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기업가정신 - ⑱] 더불어 사는 세상, 배려의 실천
[창조경제 기업가정신 - ⑱] 더불어 사는 세상, 배려의 실천
  • 김의식 교수
  • 입력 2014-05-19 13:44
  • 승인 2014.05.19 13:44
  • 호수 1046
  • 4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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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창조경제는 영국의 경영전략전문가인 존 호킨스가 2001년 7월 펴낸 <창조경제>에 처음 소개 됐다. 그는 창조경제에 대해 “원재료는 사람의 재능이다. 새롭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경제적 자본과 상품을 창조하는 끼”를 말한다고 강조하였다. 필자는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상호배려를 위한 학습 적용 사례를 통해 창조 경제와 기업가정신을 재조명하려고 한다.

배려(配慮)란 사전적인 의미로 사물이나 사람 등의 대상에 대해 걱정하고 염려하며 주의를 기울이는 마음이다. 그러한 대상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보살피고자 하는 성향이며, 이 대상들을 보호하고 복지를 증진·유지하기 위해 책임을 느끼고 실행하는 것이다.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란 너와 나와의 관계를 원만하게 함은 물론 사회를 밝게 하는 우리 모두가 실천해야 할 덕목인 것이다. 배려는 다른 사람의 존재를 인정하고 생각해 주거나 상대를 이해해 주는 모습이다. 즉 옆에 있다는 것 자체로도 베푸는 것이며, 상대가 지금 어떨까 먼저 생각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배려는 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지구촌이 하나가 된 글로벌 시대에는 더욱 더 그러하다. 이러한 배려는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는 겸손과 겸양의 미덕에서 출발되는 것이다.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마음과 남을 먼저 생각하는 정신, 나아가서는 자기희생이 뒤따른다. 때문에 말하기는 쉬워도 이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작은 배려를 몸소 실천한 미국 중년 부부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내가 미국으로 출장갔던 때의 일이다. 미국의 남부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업무를 마치고 귀국하기 전에 관광지로 알려진 그랜드 캐년을 둘러 볼 기회가 있었다. 그때가 마침 미국의 공휴일 오후이었다. 그랜드 캐년의 여행기를 교과서에서 읽은 적은 있지만 실제로 그랜드 캐년의 광대하고 멋진 대자연의 모습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다. 협곡을 따라 스릴 있는 좁은 길을 내려가고 있노라면 그저 내려간다는 기분보다는 수천만 년을 끊임없이 변화해온 지구의 발자취를 생생하게 손에 쥐는 것 같은 감격이 넘쳐난다. 첫 여행지의 감동과 최고의 자연경관을 본 소감이 교차하는 벅찬 감격을 부여잡고 하산하게 되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 시내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내가 탄 승용차가 내리막길에 미끄러져 큰 바위를 앞에 두고 낭떠러지 절벽으로 미끄러지는 순간 자동차바퀴의 양 휠을 잇는 축이 나무 그루터기에 걸려 구사일생으로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 식은땀이 흐르면서 소름이 끼치는 순간이었다. “살았으니 다행이다”라고 하면서도 구덩이에 빠진 차를 꺼내기에는 막막했다. 차를 고칠 장비도 없고 차량 정비소가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우리들 일행은 몽롱한 정신을 가다듬어 도움을 받기 위해 지나가는 차량 행렬에 손짓을 했는데 아무도 차를 세우지 않았다. 손짓 발짓을 하며 도움을 청한지 30여 분이 지나도록 거들떠보는 사람이 없었다. 오후 6시경쯤이었는데 어둠이 올 것을 생각하니 더욱 마음이 급해졌다.

이때 50대 후반 가량의 미국인 부부가 지나가다가 이 모습을 보고 차를 세워 우리를 도와주었다. 자기 차의 중력을 이용하여 우리 차를 구덩이에서 끌어낸 후 구부러진 축을 들어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차를 고친 것이다. 한 시간이 넘도록 차를 고친 후 시험 운전까지 해보면서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고맙고 감동스러워 다소의 사례를 하려고 했으나 극구 사양했다. 후일 감사를 표하려고 연락처를 물었는데도 한결같이 사양했다.

이들 부부는 입가에 웃음을 띤 채 “당신도 나중에 타인의 어려움을 볼 때 외면하지 말고 도와주시오”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떠나버렸다. 꽤나 오래된 이야기가 됐지만 아직까지도 나의 뇌리에 생생하다.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볼 때면 내 사정이 급해 동동걸음을 구를 때에라도 그 말이 생각난다. 나에겐 소중한 교훈이 되었으며, 이들 부부의 배려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국이 평화와 질서를 유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공자는 학자로서의 길과 실천자로서의 길을 동시에 걸은 사람으로 “상대의 입장에서 배려하는 것이 인(仁)을 실천하는 길이다”, “실천 없는 학문은 뜬구름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6·25 동란 폐허로부터 최단시간에 발전한 지구촌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잘사는 나라가 되었다. 그것은 “우리 국민의 교육열에 힘입은 바 크다”라는 것은 자타가 인정하는 일이다. 글로벌 시각의 지도자들 중에는 “요즘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은 자신의 꿈만 좇아 남을 배려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은 청소년 시절부터 가져야 한다. 대한민국이 전 세계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는 일은 어려운 사람을 품을 줄 아는 자세”라고 하면서 “열린 사회, 세계가 연결된 사회에서는 과거의 틀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며 “글로벌한 시각을 가져달라”고 주문하기도 한다.

직장에서 명예퇴직을 하고 강단에 선 나는 대학생들에게 “상호 배려를 실천할 수 있는 학습방법은 없을까”하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수업을 통해서 학생들이 글로벌 시대에서 경쟁력 있는 학생으로 성장하길 희망하면서 나의 작은 지식, 정성이지만 전심전력을 다해 섬기려고 노력해 왔다. 일방적인 지식의 전달이 아닌 열린 학습을 통해 수업에 동참하는 학생들이 즐겁고, 유익한 학습을 통해 자신이 행복하고 보다 더 성장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시작됐다.

학생들의 수업소감 일부를 소개한다. “교수님은 조별 학습을 통하여 학생을 평가하실 때 시험점수로만 평가하지 않는다. 교수님은 기말고사 전 주에 학업 성취도라는 제목으로 학생 본인이 수업에 얼마나 참여하였는지, 수업을 같이 듣는 학생 공동체 안에서 어떠한 배려를 하였는지를 직접 적게 하셨고, 조언자를 추천하게 하여 한 학기를 돌아보고 반성할 기회를 주셨다. 물론 자신의 기여 부분을 적을 때에는 자신을 스스로 칭찬해야 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쑥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 봐야 하는 상황은 인생을 살면서도 여러 번 겪어야 할 관문 중 하나였기에 연습으로 삼을 수 있었다. 이 방법은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여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긴 것이다. ‘타인이 보는 나’와 ‘내가 보는 나’의 차이도 알 수 있어서 태도 교정에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다. 이것을 적는 자체가 자신이 본인을 평가하고 조언자를 추천함으로써 타인에게 평가받고 최종적으로 교수님에게 평가받는 다면평가로써 360도 평가를 하는 것이다. 이 방법 역시 다른 수업에서 볼 수 없는 부분이다.”

끝으로 창조경제를 천명한 존 호킨스는 “가장 가치 있는 통화는 돈이 아니라 만질 수도 없고 이동성이 강한 아이디어와 지적재산”이라고 설명했다. 상호 배려와 존중 속에서 자신의 리더십을 개발하는 학습도 창조경제 시대에 기업가정신을 실천하는 작은 길이라고 생각해 본다.

<김의식 교수>

김의식 교수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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