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해금액 사회분산 움직임 “꼼수 막아야”
“차명계좌 꼭 찾아야” 유 회장 압박수사 계속 돼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달이 넘었다. 여전히 수색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사정당국도 유병언 회장 일가의 부정과 숨긴 돈 찾기에 혈안이다. 특히 검찰은 유 회장 일가를 압박 중이다. 이쯤되면 유 회장 일가의 해명이나 변명이 이어질 법도 하지만 조용하다. 단순히 “항로이탈 안 했다” “100억 원 사재출연하겠다”가 다다. 사고 첫날엔 “톤수를 조작했다”는 것이 알려진 흔적의 전부다. 그렇다면 왜 유 회장 일가는 더 이상의 말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단순히 여론의 눈치를 보는 것일까. 그 이유에 대해 알아봤다.
사고 첫날 거론된 의혹은 ‘항로이탈’과 ‘화물 톤수 조작’이 전부다. 사고 원인을 밝힐 주요사항이었기에 관심이 모였다. 그런데 이 발언들 속엔 노림수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사고 원인인 과적 책임을 은폐하고, 보험금 수령 문제를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다.
세월호는 재보험을 통해 영국 금융기관과 복잡하게 얽혀 있다. 세월호를 인양한 뒤 국과수와 영국 보험사의 조사, 장기간의 소송을 거쳐야 한다. 이 때 잣대가 영국 해운법이다. 영국 해운법은 고의적인 항로 이탈과 감항성(화물과 평형수 등 항해를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를 따져 보험금을 확 깎는다.
청해진해운은 그동안 잦은 사고로 해상보험에는 전문가 수준에 이르렀다 한다. 과거에도 해상 사고로 보상금을 탄 전력을 가지고 있다. 이때의 노하우가 축적돼 이번에도 승객 구조보다 보험금 타내기에 급급했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유 회장의 100억 원 사재출연도 자신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것처럼 꾸미는 것이지 실상은 다르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미 “수익은 혼자 챙기고 위험은 사회로 분산하는 꼼수가 아닐까”라는 의문을 품는 글들이 유명사이트에 올라오고 있다.
외항선박은 선하증권에 의무적으로 가입하지만 연안화물은 대체적으로 보험에 들지 않는다. 청해진해운은 3788t 화물의 보상비조차 막막할 것이다.
싣고 가던 자동차는 한 푼의 보험금도 못 건진다. 구조 인양비까지 감안하며 수천억 원이 들 것이다. 무리한 구조 변경으로 선박이 침몰한 경우 보험사가 선박 운항사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의 판결까지 나온 상태다. 이러니 유 회장 쪽에서 전 재산 100억 원을 모두 내겠다며 선을 그었다는 것이다.
나머지는 우리 사회가 부담하라는 것이다. 1993년 서해훼리 사고 때 회사 측은 고작 10억 원, 나머지 200억 원은 혈세와 국민 성금으로 충당했다. 보험업계는 침몰 선체와 사고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금 수령 적정성 여부를 따지는 것이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파산 가능성 높아
청해진해운에 대한 독점 항로 면허 취소를 계기로 청해진해운의 유동성 위기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는 세월호가 운항하던 인천〜제주간 독점 항로 운송사업 면허를 취소했다.
다른 항로도 자진 반납 형식으로 면허가 취소될 전망이다. 대형인재사고로 인한 항로운항면허 취소는 서해훼리사고 이후 21년 만이다.
청해진해운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독점 항로에 대한 면허 취소는 대출금에 대한 기한이익 상실 사유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만기에 상관없이 은행이 대출금을 조기 회수할 권리가 있다는 뜻이다. 청해진해운에 대한 산업은행 대출 규모는 170억 원에 이르는 반면 지난해 말 기준 청해진해운의 현금과 예금은 6억 원에 불과하다.
산은이 상환을 요구했을 때 연체가 되면 청해진해운에 대한 대출은 바로 현재의 ‘요주의’ 단계에서 ‘고정’ 이하로 분류가 된다.
대출 채권이 고정이하 여신으로 분류되면 만기 연장이 안 돼 청해진해운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기업회생, 즉 법정관리 신청밖에 없다.
하지만 법원이 회생 절차를 개시할 가능성이 낮아, 결국 파산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청해진해운의 총자산은 330억 원, 이 가운데 선박이 240억 원.
세월호는 침몰했고, 파산이 되면 나머지 선박 가치도 뚝 떨어지는 데다 갖고 있는 토지의 장부가액도 7억여 원에 불과해 은행들은 대출금 회수도(207억 원)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국민 부담
이번 사건이 정상적으로 처리됐다면 수 천억원의 보험금을 탔을 것이다. 그렇다면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가족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할 수 있었을 테지만 이 같은 변수로 인해 또 다시 상처를 안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많다. 국내 보험사들도 청해진해운의 잘못으로 판명날 경우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미 검찰수사를 통해 청해진해운의 잘못이 알려지면서 보험금 수령여부도 의문이다. 때문에 검찰이 유 전 회장의 과실과 숨긴 재산을 찾아내지 못하면 수천억 원에 이르는 비용이 결국 국민 부담으로 넘겨질 전망이다. 피해 보상과 사태 수습 비용 조달도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그 금액도 현재로선 가늠이 어렵다.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는 “유 회장 일가가 숨긴 돈 전부를 찾아야 유가족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며 관계당국의 면밀한 수사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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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해훼리 사고는
1993년 벌어진 대형해양참사다. 이 사건으로 면허가 취소된 서해훼리사는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의 선사로 사고 당시 승객 292명이 사망한 대표적 인재사고로 꼽힌다.
서해훼리호는 110톤 규모에 탑승 정원이 221명이었으나 141명을 초과한 362명(승객 355명, 선원 7명)이 승선해 논란이 됐다.
또한 당시 항해사가 휴가 중이어서 갑판장이 항해사의 업무를 대신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