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한국인들의 이미지
중국서 한국인들의 이미지
  • 중국 상해=우수근 통신원 
  • 입력 2004-11-29 09:00
  • 승인 2004.11.2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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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는 아직도 발전이 한창이다. 상하이의 명물 황포강 건너 동방명주 앞에서도 한창 공사가 진행중이다. 인천공항의 항공기 이착륙 상황 표지판을 보자. 중국행 비행기가 압도적으로 많음을 알 수 있다. 하기는 동네 김씨네 삼겹살 집도 냄비 챙겨 여의도로 향하는 한국에 비해 13억의 대국 중국은 연간 9% 내외의 고성장을 지속중이질 않은가. 이 상황에서 하다못해 떡고물이나 혹은 막연한 기회를 찾아 중국을 두리번거리는 한국인이 증가함은 이해가 감직하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밀려들고 있는 한국인에 대해 중국인들은 어떠한 이미지를 갖고 있을까? 아울러 급증하고 있는 ‘재중 한인’, 즉 중국 속 한국인들에 대한 중국내 이미지는 또한 어떨까?2008년의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의 상하이 세계박람회를 앞두고 더욱 많은 한국인들의 중국행 엑소더스가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 스스로를 한번쯤 돌아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먼저 한국인의 이미지에 관한 기자 자신의 에피소드 한가지. 어떻게 보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기자가 ‘뒤통수를 맞은 듯한’느낌이 든 것을 하나 소개한다.

기자는 그 동안 25개국 이상을 다니며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과 교류하여 왔다. 이들 외국인들은 당연히 한국에 대해 다양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에 한국을 ‘작은 나라’라고 호칭하는 이들은 없었다. 그런데 몇 해전, 중국의 북경을 방문했을 때 한국에 대해 ‘중국 옆에 위치한 작은 나라’라는 소리를 처음 듣게 되었다. “이러한 중국인들의 인식은 그들의 일반생활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중국은 일본을 가장 싫어하고 비난하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그런 감정이 없어요. 그렇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이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랍니다. 이 사람들은 ‘동방예의지국(東方禮義之國)’, 즉 중국의 동쪽에서 중국에 대한 예의를 다해왔던 순종적인 국가, 다시 말해 중국과 상대가 안되는’아우’인 한국을 굳히 미워하거나 나쁜 감정을 가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지요.” 중국 여러 곳에 사업처를 둔 채 분주히 움직이며 살아가는 한국인 정모(40대)씨의 씁쓸한 분석이다. 그런데 그의 말처럼 유감스럽게도 중국인 사이에서는 한국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인식이 공유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이야 뭐, 경제적으로는 부유해졌다지만…”“한국에 대해서 아냐고요? 음, 경제발전과 한류…. 그 외에는 잘 모르겠는데….”“한국은 우리 중국문화 및 전통과 맥을 함께 하는 부분이 많지 않은가….”아울러 이와 같은 중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재중 한인들로부터도 확인된다. “중국은 그동안 역사의 흐름과 압도적 국력 차이 등으로 인해 한국에 대해 이렇다할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죠. 다행히, 최근들어 우리의 경제성장과 한류 등에 힘입어 조금씩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래도 아직 뇌리 깊숙한 곳까지는 자리하고 있지 못합니다.”“우리가 누구입니까? 작은 고추 아닙니까. 중국인들에게 작지만 매운 우리의 존재를 인식시켜주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의 이미지를 전반적으로 진작시킬 수도 있을 테니까요.”

