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월드컵 D-25] 원정 8강진출 목표 태극전사 마지막 담금질
[브라질월드컵 D-25] 원정 8강진출 목표 태극전사 마지막 담금질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4-05-19 14:37
  • 승인 2014.05.19 14:37
  • 호수 1046
  • 5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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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까지 깬 홍명보 號…찜찜한 ‘엔트의리’ 논란

원칙대로 처리 오히려 더 쉬웠을 것 최상의 결과 놓고 고심
치열한 생존 경쟁 H조…홍명보호 4단계 마스터플랜 돌입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최종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23명의 태극전사들이 마지막 담금질에 들어갔다. 한국이 포함된 H조의 각국 대표팀 모두 최종엔트리를 발표한 가운데 홍명보호는 최종엔트리부터 잡음이 일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더욱이 홍 감독 스스로 원칙을 깼다고 시인하면서 또 다시 무리수를 둔 셈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선수들은 16강을 넘어 8강 진출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번 본선 무대에서 가장 치열한 조로 손꼽히는 H조, 각국의 대표팀 필승전략을 살펴본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 8일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명단 발표식’을 열고 최종 엔트리 23명을 발표했다.

이번 엔트리에는 홍 감독이 강조한 대로 깜짝 발탁은 없었다. 대신 박주영(왓포드)을 비롯해 해외파 선수들이 대거 합류했다. 다만 부상으로 시즌 종료 전 조기 귀국했던 박주호(마인츠)는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홍 감독은 세월호 참사에 애도의 뜻을 표한 뒤 “여러분들이 저희 팀을 칭할 때 ‘홍명보호’라고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데 이번 사고로 저 역시 무한한 책임감을 느꼈다”며 “이 시점에서 저희 대표팀은 사명감을 가지고 어려운 대한민국을 위해 국민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노력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그는 “많은 고민을 했고 23명을 결정했다”면서 “우리는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하는 32개국 중에 가장 힘든 도전을 해야 하는 팀이다. 그 안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전체적으로 점검해서 선수 선발을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발표에서 홍 감독은 탈락한 박주호에 대해 “박주호의 정확한 상태는 아직 부상이 10% 정도 아물지 않았다. 실밥도 풀지 않아 코치진과 의료진이 완치 기간을 놓고 봤다”면서 “한국에 돌아와 빠른 회복을 했지만 상처가 있어 선택하기 쉽지 않았다. 팀을 이끌어 오면서 박주호가 브라질행에 오르지 못할 것이라고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 <뉴시스>

K리그 이명극 탈락에 뒷말 무성한 까닭

23명의 최종엔트리가 확정되면서 그간 홍심을 놓고 벌였던 선수들간의 치열한 눈치작전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유독 이번 엔트리 발표 이후 뒷말이 무성하다. 우선 K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명주(포항)가 탈락한 점과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빼어난 기량을 선보인 박주호에 대해 이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명주의 경우 지난 10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전남과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4’ 홈경기 전반 26분 왼발 슛으로 ‘10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라는 새 역사를 쓸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감독은 중앙미드필더인 이명주의 수비 능력이 기대치에 이르지 못한다며 끝내 선택하지 않았다.

반면 이번 시즌 소속팀에서 제대로 출장기회를 잡지 못한 박주영은 최종엔트리에 포함되면서 홍 감독의 결정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윤석영(퀸즈파크레인저스)도 마찬가지.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번 엔트리 선정을 놓고 ‘엔트리’와 ‘의리’라는 단어를 합성한 ‘엔트의리’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이에 대해 홍 감독은 지난 12일 대표팀 소집 훈련에 맞춰 가진 기자회견에서 “제가 원칙을 깬 것이 맞다”고 자신의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원칙대로 처리하려 했다면 오히려 더 쉬웠을 것”이라며 “대회에서 최상의 결과를 내기 위해 마지막 날까지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해명했다.

