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해 호소 전년 동기대비 9배 증가
이통3사 알뜰폰 업체로 오인하기도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치솟는 알뜰폰(MVNO)의 인기만큼 소비자들의 눈물도 늘어나고 있다. 비교적 저렴한 알뜰폰 서비스의 장점으로 가입자 수는 어느덧 30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그러나 알뜰폰을 찾는 소비자들은 꾸준히 늘어난 만큼 소비자들이 입은 피해도 9배나 급증했다. 특히 저렴하다는 인식을 이용해 단말기 대금을 ‘0원’에 팔 수 있는 공짜폰으로 속인 경우가 급증했다. 피해를 입은 이들은 휴대전화와 관련된 정보를 쉽게 알기 힘든 노인들이 대다수여서 더욱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한국소비자원과 방송통신위원회 등은 대책강구에 나섰지만 알뜰폰 시장 규모의 확장 속도에 반해 소비자 피해 구제 방안 구축은 더딘 모양새다.
알뜰폰 시장 출격 2년 10개월 만에 이용자 수가 300만 명을 넘어섰다. 알뜰폰은 자체 통신망 없이 기존 이동통신사의 통신망을 빌려서 저렴한 요금으로 제공하는 휴대전화 서비스다.
알뜰폰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함께 높아지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불완전 판매로 눈물짓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다. 특히 휴대전화 관련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노인들이 피해를 본 경우가 상당수로 드러났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알뜰폰 관련 소비자상담 건수가 2012년 185건, 2013년 372건으로 집계되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 동안 접수된 상담 건은 667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배 증가한 수치다.
이 중에서도 공짜폰이라고 안내받았지만 실제로는 단말기 대금이 청구됐다는 불만이 40.8%(272건)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해지 지연·누락이나 위약금 과다 부과 등의 ‘가입해지 관련 불만’ 18.4%(123건), '약정기간 및 요금 상이‘ 14.2%(95건) 순이었다.
이는 늘어난 가입자 수만큼 전화권유를 통한 가입이 늘면서 불완전 판매가 많아진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현재 알뜰폰 서비스 불만이 접수된 사례 중 71.2%(475건)는 전화권유판매로 서비스에 가입했다. 전화권유판매는 텔레마케터의 일방적인 상품소개만 듣고 가입하기 쉬워 단말기 대금, 약정기간, 위약금 등 주요한 계약내용이 계약 당시 설명과 다르더라도 이를 입증하지 못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 A씨는 지난해 11월 ‘단말기가 공짜’라는 판매원의 안내전화를 받고 가입에 동의하고 다음 날 휴대폰을 수령했다. 그런데 요금청구서에는 0원으로 표시돼 있어야 할 단말기 대금에 월 3760원씩 청구가 됐다. 그는 “약속대로 계약이행을 해라”고 요구했지만 결국 한국소비자원에 신고접수를 한 뒤에야 사업자로부터 단말기대금 청구액을 소비자의 계좌로 약정기간동안 매달 입금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또 다른 소비자 B씨 역시 A씨와 유사한 일을 겪었다. B씨는 당초 약정기간 24개월, 월 2만3000원의 요금이 청구될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지만 받아본 요금 청구서에는 약속과 다른 상태였다. 요금이 과다 청구됐음은 물론 약정기간도 24개월이 아닌 36개월로 돼 있었던 것이다.
SK텔링크 영업방식에 뿔난 업계
특히 이 같은 꼼수 판매에 당하는 소비자들 대부분이 고령층에 해당해 문제로 지적됐다. 알뜰폰은 주로 통화나 문자·데이터 사용량이 많지 않은 고령층이 다수 사용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에서 판매하는 알뜰폰 가입자의 경우 40대 이상이 전체 가입자의 80.6%를 차지할 정도다.
또 알뜰폰 사업자를 이동통신 3사로 오인하고 있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현재 알뜰폰 시장에 진출해 있는 업체는 총 28개다. 이 중에는 SK텔레콤 자회사인 SK텔링크도 시장에 진출해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 13일 2014년 1분기 SK텔링크 업체 관련 상담건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접수된 불만 중 대부분의 문제는 ‘유사상호’로 인해 발생된 피해다. 주로 SK텔레콤과 SK텔링크를 구분하지 못하는 고령층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상담원이 SK텔레콤이라고 하거나 SK라고만 소개하는 경우가 있다”며 “특히 SK우수고객을 위한 혜택인 것처럼 말해 소비자에게 SK텔레콤인 것처럼 오해하게 했다”고 말했다.
명칭이 유사하고 동일한 통신망을 사용하고 있더라도 알뜰폰 사업자는 이동통신 3사와는 별개의 사업자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아 뒤늦게 소비자들이 통신사 변경 전에 가입했던 결합상품 서비스, 멤버십 등 기존의 혜택을 그대로 받을 수 없게됨을 알고 불만을 제기한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알뜰폰 업계 내에서도 이 같은 영업방식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알뜰폰 시장에서도 불공정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LG유플러스와 KT도 알뜰폰 시장에 진출할 뜻을 내비친 바 있어 이 같은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또한 왜곡된 영업은 결국 알뜰폰 시장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때문에 가입자 모집 단계에서 해당 통신사에 대한 정보가 정확하게 제공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한국소비자원은 이같은 피해를 예방하려면 “알뜰폰 계약 시 반드시 계약서를 요구해 교부받고, 단말기 대금, 요금제, 계약기간, 위약금 등 중요사항을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역시 “알뜰폰 업체는 의무적으로 녹취를 하도록 하며 이를 어기거나 분쟁 발생 시 녹취 자료 공개 거부, 계약 불이행 등 규정을 위반한 업체에게는 불이익을 줘 공정하고 올바른 거래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지자 (사)한국알뜰폰통신사업자협회는 공개적인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약속했다. 다만 한국소비자원이 밝힌 소비자 불만 관련 내용이 구체적으로 업체가 언급되지 않아 잘못을 범한 특정업체가 아닌 알뜰폰 업계 전체가 피해를 입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이동통신 6개사(SKT, KT, LGU+, CJ헬로비전, SK텔링크, 에넥스텔레콤)와 허위과장 광고 공동대응 협약을 체결하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을 밝힌 바 있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