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빛 바랜 스승의 은혜, 3년전 사건이 뒤늦게 교사-여고생 성관계 의혹 논란
경찰·경기도교육청 “조사 중”, 친고죄 폐지로 처벌 가능
[일요서울 | 이지혜 기자] 경기도내 사립 A고교에서 교사와 여학생이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총동문회가 경찰에 교사 3명을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간·강제추행·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혐의’로 고발하면서 3년 전에 발생한 사건이 알려지게 된 것이다. 총동문회는 고발장을 통해 2011년부터 현재까지 남교사 3명이 여학생 2명 이상과 강제로 성관계를 맺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은 해당 여학생의 직접적인 증언이 아닌 ‘추측’에 불과해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이들의 의혹만 커져가고 있다. 과연 이 사건은 교사의 강압적인 ‘성폭행’이었을까.
스승의 날을 3일 앞둔 지난 12일. 파주 A여고 총동문회는 관할 검찰지청을 찾아가 모교의 성명 미상 교사 3명을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간·강제추행·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혐의’로 고발했다. 총동문회 측은 고발장을 통해 “2011년~2012년 파주 A여고 교사 3명이 제자 2명과 성관계를 가졌다”며 “피해 학생 중 한 명이 너무 힘들어서 해당 지역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수차례 상담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상담센터에서 이 같은 사실을 지난해 3월 학교에 알리고 내부적으로 처리하게 했으나 학교에서는 지금까지 은폐하는 바람에 관련 교사들이 같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피해 학생은 지난 2월 졸업했다고 알려졌다. 이 사건은 어떻게 해서 뒤늦게 밝혀졌을까.
발생 당시 학교에 통보
학교장 “모르는 일이다”
A여고 총동문회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지난 4월이다. 얼마 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총동문회 부회장 최모씨는 “후배로부터 여학생이 교사와 성관계를 맺은 일로 청소년센터에서 상담한 일이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며 “총동문회 간부들과 상의한 결과 가해 교사가 학교에 계속 근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결론내렸다”고 밝혔다. 최씨는 이어 “상담센터는 여학생이 상담 받았던 2011~2012년 당시 학교에 사실을 통보했다고 말했으나 학교장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뗐다”며 “그러나 우리가 다녀간 다음날 교사 한 명이 사표를 내고 잠적했다”고 말했다. 총동문회 측에서는 해당 교사를 의심했지만 학교 측은 “개인사정으로 사직했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총동문회는 국가인권위원회, 총리실 등에 진정서를 보냈지만 원하는 답을 받지 못했다.
사실 최씨 등은 피해 여학생의 증언과 상담내용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상담센터장과의 대화를 통해 사건 경위를 파악했기 때문에 관련 교사 이름 등 자세한 상황을 알지 못한다. 이 사건에 연관된 교사가 3명이고, 피해 학생이 2명이라는 것도 엄연히 따지면 총동문회 측의 ‘추측’에 불과하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최씨는 “이런 사실은 센터장과의 대화에서 캐치한 것”이라며 “지금은 상담 일지를 보여줄 수 없지만 검찰에서 수사를 하면 (검찰에게)보여주겠다고 말해 교사들을 고발했다”고 말했다.
추측1.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은 ‘교사와 제자가 성관계를 맺었다’는 사실뿐이다. 연관된 교사의 수, 교사 나이, 정확한 사건의 내용 등 중요한 사실은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사실을 둘러싼 여러 추측이 가능하다.
첫 번째 추측은 교사와 학생이 ‘사랑’에 빠졌다는 것이다. 장난기 많고 어린 또래 친구들에 비해 믿음직하고 듬직한 ‘어른’ 선생님은 사춘기 17세 소녀의 설레는 마음을 빼앗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첫 사랑이 중·고교 시절 선생님이었던 여성들이 많은 것을 보면 불가능 한 일도 아니다.
만약 상대 교사가 미혼 남성이고, 여학생이 좋아한다면서 적극적으로 애정공세를 펼친다면 드라마 ‘사랑해 당신을’이 현실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순수한 여학생의 모습에 굳건하던 남교사의 마음이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와 제자 두 사람이 서로 연인으로 발전했다면, 그들의 스킨십은 필연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관계 후 아직 어린 학생에게 죄책감 또는 미래에 대한 걱정이 생겼고, 이에 상담센터에 상담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에는 두 사람이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었지만, 상대방이 아직 미성년자라는 점에서 법적 처벌이 가능하다. 친고제가 폐지됐기 때문에 학생이 처벌을 원치 않아도 총동문회 측에서 해당 교사가 누군지 알아내거나, 경찰 조사에서 드러난다면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추측2. 강압적 태도 보복 두려워 신고 못해?
또 다른 추측은 교사가 학생을 상대로 ‘성폭행’을 했다는 것이다. 피해 학생과 교사가 여럿일 수 있다는 점에서 두 번째 추측이 힘을 얻고 있다.
어떠한 계기로 교사가 학생과 강제로 성관계를 맺고 난 후 학생에게 “다른 사람에게 알리면 학교에 다니지 못할 것이다” 등의 방식으로 협박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피해 학생은 보복이 두려워서, 또는 소문이 날 것을 염려해 신고하지 못하고, 이를 이용해 교사는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했을 것으로 가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괴로워하던 학생이 문제 해결을 위해 상담센터를 찾아갔다는 추측이 이어진다. 여기서 자신의 고민을 모두 다 털어놓았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결론적으로 봤을 때 전혀 도움을 받지 못했고 그 ‘고통’이 졸업할 때까지 이어졌다고 예상할 수 있다.
대학교수가 학생을 상대로 번번이 성추행을 일삼아도, 학생들이 혹시나 자기가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걱정해 신고하지 않는 경우를 볼 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위에 언급한 두 가지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가정에 불과하다. 진실은 가정과 전혀 다를 수도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교사가 제자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었을 지라도 이는 엄연히 범죄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초등학생 제자(여·13)와 성관계를 맺은 30대 교사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합의하에 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선 이상 해당 교사는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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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