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예매니지먼트협회 횡령스캔들 오해와 진실
출범 7년 만에 첫 감사,회계상 문제점 등 발견
연매협 측 “예술산업 투명성 위한 과정이었다”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이하 연매협)가 수억 원대에 이르는 횡령 스캔들에 휘말렸다. 연매협이 나무액터스와 키이스트 그리고 IHQ 등 국내 대형 기획사 대부분을 회원사로 두고 있고, 관리하는 배우만 1000여 명이 넘는 규모를 갖춘 만큼 이번 스캔들의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자금 유용이 사실로 밝혀지면 이미지 타격은 물론 각종 고소·고발 등이 난무할 가능성도 높다. 공적자금이 사용되는 행사들을 다수 시행한 바 있기 때문이다. 또 일각에서는 계획에 없던 회계감사를 갑작스럽게 진행한 점을 들어 “내부 갈등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과연 그들의 진실은 무엇일까.
연매협이 일부 직원의 비위 첩보를 토대로 내부 회계감사를 실시한 결과 수억 원대의 횡령혐의가 포착됐다.
이번 감사는 연매협 설립 7년 만에 처음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2007년 사단법인으로 출범한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횡령이 이뤄진 것으로 의심된다는 결과가 나와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연매협은 2005년 이른바 연예계 X파일 사건 이후 결성된 단체다. 2007년 5월 사단법인으로 재출범했다. 당시 배우를 관리하는 매니지먼트사 44개사로 출발해 현재 회원사가 200여 곳이 넘는다.
나무액터스, 키이스트, 판타지오, IHQ 등 일반에도 잘 알려진 메이저 매니지먼트사들이 대부분 소속돼 있으며 이들 회원사가 관리하는 연기자는 1000여 명이 넘는다. 한마디로 한국 연예계의 주요 매니지먼트사들이 모두 소속돼 있다고 보면 된다.
표준 출연계약서·전속계약서 개정 의견 논의를 비롯해 드라마·영화 출연료 미지급 대응, 연예인과 기획사 간 전속계약 분쟁 조정 등의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감사는 연매협이 앞선 3월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으로 매니지먼트 업체 실태 조사를 하는 전수조사를 진행하던 중 회계상 문제점이 발견돼 시작됐다. 8인으로 구성된 감사진이 지난 4월 초 인덕회계법인에 회계 감사를 용역 의뢰한 결과 수억 원대의 횡령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용은 지출 내역 증빙이 일치하지 않거나 업무 무관 경비의 개인적 사용에 관련한 부정행위가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적으로도 특별감사위원회를 발주해 자체적으로 감사를 진행했으며, 횡령 의심 금액이 수억 원 대에 이르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또 이사회에서도 회계감사보고서에 대해 논의했는데 감사 결과를 놓고 내부에서 입장이 엇갈려 향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문제는 연매협이 지난 7년간 회계 감사를 한 번도 실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매협이 그동안 드라마페스티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연기자네트워크 등 행사를 진행해오면서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 한국콘텐츠진흥원, 대전시, 진주시 등으로부터 공적 자금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감사가 없었던 것이다.
걷잡기 힘든 파장 예상
더욱이 이사회 일부 임원들은 이번에 포착된 혐의에 대해 횡령이 아니라 관행상 벌어진 일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출 내역 증빙 누락 등이 고의적인 것이 아니라 관행이었다는 것이다. 다소 께름칙한 부분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연매협 내부 진통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내부 갈등으로 인해 감사가 갑작스럽게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또 이를 덮으려는 이들과 파헤치려는 세력이 대립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결국 자금 유용이 사실로 드러나면 연매협은 이미지 실추는 물론 지원 중단 등 실질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사태가 심각한 만큼 고소·고발전이 난무하는 광경을 연출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또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감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정기적인 감사를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리 문제가 번질 수 있었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연매협의 횡령스캔들이 또 다른 단체들에 불똥이 튈 것인지도 주목된다.
하지만 연매협은 이들과 관련된 사항을 전적으로 반박하는 상황이다. 공식입장을 통해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연매협은 공식입장을 통해 “연매협은 대중문화예술 산업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무분별한 연예기획사 난립 방지와 대중문화예술인들의 권익 보호를 통해 대중문화예술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유도하고 질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연매협은 비영리 사단법인단체로 2014년 제도권 진입을 앞두고 오는 7월부터 시행될 매니저 등록제를 준비 중이었으며, 협회 내부적으로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중이었다”면서 “그 일환으로 회계뿐만 아니라 정책, 상벌 감사가 진행 중에 있다”고 정황을 설명했다.
아울러 “연매협은 국가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단체가 아니며, 연매협 회원사 및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내부 감사는 협회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함이며 (일부 매체에서) 보도된 내용과 사실은 상이한 부분이 있음을 밝힌다. 추후 한국 연애매니지먼트협회는 내부 시스템을 강화시키고, 더욱 건강한 대중문화예술 산업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매협은 스캔들의 여파로 그동안 강지환, 조여정 등 배우들의 소속사 이적에 개입해왔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얼마 전엔 연예계 복귀를 타진하고 있는 박시후에게 연예활동을 자제하라는 입장을 밝히는 등 실력행사를 하기도 했다.
연매협이 연기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지 않고 일부 임원들의 잇속을 챙기는 사조직화가 됐다는 비아냥을 받은 이유다. 만약 횡령스캔들이 진실로 확정된다면 협회의 존속 여부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