곧 한국 귀국을 재촉하는 첩경임을 알아야 해요. 중국은 인력채용부터 대우문제, 각종 후생복리제도 등이 한국과 너무 달라요. 뿐만 아니라 광대한 나라이니 만큼 각 개인을 둘러싼 기본적 사고와 문화, 관습 역시 천차만별인데 이를 전혀 고려치 않은 채 낯선 한국적 틀 안에 쑤셔넣으려니 잘 되겠습니까? 바로 단일민족에서 오는 우리의 부정적 측면, 우리의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배타적 사고를 먼저 고쳐야 합니다.”사실 중국에는 인력이 넘쳐난다.
저임금 단순 노동자들은 아직 지천으로 널려있으며 숙련된 기술인력과 각 분야 전문인력들 또한 끊임없이 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이 급격히 세계의 제조공장으로 부상하면서 분야에 따라서는 전문인력에 대한 공급이 수요를 채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빚어지기도 한다. 이로 인해 석`박사 출신의 고학력자보다도 더 높은 임금을 제시해도 이들 숙련공들을 채용하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 실제로 한 통계에 의하면 상하이와 인접한 쩌장성의 경우, 기계전문 수리인력 7:1, 전기수리공 3:1 그리고 용접공은 21:1이라는 공급부족 현상을 보이고 있다.
“상하이나 쩌장, 광저우 등 동부연안에만 국한하지 말고 중국 내륙으로 눈을 돌리면 해결책이 보일 겁니다. 중국대륙의 서부지역이나 내륙지역에는 아직도 이들 전문인력이 많고 임금도 동부연안보다 훨씬 저렴한 상태이기 때문이죠.”중국인 변호사 짐(Jim, 30대, 남)의 충고다. 외국기업들이 너무 한 곳으로만 과열 집중되고 있으니 중국의 내륙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의 말에도 일리가 있기는 있다. 그렇지만 이들 내륙지역의 인프라는 너무 열악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외국기업이 진출하기란 쉽지 않다. 이렇게 볼 때 아직은 동부연안 지역을 중심으로 부족한 인력을 서로 경쟁적으로 낚아채듯 해야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 한국기업들은 중국사회의 높은 이직률에 대해 하소연한다. 기껏 가르쳐 놓아 쓸만할 때면 훌훌 떠나버리니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로 인한 기술유출 또한 적잖이 우려되는 상황인데 앞서 밝힌 부산출신 기업인도 재중 한국기업인들로부터 이러한 고충을 듣고있는 터라 벌써부터 긴장하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접하고 있는 재중 한국 기업인들도 인력채용도 그렇지만 더욱 힘든 것이 바로 인력을 ‘계속 붙잡아두는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 주목해야 할 한가지가 있다. 바로 이러한 이직현상은 유감스럽게도 재중 외국기업중 특히 한국계 기업에서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그 이유에 대해 상하이 소재 리쿠르트 업체인 우왕상무 자문공사는 다음과 같이 밝힌다. “한국기업은 인력난을 주로 임금인상으로 해결하려 하는데요, 이는 일을 더 어렵게 하는 악수(惡手)일 뿐입니다. 외국기업으로의 취직을 원하는 중국인들에게 있어 한국기업은 외국기업중 인기가 가장 낮습니다. 이는 한국기업의 수직적 관계 중시, 한국방식의 배타적 고집, 상명하달로만 일관하는 현지법인 중추부, 그리고 회사에 대한 암묵적인 충성심 요구등에서 기인됩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환경은 중국인들에게 매우 생소한 것이 기도 합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인해 한국기업의 이러한 기업환경이 바뀌지 않는 한 아무리 임금을 많이 준들 한국기업에 근무하는 중국인들의 재직기간이 다른 외국계 기업에서의 그것보다 계속 짧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데 기자는 중국생활속에 중국인들로 부터 한국계 기업에 대한 위와 같은 고언을 이미 적잖이 듣고 있는 상태이다.
결국 이렇게 볼 때 중국인들의 잦은 이직현상은 직장에 대한 우리와 중국과의 다른 인식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가 된 뒤로 어디에서든지 ‘평등’을 전면에 내세우게 된 중국이 아닌가. 물론 너무 평등만 내세우다보니 그로 인한 사회적 폐해 또한 극심한 것도 오늘날 중국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는 싫건 좋건, 합리적이건 불합리적이건 간에 이러한 모습도 중국사회의 엄연한 한 단면으로 인정, 수용할 필요가 있다. 재중 한국기업들은 바로 이 점을 간과, 더 합리적이며 더 낫다는 생각에 우리 방식으로 중국사회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중국인들, 특히 고학력자나 숙련공, 전문인력들처럼 품귀현상을 빚는 그들은 ‘그들이 지내기에’ 더욱 나은 환경을 찾아 미련없이 회사를 떠나게 된다. 잦은 이직에 대해 좋지 못한 시선을 지닌 우리와는 달리 중국사회에서의 이직은 자신의 능력을 나타내는 척도이기도 하므로 전문인력들이 골치아픈 곳에 참고 있을 리 만무하다. 이와 같이 우리 기업인들은 중국인들이 우리들과 많은 면에서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음을 명심해야 하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고임금도 중요하지만 회사의 비전과 각 개인의 발전가능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식시켜 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돈많이 주고 스카우트한다 해도 곧 더 많이 받을 곳을 찾아 떠날 궁리를 할테니까요. “ 실제로 앞서 밝힌 우왕상무 자문공사가 최근 구직자 7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79%는 임금보다 회사의 환경과 장래비전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외자기업은 단순히 임금으로만 해결하려 해선 안됩니다. 중국에는 선진적이건 후진적이건 중국이 견지해 온 제도가 있어요. 이 점을 한국기업들도 인정, 한국적 선진기업 환경에 잘 조화시켜 나가야만 중국직원들의 위화감을 줄일 수 있어요. 지금 그들은 별로 아쉬울 게 없는 상황이에요. 따라서 이들을 통해 돈을 벌려고 한다면 이들을 잘 포용하고 다스리며 리드할 수 있도록 스스로가 먼저 바뀔 필요도 있지 않을까요.” 이미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이나 현재 진출을 고려중인 한국기업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기자에게 들려준 중국인 변호사 짐의 충고이다.
중국 상해=우수근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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