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금융지주 해체 초읽기
씨티금융지주 해체 초읽기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4-05-19 10:56
  • 승인 2014.05.19 10:56
  • 호수 1046
  • 2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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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그라드는 외국계 금융 몸집 축소 릴레이

지주사와 은행 통폐합…국내 사업채널 축소 현실화
기업 대신 개인금융 집착…전략 실패로 수익성 악화

▲ <뉴시스>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한국씨티금융지주가 오는 9월까지 한국씨티은행과 합병한다. 지배구조 단순화와 효율성이 그 이유다. 2010년 씨티금융지주 출범 이후 4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씨티의 경우 지주사와 은행이 합쳐지면 국내 진출은 은행 하나만 남다시피 한 상황이다. 이미 씨티금융판매서비스(CFSK) 등 자회사를 줄일 대로 줄인 상태기 때문이다.

전부터 외국계 은행을 보유한 금융지주에 대한 우려는 존재해 왔다. 그간 외국계 금융들은 지주사에 따르는 책임과 규제에 종종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외국계 금융들이 조만간 지주사를 은행에 통합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이어지곤 했다.

이번 씨티금융의 사례로 볼 때 외국계 금융의 지주사 해체는 현실로 이뤄졌다. 향후 스탠다드차타드(SC)금융 역시 씨티의 뒤를 따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렇게 되면 국내에 잔류하는 외국계 금융지주사가 모두 사라지는 셈이다.

영업점 폐쇄 가속·합병 이래 최초 파업

현재 씨티금융지주는 씨티은행, 씨티캐피탈 등 자회사 2곳만을 보유하고 있다. 그것도 은행이 전체 자산과 영업비중의 97% 이상을 차지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주사와 은행 통폐합은 향후 국내 시장에서의 사업채널 축소를 의미한다.

씨티금융 측은 이번에도 한국 철수설을 부인하며 은행에만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은행도 2004년 한미은행 인수 당시와 비교하면 몸집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수익성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이라는 명분에서다.

그러면서도 씨티금융은 해마다 고액의 배당금을 본사로 송금했다. 게다가 해외 용역비라는 명목으로 타행 대비 지나친 금액을 추가 송금했다. 이러한 고배당과 해외 용역비는 국부유출 논란으로까지 번지며 씨티은행이 설 자리를 좁히고 있다.

실제로 씨티은행에서는 지금도 영업점 통폐합이 진행 중이다.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하면서 가져온 영업점 수는 238개다. 하지만 이번 통폐합이 끝나고 남는 영업점 수는 134개다. 10년간 무려 100여 개를 줄인 셈이다.

이에 씨티은행 노조는 인력감축을 막겠다며 10년 만에 파업을 선언했다. 한미은행이 합병되면서 벌였던 파업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씨티은행 임직원의 노조 가입률은 80%가 넘는다. 본격적인 파업이 이뤄지면 은행 운영에도 타격이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같은 외국계인 SC금융 행보 주목

같은 외국계인 SC금융 역시 은행의 덩치를 지속적으로 줄여 온 것은 매한가지다. 이미 SC은행은 사업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국내 영업점을 25%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세부적으로는 영업점 350곳 중 100여 곳을 점차적으로 줄여 250여 곳만 남기겠다는 안이다. 기존에도 SC은행은 당초 440여 곳의 영업점을 20%가량 축소해 350여 곳으로 줄인 바 있다.

지난해만 봐도 SC은행은 본부 슬림화 정책을 발표하고 은행 경영진 및 본부 부서를 3분의 1씩 감축했다. 올해 초 특별퇴직한 직원만도 200여 명에 달한다. 더불어 개인금융 영역에서 상당 부분 철수하고 다시 법인영업 등에 주력하겠다며 노선을 선회했다.

사실 외국계 금융 중 지주사가 해체된다면 SC금융이 가장 먼저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만큼 SC금융이 빠르게 몸집을 줄여오며 주목받은 탓이다. 때문에 씨티금융이 먼저 나선 이상 SC도 씨티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본래 도매에 강점을 가진 외국계가 국내에서는 유독 소매에 집착하면서 전략에 실패했고 수익성도 악화된 것”이라며 “우려했던 외국계 금융의 지주사 해체 및 은행 통합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분위기가 짙다”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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