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놀라운 것은 범인이 20대 중반의 젊은 아내와 돌이 지난 두 딸까지 거느린 평범한 가장이라는 점이다. 이번 사건을 수사중인 마산동부경찰서(형사1반)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범인인 한모(29·무직·마산시 평화동)씨의 아내 A(25)씨는 ‘남편은 평소 변태적 기질이나 이상한 행동을 보인 적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씨는 고교를 졸업한 뒤부터 이삿짐센터 두 곳에 일당으로 일을 하러 다니며 생계를 유지해 왔다. 비록 한씨는 아내와 단칸방에서 두 딸을 키우며 경제적으로 빠듯한 삶을 살고 있었지만 가정불화 등 큰 문제는 없었다. 이처럼 평범한 가장인 한씨가 처음 범행을 저지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 6월, 우연히 예쁘장한 여자 어린이를 보고 성욕을 느끼게 되면서부터. 한씨는 학교 앞이나 학원 앞에서 혼자 있는 어린이들을 살핀 뒤 목표를 정해 범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처음 어린이를 유인해 자신의 욕정을 채운 한씨는 자신의 행위가 발각될까 두려웠지만 두 번, 세 번 횟수가 늘어나면서 점점 대범해지기 시작했다. 경찰은 한씨의 이런 행동에 대해 어린이들이 수치심에서 부모에게 말하기를 꺼릴 뿐 아니라 알린다 하더라도 부모들이 피해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 신고를 잘 하지 않는 점을 간파하고 이를 악용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현재 한씨가 자백한 11건의 성폭행 중 부모와 아이의 증언 등으로 확인된 것은 3~4건에 불과하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는 피해아동의 부모들이 아이의 미래를 위해 사실을 알리는 데 소극적이기 때문”이라며 “이 때문에 한씨의 자백이외에 범행을 증명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피해 어린이들이 수치심에 부모들에게 말을 하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이고 사실을 아는 부모가 아이의 장래를 걱정해 이를 밝히기 꺼려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한씨가 최초로 범행을 한 것은 지난 6월이었지만 최근에 신고된 2명을 제외한 9명의 피해자 부모들은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아 피해자가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또 다른 피해 어린이의 어머니로 보이는 40대 여자는 TV 뉴스를 보고 경찰에 전화만 하고 역시 피해진술은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한씨는 또 경찰 조사에서 어린이들만을 대상으로 골라 범행을 저지른 이유는 유인과 제압이 쉬웠기 때문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한씨는 어린이들이 선생님이나 부모들의 말이라고 하면 별 의심 없이 거의 무조건적으로 따른다는 점을 이용해 유인했다”고 말했다. 한씨는 이런 방법으로 인적이 드문 빌라의 옥상이나 건물 지하실 등지로 어린이들을 유인한 뒤 공포에 떠는 어린이들을 무참히 유린했다. 경찰에 따르면 어린이들은 공포에 떨며 울부짖었지만 한씨는 사정없이 옷을 벗겨냈다고 진술했다.
이밖에 한씨는 또 자신이 일을 치르기에 안전한 장소를 사전에 물색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삿짐센터 직원으로 일하며 알아둔 으슥한 장소들을 골라 이 같은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경찰수사에 따르면 그는 이삿짐센터에서 일을 한 덕분에 근방의 지리를 훤히 알고 있어 평소 인적이 드문 건물 지하나 마을 인근 야산을 염두에 두었다가 그곳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한씨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성폭행만 저지른 것이 아니다. 피해 어린이들로부터 금목걸이 등 금품을 2차례 빼앗기도 하는 등 그 추악한 면모를 여실히 드러냈다. 성폭행 피해어린이 중 한 명인 A양은 사건 후 악몽에 시달리는 등 심각한 후유증세를 보여 부모들은 이사를 하고 학교도 옮겼다.
또 다른 피해 어린이의 보호자 C씨는 아파트 폐쇄회로(CC) TV에 찍힌 ‘모자를 눌러 쓰고 키가 호리호리하고 덩치가 큰 20대 남자’를 혼자서 추적해온 것으로 밝혀져 주목을 끌었다. 경찰에서는 “딸아이의 복수를 위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 신원을 밝히지 않고 있어 우리도 그 사람에 대해 자세히 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한씨는 경찰에서 “후회스럽다. 피해 어린이와 부모들에게 죄송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경찰은 “한씨에 대해 한씨의 아내 등 주변인들을 통해 들어봤지만 그에게서 특이한 점은 발견하지 못했다”며 “우발적으로 시작된 범죄가 상습적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아동성폭행에 관한 보다 강한 처벌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지환 jjd@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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