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양모 교수의 ‘문화재 산책’]“방대한 문화재청… 주력사업 위주로 개편해야”
[정양모 교수의 ‘문화재 산책’]“방대한 문화재청… 주력사업 위주로 개편해야”
  • 조아라 기자
  • 입력 2014-05-12 16:26
  • 승인 2014.05.12 16:26
  • 호수 1045
  • 6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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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문화재청의 사업과 업무

#17. 문화재청의 사업과 업무

어떤 나라든 기관이든 한꺼번에 고치고 개선해서 다 잘될 수는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개발’때문에 자연과 문화유적이 파괴됐다. 또 ‘개혁’때문에 사회가 발전해나가는 것을 크게 저해한다고 생각한다.

문화재위원회의 임무와 업무는 위원회를 개선해서 발전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문화재청의 업무와 임무를 조금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나라의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와 개인기업 등은 자기 업무영역을 무한하게 키워 권력과 권리를 행사하고 이를 토대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려는 것 같다.

문화재청도 예외일수는 없다. 그래서인지 그 산하기구도 방대하다. 대학, 박물관, 문화재수리전문 연구소, 문화재 보존과학 센터도 많다. 또 문화재와 관련된 인허가 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단체, 문화재 보수 기술자 시험과 자격증을 발급하는 단체, 문화재 도굴 불법거래를 단속하는 단속반도 있다. 이외에도 문화재청은 수많은 업무를 진행한다. 갈수록 모든 학문과 사업과 연구 분야가 전문화돼 가듯 문화재청도 세분화 되고 있다.

하지만 문화재청이 정말 집중적으로 해나갈 사업과 업무가 무엇인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 문화재청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타 기관에 업무를 이관할 필요도 있다. 문화재청은 집중하는 업무를 중심으로 보존관리 추진 기구와 인원을 확충해야 한다. 또 그에 따른 충분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백년대계를 생각해 인재 양성에 나서야 한다. 많은 연구 인력을 국내외 우수 연구기관과 학교에 파견해 교육과 훈련을 거듭해야 한다. 또 이들을 언제든 받아들일 태세를 갖춰야 한다. 이와 함께 국내외에서 자비로 문화재 영구보존을 위해 다년간 연구하고 귀국한 인재도 받아들여야 한다.

문화는 마음의 양식

그동안 여러 번 이야기하고 또 힘줘 강조했지만 우리 전통미술 문화는 우리의 뿌리요 우리 마음의 바탕이다. 때문에 누구도 소홀히 해서도 폄하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보면 말만 아니라고 할 뿐 우리 전통미술문화를 소홀히 하고 폄하할 뿐 아니라 누구도 아낄 줄 모른다. 애정을 갖고 바라보지도 또 사랑하지도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지경으로 만든 요인이 무엇인지 한번 깊이 생각해볼 문제다.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중진국을 넘어서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문턱에 있다. 경제가 어려운 시기엔 ‘먹고살기 힘든데 무슨 전통 미술문화 운운이냐’라고 말하며 배부르고 난 다음으로 차일피일 미뤘다. 이는 전통 미술문화 보호에 득이 될 것이 전혀 없는 말이다. 오히려 큰 해만 끼쳤다.

언젠가 한 화장품 선전 문구를 본 적이 있다. 그 문구는 ‘화장품을 바르는 것은 우리가 밥을 먹듯이 피부에 밥을 먹이는 것이기 때문에 거르면 안 된다’였다. 전통 미술문화 보호도 마찬가지다. 우리 몸에 먹고 마시고 바르는 양식이 있다면 우리 정신에도 양식은 꼭 있어야 한다.

그 양식이 바로 문화인 것이다. 정신적 양식이 없으면 인류는 참다운 행복을 누릴 수 없고 삶의 의미도 모르게 된다. 아무리 돈이 많고 비싸고 큰 집에 살고 좋은 음식을 먹고 부유한 생활을 한다고 다 행복한 것이 아니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우주는 무한한 공간과 무한한 시간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 무한한 공간과 시간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광대한 우주 속에 터럭 끝보다 작은 지구에만 유일하게 생명체가 있다. 그 생명체가 사는 것은 무슨 뜻이 있을까. 그 생명체는 수천억 년에 걸쳐 우주에서 유일하게 지구라는 행성에서만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그 생명체는 우주의 무한 시간 속에서 보면 찰나를 살다간다. 그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뜻있게 사는 방법이 바로 문화를 가꾸고 사랑하는 것이다. 그중에 시각을 통해 삶의 소중함을 느끼고 정신적인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전통 미술문화인 것이다.

#홍료추선 - 여뀌와 매미

여뀌꽃 한 포기가 무성하게 자라나 마치 벼이삭같이 생긴 붉은 꽃 타래를 목이 휘도록 줄기줄기 매달고 있는 위에, 가을 매미 한 마리가 깃든 겸재 정선의 초충도(草蟲圖)다. 
여뀌는 물가에 풀밭을 이루는 흔한 잡초다. 하지만 폭염이 물러가고 산들바람이 일기 시작하면 보랏빛으로 호숫가나 강둑을 붉게 물들인다. 가을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치를 만드는 풀꽃이다. 그래서 예부터 문인묵객(文人墨客)들은 이를 격조로 인정해 시화(詩畵)의 소재로 많이 다뤘다. 겸재도 이를 특유의 몰골기법으로 사생했다. 
또 겸재는 청아한 소리와 품위 있는 몸매, 깨끗한 생활태도로 시화의 소재가 된 매미를 서양화 기법에 가까울 만큼 음영을 붙여 자세히 묘사했다. 홍료추선은 여뀌와 매미, 바랭이풀과 땅 위를 기는 두 마리 개미 등 평범한 소재들로 이뤄진 그림이다. 그렇지만 마치 서양화법에 능한 생물학자가 그린 생물도감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이는 몰골묘에 정통한 겸재가 대상을 정밀하게 관찰해 그 특징을 놓치지 않고 묘사했기 때문이다.

 

<정리=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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