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바우길은 산길과 바다길 등을 모두 걸을 수 있는 코스를 갖고 있다. 코스가 10개에 이를 정도로 다양한 만큼 여행객들이 취향에 맞는 길을 선택하는 재미도 있다. 이중 4구간과 5구간은 걷기가 편해 아이들이 있는 가족과 연인들이 걷기에 좋다. 아기자기한 마을 골목길이 아름다운 해살이마을, 낭만적인 경포호수 그리고 허균·허난설헌의 유적지가 있고 솔 향 가득한 솔숲 산책길을 걷다보면 그동안 쌓은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해소할 수 있다.

사천둑방길 시작은 명주군왕릉이다. 명주군왕 김주원은 통일 신라의 왕이 될 뻔했으나 홍수로 제때 왕궁에 갈 수 없다는 이유 하나로 옹립이 취소됐다. 이후 후환이 두려워 강릉 어귀까지 도피했다가 이 지역의 지배자가 돼 ‘강릉 김씨’의 시조가 됐다.
조용한 숲길에 마음까지 편안해져
사천둑방길 초입에서는 바다 대신 높은 소나무와 울창한 숲을 볼 수 있다. 숲길의 매력은 조용함이다. 자동차 길과 멀어질수록 주변의 소리는 잦아들고 내 발자국 소리만 들린다. 이곳은 원래 임도다. 편도 1차선 넓이로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지만 한적한 매력이 있다.
인적없는 길을 한 시간쯤 걷다보면 심심해 질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 많은 다른 걷기코스에 비하면 아주 편안하다. 2시간쯤 지나면 산길의 끝이 나타나고 도로가 보인다. 이 도로는 대관령 고갯길 대관령휴게소에서 강릉방향으로 내려가다 좌회전으로 갈라지는 성연로의 끝 부분이다.
도로에 서서 동쪽을 바라보자. 저 멀리 동해고속도로가 보이고 그 너머로 바다가 보인다. 바다까지 가야하니 한참을 더 걸어야 한다. 보통 3시간 정도 걸린다. 길을 건너 좌회전해서 내려가다보면 오른쪽에 소나무 집들이 눈에 들어온다. 해살이마당이다.
이곳은 사천천변에 있는 섬 같은 곳인데, 소나무숲 속에 집 몇 채 지어놓고 마을사람들의 휴양지로 이용하는 공간이다. 이곳 사람들의 휴양지와 마찬가지다. 해살이마당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해살이 마을에서는 강릉 지역의 전통 풍습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마을과 시설이 있다.

얕은 돌담이 눈길 끄는 해살이 마당
마을길을 참 아기자기 하다. 집집마다 얕은 돌담이 경계를 이루고 있고, 집집마다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 모든 강아지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관광객들을 보면 짖어대기 시작한다.
마을 한쪽에는 넓은 밭이 펼쳐져 있다. 모두 감자밭이다. 그동안 침묵수행을 했다면 이제부터는 웃는 연습을 할 수 있다. 감자꽃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수수한 아름다움이 있는 꽃이다. 감자꽃을 보고 걷노라면 입자에 미소가 번진다.
마을 구간이 끝나면 이제 하천 둑방길 구간이다. 강원도에서 연상되기 어려운 단어가 ‘논’이다. 감자바우, 비탈길, 산골 오지, 푸른 동해, 싱싱한 횟감 등등은 자동으로 연상되는 풍경들이이다.
하지만 사천천 근처에는 넓은 논이 있다. 무농해 농법으로 재배하는 이 경작지에는 두루미들이 무리지어 미꾸라지를 노린다. 이곳에서 나는 쌀은 청정쌀로 유명하다. 아직 덜 자란 논에는 물 반 벼 반이다.
논길이 끝나면 7번국도가 나타난다. 제자리에 서서 걸어온 길을 되돌아 봐라. 보이는 길은 둑방길 뿐이다. 7번국도 지하도보를 지나자 목적지인 사천에 다다른다. 사천은 행정구역상 강릉시에 속한다. 그러나 강릉 하면 떠오르는 경포대, 정동진과는 전혀 다른 한적한 해안마을이다.
하지만 여행지로서도 손색이 없다. 해수옥장이 있고 어항이 있어서 놀고 먹기 부족함이 없다.
사천해수욕장은 백사장길이 0.5km, 폭이 50m로 아담한 해수욕장이다. 모래가 고운 편이고 경사가 완만해서 가족끼리 놀기 좋다.
바다와 호수 사이 길을 걷다