홍 감독은 “탈락한 선수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월드컵에서 뛸 선수들의 능력을 판단해서 내린 결정”이라며 “제가 여러분만큼이나 대표팀을 생각하는 마음이 크다는 걸 아실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선발된 선수 사이에 내부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외부에서 우려할 수 있다는 건 이해하지만 어디에 중점을 둘 것인지 많이 고민했다. 앞으로는 축구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싶다. 남은 기간 대표팀의 발전에만 신경을 쓰겠다”말로 우려를 일축했다.

▲ <뉴시스>

최종 엔트리 23명 컨디션 회복 집중

축구대표팀 최종엔트리에 들어간 23명의 선수들은 지난 12일부터 파주NFC에 첫 소집돼 훈련을 시작했다. 9명은 12일부터 나머지 선수들은 소속팀 일정에 맞춰 오는 19일까지 순차적으로 합류할 예정이다.

다만 윤석영을 놓고 축구대표팀과 소속팀 퀸즈파크레인저스(QPR)간의 이견으로 합류일정에 문제가 생겼다. 당초 윤석영은 지난 14일 김보경과 함께 입소할 예정이었지만 QPR이 놔주지 않고 있다. QPR은 오는 24일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치르는 승격 플레이오프에 윤석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QPR에서 뛰는 크로아티아 대표 니코 크란차르는 크로아티아 축구협회의 동의를 얻어 결승전에 나간다며 24일 이후 합류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축구협회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최종엔트리에 오른 23인이 호흡을 맞춘 대표팀이 오는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튀니지와 평가전을 앞두고 있어 윤석영이 최종전까지 뛰고 온다면 전체 훈련일정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된다. 또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월드컵 예비 엔트리 30명은 오는 25일까지 선수보호 차원에서 소속팀 출전이 불가능해 QPR은 대한축구협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윤석영을 반드시 대표팀에 보내줘야 한다는 규정도 없어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해외파가 대거 합류하면서 일정 등에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홍 감독은 선수들이 경쟁력 있는 모습을 갖추기 위해 컨디션 조절에 집중하기로 했다.

홍 감독은 “월드컵 무대에서 경쟁력을 보이려면 우리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 선수들의 컨디션을 어떻게 회복시키는지가 관건”이라며 “유럽에 있는 선수들은 한 시즌을 마친 상황에서 대표팀에 합류한다. 서로 다른 선수들의 컨디션을, 원하는 시점에 최상의 컨디션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아케다 세이고 피지컬 코치와 함께 대표팀 선수들의 컨디션을 개별 점검하고 있다.

12일 열린 대표팀 첫 훈련에서도 세이고 코치는 김신욱, 이용(이하 울산), 기성용(스완지시티)에게 다른 선수들보다 일찍 훈련을 마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홍 감독은 “미국 전지훈련을 넘어가서 선수들의 컨디션을 80% 이상, 90%까지 만들어야 한다. 지금 선수들의 컨디션은 전체적으로 모두 다르다”면서 “다음 주에 들어오는 선수들도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훈련은 21일부터 들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홍 감독은 조별리그 첫 경기인 러시아전이 열리는 6월 18일 오전 7시까지 크게 4단계로 나누고 하루 일과를 시간 단위로 쪼갠 마스터플랜을 세웠다.

선수들이 다 모이는 20일까지는 파주NFC에선 1단계인 재활 및 체력회복 훈련을 갖는다. 2단계는 집중전술훈련으로 21일에서 27일까지 갖고 28일에는 튀니지 평가전을, 30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는 미국 전지훈련 및 현지 적응대비 훈련을 갖는다. 다음달 10일에는 가나와 마지막 평가전을 갖고 11일 브라질 베이스캠프 이구아스에 입성해 브라질 적응 훈련에 들어간다.

분데스리가 손흥민 최고 핵심 선수로 지목

이제 월드컵 본선 진출국들이 마지막 점검에 들어가면서 대한민국에 속한 H조의 대표팀들도 최종엔트리에 포함된 선수들을 놓고 필승전략 구상에 들어갔다.

