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부자 롯데그룹의 달라진 행보
땅부자 롯데그룹의 달라진 행보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4-05-19 10:22
  • 승인 2014.05.19 10:22
  • 호수 1046
  • 2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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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손놓는 롯데쇼핑…차입금과 맞바꾼다
▲ <뉴시스>

매각 후 재임차·묶어서 쪼개 팔기…모두 동원
1조원 중 6000억원 유동화…땅 팔아 빚 갚아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롯데그룹이 부동산 유동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일부 부동산을 매각하고 나섰다. 당초 계획했던 1조 원대 전부가 아닌 일부 6000억 원대다. 하지만 재무구조 개선에는 상당히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롯데그룹이 기존과 달리 보유보다는 임차를 택함으로써 향후 자산운용 전략을 선회할 기미도 엿보인다.

롯데그룹이 더 이상 ‘땅부자’라는 별칭을 거부하는 것일까.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지난 16일 롯데백화점 2곳과 롯데마트 5곳을 KB자산운용에 매각하는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롯데쇼핑은 매각을 예정했던 18개 점포 중 7개 점포를 KB자산운용에 넘기게 됐다. 해당 점포는 롯데백화점 일산점과 상인점 등 백화점 2곳과 롯데마트 부평점, 당진점, 평택점, 고양점, 구미점이다.

매각 덩어리가 줄어든 만큼 매각금액도 1조 원대에 못 미치는 6000억 원선이다. 매각방식은 매각 후 부동산을 다시 임차하는 형태인 세일앤리스백(Sale & Lease back) 방식이다.

발등에 불 떨어진 신용등급

통상적으로 세일앤리스백은 매각 주체가 몇 년 후 우선매수권을 갖는 구조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실제 매각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매각대금을 차입금 상환에 쓰더라도 인정 비율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 역시 이러한 예다.

애초 롯데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롯데쇼핑이 보유한 1조 원 규모의 부동산을 싱가포르 부동산투자신탁(REITs·리츠)에 매각하려고 했다. 하지만 현지 투자자들과 가격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싱가포르 증시 상황이 나빠지면서 매각이 지연됐다.

이를 기다리지 않고 해당 자산을 일부나마 KB자산운용에 넘긴 것은 롯데그룹의 재무현황이 상당히 나빠진 것을 반증한다. 최근 연달아 투자를 감행한 롯데그룹의 부채비율은 급속도로 올라갔고 차입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도 나날이 하향하고 있다. 그것도 국내 신용평가사보다 국제 신평사들의 압박이 더욱 거세다. 한 국내 신평사의 롯데쇼핑 신용등급은 ‘AA+’다. 그러나 무디스는 지난 2월 그나마 ‘Baa1’이었던 롯데쇼핑 신용등급을 ‘Baa2’로 강등했다.

때문에 롯데그룹은 점포를 매각해 마련한 자금 대부분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또한 국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나머지 점포의 매각도 계속 추진해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롯데그룹은 아직 개발 중인 신규점포조차도 같은 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매각에 나섰다.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최근 거제도 및 광교신도시의 롯데마트 신규점포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SK증권과 하나자산운용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앞서 롯데쇼핑은 롯데마트 출점을 위해 상가를 분양받은 바 있다. 거제도는 주상복합 엘크루 랜드마크이며 광교신도시는 호반베르디움이다. 이 상가들의 매각가격은 1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며 다음 달까지 인수자금을 모집하고 부동산펀드를 설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비록 세일앤리스백 방식이지만 롯데의 부동산 정리는 그동안의 자산운용 전략을 선회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롯데가 보유한 부동산이 상당히 많은 만큼 향후 매물도 차례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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