바다호수길은 바다와 호수를 걷는 길이다. 사천항에서 시작해 순긋해변, 경포해변, 경포호, 송정해변, 남항진해변 등을 걷다 보면 동해 바다가의 진수를 볼 수 있다.
바다호수길은 총 17km지만 출발지에서 경포호까지 걷는 해변길, 경포호 주변을 걷는길, 경포호에서 도착지까지 걷는 해변길 등으로 코스를 나눌수 있다. 굳이 처음부터 끝까지 걸을 필요없이 짧은 코스를 정해 왕복을 해도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바다와 해송 숲만 즐기려면 경포호 주변길을 생략하면 된다.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면 경포호를 포기하고 위쪽과 아래쪽 해변길 가운데 하나를 걷는 것도 좋다. 끝없이 이어진 동해와 해송길이 아이들에게는 지루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경포호 주변길에서는 자전거를 렌트할수 있어 색다른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다.
하지만 바다호수길의 가장큰 매력은 17㎞ 코스 안에 있는 해송 숲이다. 방풍림 역할을 하기 위해 조성 됐지만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딱 걷기 좋을 정도로만 폭신한 흙길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하늘 높이 쭉쭉 솟은 해송은 보기만 해도 힘이 솟는 느낌이다.
바닷바람을 막으려 심다보니 소나무들이 다들 육지 쪽으로 조금씩 기울어 생김새도 특이하다. 군데 군데 어린 소나무도 있으니 조심해서 걸어야 한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나무그늘이 있다보니 자리하나 깔고 눕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군데군데 가족이나 연인들이 자리를 깔고 누워 있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강릉에 왔다면 초당순두부는 필수
바다호수길에서 길은 왼편에 바다를 두고 쭉 걸으면 되는 아주 쉬운 트레킹 코스다. 별다른 이정표도 필요없고 걷기만 해도 된다. 경사도 없고 길도 좋아서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바우길이기는 하지만 다른 코스에 비해 길이 잘 다듬어져 있고 유명한 관광지를 끼고 있다보니 화장싱, 급수대 등도 잘 갖춰져 있다.
경포호 주위에는 볼거리가 많다. 율곡이 열 살 때 시를 지었다는 경포대에 올라볼 수도 있고 호수를 따라 쭉 늘어선 ‘홍길동전’ 조각들을 보노라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경포호를 돌다 조금만 발길을 돌리면 허난설헌·허균 생가 터가 공원으로 조성돼 있다.
걷기의 즐거움에 빠지다보면 배고픔도 잊기 십상이다.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다. 사천항에서 시작해 경포호까지 돌고 나면 배가 고플 시간이다. 경포호 인근에는 초당 순두부마을이 나온다. 이름만 듣던 ‘초당순두부’의 원조가 바로 이 마을이다. 순두부는 맛도 맛이지만 갈 길이 아직 많이 남은 트레킹족들에게 위장에 부담이 되지 않는 음식으로 안성맞춤이다. 토담순두부·초당할머니순두부 등이 유명하다.
‘초당’은 16세기에 살았고 허난설헌·허균 남매를 뒀던 허엽의 호다. 강릉 부사 시절 허엽은 천일염이 없는 강릉에서 두부에 필요한 간수를 만들려고 동해 바닷물을 이용했는데, 이것이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당시 허엽이 이를 ‘초당두부’라 이름 지었다.
순두부로 부족하다면 경포호를 돌아 나와 강문해변 인근의 횟집으로 가보자. 신선하고 다양한 회를 맛볼 수 있다.
요즘 강릉은 커피로도 유명하다. 바다호수길과 좀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커피 마니아라면 전국적 커피 명소로 떠오른 강릉의 보헤미안·테라로사 등 커피 전문점을 지나치기 힘들다. 노곤한 몸을 이끌고 따듯한 커피를 한 모금 마셔보자. 온 몸의 피로가 자연스럽게 풀린다. 커피 마니아라면 10월 강릉항에서 열리는 강릉커피축제에 맞춰 걷기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다.
freeore@ilyoseoul.co.kr
교통정보
▶사천둑방길
<자가용>
○ 서울방향
영동고속도로 → 동해고속도로(강릉톨게이트) → 금산IC → 대관령방향(4.5km진행) → 보광리/명주군왕릉 방향 우회전 →(4km진행)→ 삼거리 명주군왕릉 방향 좌회전(2km진행)→ 명주군왕릉 주차장
○ 강릉·속초·삼척방향
금산IC → 대관령방향(4.5km진행) → 보광리/명주군왕릉 방향 우회전 →(4km진행)→ 삼거리 명주군왕릉 방향 좌회전(2km진행) → 명주군왕릉 주차장
<대중교통>
○ 강릉시내버스(502번버스)
- 강릉시내 → 명주군왕릉안목 - 교보생명 - 강릉의료원- - 홍제동사무소 - 성산면 - 명주군왕릉 주차장(06:00 07:10 09:05 11:05 13:05 15:10 17:10 19:07 21:10<공휴일 막차운행 안함>)
- 사천항 → 강릉시내 (312번, 313번 시내버스 수시운행)
○ 택시 : 강릉터미널 → 명주군왕릉(약 20,000원) ]
○ 강릉지역 택시, 콜밴 (콜비 없음)
- 강릉 k 콜 648-0000 친절 콜 645-8253
- 개인택시 콜 652-5858
- 강릉콜밴 033-641-8582, 641-8524, 642-8583
▶바다호숫길
<자가용>
○ 서울방향
영동고속도로 - 동해고속도로 - 북강릉톨게이트 - 우회전 7번국도 1.1km진행 - 우측출구 사천항방향(지하도통과) - 사천천변길(약 3Km진행) - 사천항
○ 속초·삼척방향
동해고속도로 북강릉톨게이트 - (이후 서울방향과 동일)
<대중교통>
○ 강릉시내 ↔ 사천항(312번, 313번 시내버스 수시운행)
○ 남항진항 ↔ 강릉시내 : 솔바람다리 건너 안목 버스종점에서 시내버스이용
○ 강릉지역 택시, 콜밴 (콜비 없음)
- 강릉 k 콜 648-0000 친절 콜 645-8253
- 개인택시 콜 652-5858
- 강릉콜밴 033-641-8582, 641-8524, 642-8583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