홍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은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주역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젊고 강한 선수단을 꾸렸다. 30세 이상의 선수는 곽태휘(33·알 힐랄)가 유일하다.

핵심 선수로는 우선 독일 분데스리가의 ‘영건’ 손흥민이 손꼽힌다. 손흥민은 레버쿠젠에서 주전 왼쪽 공격수로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돌파와 과감한 슈팅을 앞세워 상대 수비진을 무너뜨리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다. 이와 함께 홍 감독이 바라던 박주영도 일찌감치 파주NFC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홍 감독은 사상 첫 원정 8강을 목표로 조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H조에서 강력한 1위 후보로 거론되는 벨기에는 에당 아자르(첼시)를 비롯해 빈센트 콤파니(맨체스터 시티), 티보 쿠르투와(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시몽 니뇰렛(리버풀), 로멜루 루카쿠(에버트), 케진데 부루임(볼프스부르크) 등 수준급 선수들이 대거 포진하면서 8강을 1차 목표로 훈련에 들어갔다. 특히 핵심 선수로 주목 받는 아자르는 170cm의 작은 신장에도 빠르고 개인기가 좋아 대표팀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중앙허리 라인과 공격진 사이의 연결 고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벨기에는 공격부터 미드필드, 수비수, 골키퍼까지 모두 정상급 선수들로 채워진 만큼 예상치 못한 부상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월드컵 예선 조 1위를 차지한 러시아는 자국 리그 중심으로 선수단을 구성해 탄탄한 조직력을 자랑한다. 특히 러시아의 조직력은 월드컵 본선 진출국 중 정상급이고 선수 개인 능력도 좋다. 세계적인 명장 파비오 카펠로 러시아 감독은 ‘선 수비 후 역습’위주의 축구를 선호한다. 러시아 역시 8강을 목표로 잡고 있다.

핵심선수로는 알렉산드로 코코린(디나모 모스크바)을 꼽는다. 그는 2008년 17세에 러시아 프로축구 무대에 데뷔할 만큼 최고의 유망주로 평가받는다. 왼쪽 측면 미드필더가 주 포지션이지만 좌우를 가리지 않고 그라운드를 누빈다. 여기에 골키퍼 이고르 아킨페프(CSKA 모스크바)가 골문을 단단히 하며 거미손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고 알렉산드르 케르자코프(제니프)도 높은 득점력을 자랑한다.

2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아프리카 강자 알제리는 잠재력이 풍부한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번 최종 엔트리 30명 중 23명이 유럽리그에서 뛰고 있을 정도로 스타 플레이어들을 중심으로 한 개인 기량이 강점이다. 다만 현재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이 알제리 축구협회와 재계약 여부를 놓고 수개월째 갈등을 빚고 있어 팀 안팎으로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다.

알제리의 핵심은 ‘제2의 지단’이라고 불리는 공격형 미드필더 소피앙 페굴리(23·발렌시아)다. 페굴리는 빠른 드리블을 앞세워 득점 기회를 만드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갖추고 있다. 이슬람 슬라미니(25·스프로팅 리스본)도 경계대상이다. 이밖에 2선의 야신 브리히미(24·그라나다), 힐랄 수다니(26·디나모 자그레브) 등도 유럽에서 뛰는 공격 전력의 핵심이다.

이제 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각국 대표팀은 전력 극대화와 상대팀의 전력분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월드컵 예선전을 힘겹게 통과한 대한민국 대표팀으로서는 점점 나아지고 있는 조직력과 공격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주요 포인트다. 또 국가대표 감독으로서는 짧은 경력을 갖고 있는 홍 감독이 이번 월드컵 본선무대에서 어떤 기지를 발휘할지도 이번 월드컵의 관전포인트다.

특히 홍 감독은 ‘엔트의리’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팀의 최상 전력을 위해 원칙까지 깬 다소 무리한 선택을 감행했다. 이것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월드컵 원정 8강 목표를 위해 최선이었음을 스스로 증명해내길 기대해 본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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