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 간첩이 활개치고 있다
남한에 간첩이 활개치고 있다
  • 이수향 
  • 입력 2004-12-13 09:00
  • 승인 2004.12.1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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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탈북자는 “가족과 친지를 만나기 위해 북한을 드나드는 과정에서 공안당국에 체포되어 간첩 교육을 받는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말했다. 사진은 영화 <이중간첩> 중 한장면.국보법을 위반한 탈북자 이모(28)씨 사건으로 국내에서는 때 아닌 스파이 논쟁이 한창이다. 지난 2일 오전 국정원이 그동안 소문으로만 공공연히 떠돌던 탈북자 위장 간첩사건을 사실로 인정함으로써 국민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이번 사건은 탈북자가 북한으로부터 간첩교육을 받고 재파견된 것으로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공식적으로 적발된 첫번째 사건이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국민들의 불안이 커진 가운데 국내에 침투한 고정간첩이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YS정권말기에 접어든 97년 2월.온 나라는 충격에 휩싸였다.거물급 귀순인사 황장엽씨의 입을 통해 제기된 남파 고정간첩에 대한 주장은 우리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당시 그는 “우리 정부내 각급 기관, 심지어는 권력의 심장부까지 고정간첩이 박혀 있다”는 발언을 했다.특히 남한내에서 암암리에 활동하고 있는 북한의 고정간첩의 숫자가 무려 5만명이라는 그의 ‘폭로’는 사회 전체를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고도 남음직한 폭탄발언이었다.그러나 당시 정보당국은 황씨가 주장한 고정간첩의 숫자가 터무니없이 부풀려졌다고 반박했다. 정보당국의 반박성 주장을 뒷받침하듯 당시 보안사령관과 국방장관을 지낸 이종구씨와 대북 분석가들조차 “서울에서 암약중인 고정간첩은 2만명 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이씨 사건을 통해 탈북자를 위장한 간첩의 실체가 드러남에 따라 실제 활동하고 있는 간첩의 숫자는 가히 놀랄만한 수치에 이를 것이라는 추측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무엇보다 당국의 고위 관계자측에서 간첩의 숫자를 일부러 축소시키고 있다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실제로 당시 공안당국의 한 관계자는 고정간첩의 숫자가 1,000명을 넘지 않으며 친북세력 역시 4만명을 넘지 않는다는 주장으로 국민들을 안심시킨 바 있다.간첩 관련 소문이 탈북자들 사이에 퍼져있었다는 사실도 주목할 대목이다.

한 탈북자는 탈북자들 사이에서 몰래 북한에 드나드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귀띔했다.그는 이번 이씨의 경우처럼 “상당히 많은 간첩이 있다는 얘기는 이미 들었다. 가족과 친지를 만나기 위해 북한에 드나드는 과정에서 공안당국에 체포되어 간첩교육을 받는다는 소문도 오래전부터 들어본 적이 있다”고 전했다. 또 탈북자들 중에는 아예 다시 입북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탈북자들은 이번 사건으로 잔뜩 예민해져 있다.많은 탈북자들이 이번 사건에 대해 상당히 유감스런 반응을 나타내며 탈북자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탈북자동지회의 한 관계자 A(38·여)씨는 2일 오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황당하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꺼려하며 철저히 익명을 요구한 그는 “가뜩이나 탈북자에 대해 안좋은 인식이 있는 판에 사건이 터지니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불안해했다. 현재 사회 분위기를 의식한 탓인지 그는 기자와의 통화 내내 몹시 머뭇거렸으며 정확한 답변을 피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이번 사건으로 국민들의 불안과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설마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며 우려를 나타내는 견해보다는 ‘탈북자를 위장한 간첩의 존재에 대해서는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정부가 모른 척 했을 뿐’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많은 사람들은 남파간첩이 정부측에서 제기하는 숫자를 훨씬 웃돌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지난 2일 오후 인사동에서 만난 대학원생 P(29·남)씨는 “이번 사건이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첫번째 사례라는 것 말고 특이한 것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탈북자 A씨(여) 인터뷰
“탈북자 전체가 매도되지 않길”

간첩활동 목적 탈북자 얘기 들어본적 있어다음은 탈북자 A씨와의 일문일답이다.

-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조금 전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다. 너무 겁난다. 소문으로만 듣던 일이 터져서 깜짝 놀랐다.

- 탈북자들의 분위기는.▲당연히 뒤숭숭하다. 겨우 정착해서 살고있는데 이런 사건이 터지니 모두들 우려하는 분위기다.

- 어떤 점을 우려하는가.▲탈북자와 간첩을 동일시하는 시각이 아니겠나. 괜한 오해를 받을까 우려된다.

- 중국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사람중에 간첩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상당수라 들었는데.▲솔직히 탈북자들 사이에서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인가.▲자세히는 모른다. 첩보활동을 위해 교육을 받고 민간루트를 통해 입국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 정도다.

- 탈북자들이 북측에 있는 가족들과 교류하는 경우가 있는가.▲비밀리에 만나는 이들도 있다고 들은 바 있다.- 중국을 통해 북한에 밀입국하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던데.▲조선족 브로커가 있다는 소문은 몇번 들었다.

- 재북가족측에 송금을 해주거나 만나게 해주는 대가로 브로커들이 받는 돈은 얼마인가.▲잘 모르겠다.

- 중국내에서 간첩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이 있다는 소문에 대해서는.▲루트를 제공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 알고 있다. 전문적인 기관은 중국은 모르겠고 북한에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보통 한국에 들어오게 되는 루트는 어떤 것인가.▲중국을 통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동남아쪽으로 와도 중국을 거쳐야 된다. 러시아를 통해 오는 경우도 상당수다.

- 생활하면서 정부 기관에서 조사를 받거나 감시 당하는 부분이 있나.▲하나원을 끝으로 그런 부분은 없다.

- 탈북자들의 생활은 어떤가.▲괜찮다. 잘 적응하는 편이다.

- 하고 싶은 말은.▲가뜩이나 사회의 시선이 안좋은데 이번 사건으로 인해 탈북자들에 대해 안좋은 시각이 더욱 두터워질까 두렵다. 특히 언론에서 탈북자 전체를 매도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수향  thelotu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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