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학에서 양기(陽氣)는 생명력을 의미한다. 생명력 자체라고 할 수도 있고 생명력을 유지하는데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는 햇빛에 의해서 각기 필요한 에너지대사를 유지하면서 생명력을 유지한다. 우리 인체와 피부도 이처럼 햇빛에 의해서 양기를 보충하고 활성화하면서 생명활동을 연속하게 된다.
피부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햇빛이 가진 치유력은 매우 놀랍다. 피부 진피층 아래 깊은 곳까지 침투해서 치유력을 발휘하고 피부조직의 재생력을 극대화한다. 게다가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 진균 등을 소독하고 제거하며 알레르기 반응을 억제하는 역할도 한다. 그래서 햇빛에 꾸준히 오래 노출되면 자연스레 피부가 검어지고 각질층이 두꺼워진다. 피부 속 멜라닌 색소가 늘어나 검어질수록 외부 자극에 대한 방어 능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피부과학적으로 햇빛을 쬐면 자외선에 의해 비타민 D가 합성된다. 비타민 D는 달걀노른자, 간, 생선 등에 들어 있지만 음식을 통해서는 거의 합성되지 않고 대부분 햇빛(자외선)이 피부에 자극을 주면 합성이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햇빛은 인체 생리 기능을 활성화하는데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한약과 비타민을 복용하지 않더라도 일광욕을 꾸준히 하는 것만으로도 피부는 튼튼해진다. 하루 30분~1시간 정도의 일광욕은 피부의 각질을 두껍게 하고 피부를 건강한 조직으로 유지시키는 데 기여한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자외선에 대한 과잉된 공포심으로 인해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으면서도 자외선 차단제를 듬뿍 바르고 외출하는 경우가 많다.
아토피 피부염이나 습진 환자의 경우에는 적당한 양의 햇빛에 노출되도록 일광욕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자외선이 피부노화와 주름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무조건 피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피부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일광욕이 실보다 득이 더 많은 것은 분명한 것이다.
아토피 피부염이나 건선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경우 대부분 피부색이 하얀 편이다. 피부가 검은 환자들은 아토피 피부염이나 건선 등에 걸릴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 만약 걸리더라도 하얀 피부를 가진 환자들보다 치료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을 오랜 진료 경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유전적 요인이나 다른 생활습관의 영향도 있겠지만 피부 건강을 위해서는 확실히 적절한 일광욕이 도움이 된다.
햇빛이 강한 한여름에 갑자기 일광욕을 시작하면 화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봄부터 일광욕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최소 5월부터는 서서히 하루에 30분 이내로 햇빛에서 활동하면서 피부의 적응력을 높여줘야 한다. 6~7월이 돼 갑자기 야외활동을 늘리면 지나친 자외선 노출로 인해 피부가 새빨갛게 부풀어 오르고 수포가 생기는 화상 반응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일광욕도 지나치지 않으면서 자신의 피부 상태에 맞게 적절히 조절해야 할 것이다. 서서히 노출시간을 늘려나가면서 구리빛 피부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1년 내내 햇빛을 받아 검게 그을린 아이들이 아토피 피부염을 걱정할 것 같은가. 매연과 스모그, 아파트 숲과 아스팔트 도로에 갇힌 도시의 아이들이 산과 바다에서 마음껏 햇빛을 받으면서 뛰논다면 아토피 증세는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다.
비타민 D를 합성하기 위해 필요한 햇빛은 보통 얼굴, 손, 발 등의 부위를 일주일에 2〜3회씩 화상을 입을 정도의 25% 강도로 노출하면 된다. 즉 1시간 내에 피부에 화상을 입는 사람이라면 15분간 일광욕을 하면 된다. 또 비타민 D는 뼈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도 잊지 않길 바란다.
<생기한의원 박치영 원장>
<정리=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