상하이 한인회가 주최한 한 행사 뒤 마련된 뒤풀이 자리에서 또 다른 재중국 개인사업가들이 들려준 말이다. 그러면서 이들 재중 한인들은 이러한 의미에서도 더욱 많은 한국인들이 재중 한인이 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많은 한국인들이 들어와 우리의 존재감을 더욱 광범위하게 유감없이 발휘해야 한다는 취지인 것이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 현재 불과 10여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재중 외국인 가운데 한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이미 전체 3위로 부상할 만큼 비약적인 증가를 보였다.“수교직후 중국에 들어온 사람들은 한마디로 맨땅에 해딩할 ‘불굴의 각오’로 들어온 사람들이죠. 그들은 검증되지 않은 사회주의 ‘죽의 장막’ 중국에서, 몇 안되는 한국인끼리 의지해가며 밤낮을 뛰고 또 뛰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인들을 처음으로 직접 접하게 된 중국사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미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어휴, 한국인들은 정말 성실히 일합니다. 일하는 자세에 경의를 표합니다.”“상당히 세련되고 신사적인 사람들인 것 같아요. 우리가 잃어버린 경로효친의 전통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어 호감이 가요.”수교이후 초창기의 재중 한인들의 피땀어린 노고가 한국인에 대한 호의로 중국대륙에 뿌리내리게 된 것이다. 사회주의로 변하며 비효율적 생산체계, 무책임한 업무태도, 개인주의에 찌들어있던 중국인민들에게 서로 협조하며 감싸주고 함께 정진하는 우리의 모습은 실로 새로웠을 것이다. 한편 중국에서의 성공담이 전해지자 더욱 다양한 한국인들이 황해를 건너기 시작한다. 하지만 어디 남의 돈 벌기 쉬운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기 마련이요, 가지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도 하지 않던가. 이곳 재중 한인 사이에서도 어느덧 하잘 것 없는 GNP 수치에 놀아나는 어리석은 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너무 이기적이고 거만하다. 조금 잘 살게 되었다고 껍쭉대는데… 우리 중국이 과연 그리 호락호락할까!”“한국에 있는 한국인들은 어떤지 모르지만 이곳의 한국인들은 허영에 가득차 있는 것 같다.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것 같다.”중국인들은 일본인들과 달리 어느 정도 화가 나면 곧 ‘속내’를 드러내 보이는 경향이 있다. 위는 재중 한인들과 거래해 본 적이 있는 재중 한인들에 대한 중국인들의 평가이다. “중국에 왜 옵니까? 솔직히 성공하러, 돈벌러 오는 것 아닙니까?! 그러면 먼저 중국에 대해 더 잘 알아야 하지 않갔습니까! 한국사람들은 중국을 더욱 존중해야 해요!”상하이에 있는 한 대학에서 근무중인 조선족 리(30대)씨의 충고다.

그는 현재의 대학교에 근무하기 전 몇 군데 한국회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고 한다. 같은 동포로서 ‘민족적 자긍심’을 가지고 일했는데 막상 시간이 지날수록 실망만 커졌다고 한다. “물론 투자는 한국인이 하였고 그래서 그들이 주인이지만 너무 일방적이고 자기 고집만 내세우려 합니다. 중국에는 법치가 없다느니, 중국적 관습은 문명적이지 못하느니 하며 무시하는 등, 너무 막무가내였어요. 잘 생겼건 못생겼건 외국에 나오면 응당 관습을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또한 상대방도 존중하고 양보하며 그 가운데서 서로 도우며 일할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그래도 동포이기 때문에 이렇게 충고하는 것이라는 이씨의 입으로부터는 연신 굵은 침덩어리가 퍽퍽 튄다.

그런데 리씨의 말을 입증하기라도 하는 듯 얼마 전 중국의 <경제일보> 조사에 의하면 중국속 외국기업 가운데 한국기업의 이미지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사실 중국에서 생활하다보면 일부 한국인들이 중국의 부정적 모습만을 너무 부각, 필요이상으로 중국을 깎아내리며 비하하는 모습을 종종 접할 수 있다. 한국에서의 그들 삶은 과연 어땠는지 모르지만, 개구일성이 곧 중국비하인지라 주위에 있는 같은 한국인도 곤혹스럽게 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재중 한인들 사이에서 정부가 자질있는 사람만 선별하여 출국시켜야 한다는 성토까지 나올까. “한국인들에 대한 조선족 동포들의 인심은 벌써 돌아선 지 오래됩니다. 그런데 이제 재중 한인들에 의해 중국인심 마저 돌아서고 있어요.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인들이 중국에서 호의적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재중 한국인들은요, 스스로 천박한 졸부근성을 고치지 않으면 미소뒤의 중국인 비수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조선족 리씨의 일침이다.

재중 한인들과 함께 하는 저녁자리에 그들은 앞서 밝힌 정모씨에 대한 칭찬이 자자했다. 중국에서 크게 성공한 몇 안되는 한국인중 한 사람이기 때문이란다. 그 정씨가 기자에게 소주 한 잔 권하며 들려준 그 성공 비결. “우리가 단지 중국보다 조금 더 잘 산다고 상대를 업신여겨서는 안되죠. 허름한 인민복차림이라도 이들이 결코 단순무지한 사람들만은 아닙니다. 나의 것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 것도 소중하잖아요. 중국을 알고 중국, 중국인을 존중하는 가운데 나의 성공도 기대할 수 있으며 이 가운데 우리의 이미지도 더욱 고양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중국 상해=우수근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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