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기업가정신 ⑰ 공동체 중심 리더십이 필요하다
창조경제 기업가정신 ⑰ 공동체 중심 리더십이 필요하다
  • 김의식 교수
  • 입력 2014-05-12 13:40
  • 승인 2014.05.12 13:40
  • 호수 1045
  • 4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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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건국 60여 년 질곡의 역사와 자원의 빈곤 속에서도 성공적인 국가를 형성해 왔다. 그러나 이제 나만이 잘 살려는 이기심이 아닌 공동체가 더불어 잘 사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무한한 상상력과 도전하는 기쁨 속에서 세상에 아직 창조되지 않은 미지의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즉 창조경제의 실천을 위해 우리 모두가 공존지수(NQ: Network Quotient)를 향상시킬 수 있는 공동체 중심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곤충채집을 즐겨하여 자연현상으로 부터 많은 교훈을 얻어 왔다. 그중 유심히 관찰한 것이 꿀벌과 풍뎅이에 관한 것이다. 꿀벌과 풍뎅이는 꽃에 숨어있는 단물을 빨아먹기 위하여 꽃 속을 오간다. 이들의 역할은 서로 다르다.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꽃가루받이가 일어나야 한다. 가루받이는 같은 그루의 꽃 사이에서 정받이(수분, 受粉)가 일어나는 자가수분(自家受粉)과 서로 다른 그루 사이에서 일어나는 타가수분(他家受粉)이 있다.

이중 타가수분의 경우 곤충이나 바람의 도움을 받아서 수분이 일어나게 하는데 꿀벌은 꽃에 들어가 꿀을 빠는 동안 꽃가루를 몸에 묻혀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다니면서 수정(受精)을 시켜 좋은 열매를 맺게 한다. 반면 풍뎅이는 열매를 맺게 하는데 촉매작용을 하기는커녕 이를 망치는 곤충이다. 몸 빛깔은 짙은 초록색으로 금빛 광택이 나고, 애벌레로 겨울나기를 하며, 땅 속에서 식물의 뿌리를 먹으면서 자란다. 풍뎅이는 꿀을 빨아오는 과정에서 오히려 꽃자루와 꽃잎을 상하게 한다.

다른 하나는 강단에서 학생들과 공동체 리더십에 관한 사례이다. 1914년 어니스트 섀클턴이 이끄는 영국의 인듀어런스호와 28명의 대원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각자 서로를 몰랐지만 남극횡단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남극에 가까워졌을 때 배가 난파된다. 대원들을 이끄는 탐험대장 섀클턴은 대원들에게 배를 버리라는 명령을 하고, 그들의 목표를 남극횡단이 아닌 무사귀환으로 삼는다. 그들은 난파된 곳에 머물 수 없었기 때문에 침몰하는 배에서 생존에 필요한 짐을 챙겨 행군을 하기로 결정하는데 개인당 1kg 짐만을 챙겨야 한다는 명령을 듣게 된다. 대원들의 선택은 최소한의 옷가지와 숟가락, 화장지 등 생존에 필요한 물품만 챙긴다.

또한 선원 중 한 명인 허시가 짐을 챙길 때 버린 벤조를 보고 섀클턴은 절망적인 현실에 직면한 선원들의 마음을 치료할 좋은 약이라고 생각하고 챙기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 남극을 같이 횡단하려고 고양이와 강아지를 데려왔던 대원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총살하여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포기하고, 사진사는 기록을 남기기 위해 가져왔던 수많은 필름들을 버린다. 그렇게 무사귀환이라는 목표를 위해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했던, 하지만 생존에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을 버리는 행동을 하였다. 그만큼 극단적 상황이 절박하고 간절했기 때문이고, 목표가 변경된 상황에서 가져왔던 것들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어버린 것에 과감하게 반응하고 행동하는 모습이 대단해 보였다.

현재 닥친 상황에서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효율적일지 판단하고 결단내리는 리더의 현명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물품정리를 마치고 생존을 위해 목적지가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가기 위해 행군을 시작한다. 그들은 얼마 나아가지 못하고 조난 당한 곳에서 많이 벗어나지 못한다. 그때 탐험대의 리더가 좋은 침낭들은 대원들부터 챙겨주며 탐험대를 위해 희생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 깊다.

또한 그들은 유일했던 식량인 펭귄을 사육하지 않기로 했다. 펭귄 수가 늘어갈 때마다 그들이 이곳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상상하며 절망하지 않도록 하는 부분에서 공동체에서 절망감을 가지지 않도록 대원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본다. 그들은 계속 그곳에 머물 수 없었다. 여섯 명의 인원을 선발해 작은 보트 한 대로 시속 100km의 바람과 20m의 파도를 헤쳐 2000km나 떨어진 사우스조지아섬으로 출발한다.

섀클턴은 섬에 남겨진 대원들에게 한 달이 지나도 그들을 구조하는 배가 오지 않는다면 섬을 탈출하라고 말하고 떠난다. 그들은 남겨진 대원들을 생각하며 자신들이 실패하면 자신들의 손으로 그들을 죽이는 것이라고 하면서까지 반드시 성공할 것을 결의한다. 절박한 동기부여로 폭풍과 높은 파도를 헤치고 그들은 사람이 살고 있는 섬에 도착한다.

그렇게 구조요청을 하지만 전쟁 중인 나라에서 쉽게 배를 빌리지 못하고 약속한 한 달을 보내게 된다. 구조선을 빌렸지만 기상악화로 근처까지 갔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하며 많은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섬에 도착했을 때 그들의 대원들은 대장이 반드시 살아 돌아오리라는 것을 믿고 3개월간이나 더 버텨왔다. 한 사람도 희생을 치르지 않고 탐험대원 전부가 구조되었다. 비록 남극횡단에 실패했지만 각각의 사람들은 자기 일에 충실했다.

나라면 그런 상황에서 나보다도 다른 사람들을 먼저 생각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아마도 그들이 모두 살아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그들만의 강한 의지와 작은 배려에서부터 비롯된 기적이었던 것 같다. 섀클턴은 리더로서 조직이 처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을 제시했으며, 조직원들의 사기를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냈다. 권위를 행사하기보다는 조직원들을 배려하고 솔선수범했으며, 가장 위험한 상황에서는 언제나 자신을 희생했다.

극한 순간에서 빛났던 리더 섀클턴. 대원들과 함께하기 위해 매번 자신을 버리고 먹을 것, 잠자리, 심지어 그들을 구하기 위해 험한 파도를 뚫고 구조선을 데리고 온다. 특히 대원의 특성과 특징을 기억하며 자신의 것을 희생해 대원들의 사랑을 지켜주기도 했다. 섀클턴의 리더십은 공동체를 향한 배려와 용기로 감동을 준다.

이 시대에 우리가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열거하고 싶지 않다. 위의 두 사례를 통하여 배운 교훈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공동체의 유익을 위하여 되새겨 볼 때다. 가루받이를 통해 열매를 맺게 하는 꿀벌이기보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한 풍뎅이같은 존재는 더 이상 발붙일 수 없는 풍토가 되어야 하겠다.

아울러 극한 탐험의 상황 속에서도 결단력과 때와 상황에 맞는 섀클턴의 희생적인 리더십으로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이 전원을 구출한 업적은 길이 빛날 것이다. 진정한 리더란 팀원 모두를 격려하고 공동체를 하나로 이끌어가는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창조경제 시대에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리더십이라고 본다.  

<김의식 교수>

 

김의식 교수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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