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인수 6년 만에 흔들리는 중앙대
두산 인수 6년 만에 흔들리는 중앙대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4-05-12 11:08
  • 승인 2014.05.12 11:08
  • 호수 1045
  • 2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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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기업화… 교내언론 탄압 논란까지

진리의 상아탑을 기업적 효용 가치에 맞춰
학내 집회·대자보 금지…결국 자퇴한 1호생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대학은 기업이 아니다’라는 단순한 명제가 통하지 않는 곳이 현재의 중앙대학교다. 중앙대는 두산그룹에 인수된 2008년 이후부터 철저하게 기업화되고 있다는 것이 학생들의 중론이다. 그것도 학과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넘어 비판교수 해임, 학내 집회·대자보 금지 등 교내언론 탄압이 극에 달했다. 결국 ‘두산대학 1세대’인 한 학생이 자퇴를 선언하며 마지막 글을 남겼지만 이 역시 하루 만에 뜯겨나간 실상을 들여다봤다.

“중앙대가 아니라 두산대로 변했어요.”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한 것은 6년 전인 2008년 5월이다.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은 취임 당시 “중앙대라는 이름만 빼고 바꿀 수 있는 것은 모두 바꾸겠다”며 개혁을 예고했다.
이와 같이 두산그룹은 중앙대를 인수하며 명문대 반열에 올려놓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중앙대 학생들은 이 선언을 어디까지나 ‘학교로서의 경쟁력 향상’이라고 여겼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현실은 ‘학교가 아닌 상품 순위 올리기’에 가까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학과 통폐합 후 총장 직선제 폐지비판교수 해임

인수 후 중앙대는 철저히 바뀌기 시작했다. 중앙대의 학문 단위 재조정안은 18개 단과대, 77개 학과를 10개 단과대, 46개 학과로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그 과정에서 인문·사회대는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로 희생해야 한다는 논리가 적용됐다.

결국 중앙대는 경영학부와 경제학부 정원을 대거 확충하고 전공 선택비율이 낮은 4개 학과를 폐지했다. 또한 회계학을 교양필수 과목으로 지정해 전 학과의 모든 학생이 듣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이는 두산재단의 평소 신념과 철학으로 볼 때 어쩌면 예정된 순서였다. 박 이사장이 두산중공업 회장이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시절 “대학은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는 ‘직업 교육소’여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도 뒤늦게 화제에 올랐다.

박 이사장의 말대로 모든 것이 자본주의에 물든 이때, 대학이라는 ‘학문의 상아탑’만은 지켜질 것이라는 학생들의 순진함은 여지없이 배신당했다. 중앙대 학생들은 스스로를 기업화된 대학 ‘두산대’에 다닌다며 자조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중앙대는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고 교수들을 차등 연봉제로 전환시켰다. 당시 박범훈 총장과 두산재단을 비판한 진중권 전 겸임교수는 다른 이유를 들어 해임됐다. 성난 학생들이 항의하자 현장에서 직접 얼굴을 채증한 자료를 토대로 학생들마저 징계했다.

학생 얼굴 채증해 징계처분 내리고 교지 전량 회수

이후부터 학생들을 겨눈 감시의 눈초리는 교내언론 탄압으로 지속됐다. 이른바 ‘중앙대 집시법’이라는 웃지 못할 학칙도 생겨났다. 학생들의 학내 집회와 시위를 모두 불법으로 규정한 것이다. 총학생회가 주관하는 새내기 MT인 ‘새터’마저 축소·금지됐다.

게다가 두산그룹을 비판한 풍자만화를 실었던 중앙대 교지 <중앙문화>는 배포 3시간 만에 전량 회수되기도 했다. 이후 교지 편집 예산은 전액 삭감됐고 교지 통폐합도 시도됐다. 비슷한 시기 대학원신문은 학생자치기구에서 학교본부의 언론매체부로 소속이 바뀌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이 모금해 직접 교지를 내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기업식 구조조정을 비판하는 무제호 특별판은 발간되지 못했다. 교내 배포되는 모든 인쇄물은 학교 측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제지된 것이다.

학교 측과의 대화가 원천적으로 봉쇄된 상황에서 일부 학생들은 다소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기도 했다. 총장실을 점거하고 회사 노조처럼 30m 높이의 타워크레인에 올라 고공시위를 하는 행위 등이다. 그렇게까지 해도 학교로부터 돌아온 답은 퇴학, 무기정학, 유기정학 등 징계뿐이었다.

급기야는 인수 6년 동안 학교를 다닌 첫 ‘두산대생’이 최초로 자퇴를 선언하고 나섰다. 중앙대 09학번인 김창인씨는 “대학은 기업이 아니고 나 또한 상품이 아니다”라며 “마지막 저항으로 대학을 그만 둔다”고 밝혔다. 앞서도 그는 구조조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다 3번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김씨가 마지막으로 남긴 대자보에는 “정권을 비판한 교수는 해임됐고 총장을 비판한 교지는 수거됐다”며 “비용 절감을 이유로 교양과목은 축소됐고 학과들은 통폐합됐으며 건물이 지어지고 강의실은 늘어나도 강의당 학생수는 줄어들지 않았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이 대자보마저 하루 만에 철거돼 중앙대의 교내언론 탄압 현황을 여실히 드러냈다. 중앙대 교지에 따르면 해당 대자보는 현재 미화원실에 보관돼 있으며 “학교에서 지시한 것임, 치우지 마세요”라는 메모가 함께 적혀 있다.

이와 관련해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대학의 주인인 학생이 학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행동”이라며 “상식의 문제를 대학이 노골적으로 탄압하는 상황은 지금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비상식적인 경우”라고 비판했다.

이어 장 의원은 “지금의 상황이 남의 일 같지만 언젠가는 내 자신의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모두 다 다니고 싶은 명문대를 만들기 위해 학생들이 함께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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