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사재출연…적극 홍보하라” 이번에도 통할까?
“사의-사재출연…적극 홍보하라” 이번에도 통할까?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4-05-12 11:01
  • 승인 2014.05.12 11:01
  • 호수 1045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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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억 환원 SK] 소버린 사태 홍보매뉴얼 재등장 의문

연봉·퇴직금 포기…용처 결정시 공개
당연지사 vs 헐리우드 액션 ‘썰전’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최태원 SK회장이 작년 보수 301억 원 전액을 사회환원한다고 지난 7일 밝혔다. 당연하다는 게 일반적 반응이다. 검찰 수사 등으로 경영에 나서지 못했고, 이로 말미암아 기업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친 만큼 이에 대한 책임이 필요하다는 게 사회적 시선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다른 노림수가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분식회계로 구속 됐을 당시에도 ‘이사직 사임-사회환원’을 통한 이미지메이킹으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한 만큼 이번에도 검찰 구속에 따른 검은 그림자를 ‘사퇴-급여 환원’ 카드로 조금이나마 희석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해 받은 보수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감안해 급여 전액을 공익적 용도로 사용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또 SK C&C 임원직 사임과 함께 퇴사절차를 밟고, 지난 15년의 재직기간에 쌓인 수십억 원의 퇴직금 역시 포기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같은 행보를 두고 과거의 행적(?)과 유사해 또 다른 속내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최 회장이 현재 구형을 받아 구속수감 돼 있고 사면을 노리기엔 시기상조라지만 그 발판(?)을 차곡차곡 만들어 가고 있다는 의구심이다. 특히 여론악화가 회사와 최 회장 자신의 수감여부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함을 2003년 분식회계로 수감됐을 때 몸소 체험한 바 있어, 그 노하우를 이번에도 살리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실제로도 최 회장은 2003년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이 수년간의 부실을 숨겨온 것이 적발되면서 구속됐다. 이 일로 2005년 3월 열린 이사회에서 낙마할 것이 기정사실화 됐다. 그러나 최 회장은 ‘이미지 메이킹 전략’으로 당당히 복귀했다. 일부에선 ‘헐리우드 액션’으로 회자되고 있다.

당시 일부 언론은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최 회장이 보여준 ‘최대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며 자신을 낮춘다’는 전략이 통했다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신문에 따르면 “옥중에 있던 2003년 8월 31일 SK글로벌 정상화를 위해 자신의 사재 1100억 원을 출연하기로 했다고 밝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준 최 회장은 9월 22일 출감 이후 즉각적인 경영일선 복귀 대신에 선친인 고 최종현 회장의 묘에 참배하며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이후 2004년 2월 ‘SK그룹 신입사원과의 대화’에 최 회장은 공식행사로는 처음 모습을 드러내며 경영일선에 복귀한 후에도 대외활동과 관련해서는 주로 봉사활동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헌신하는 기업인’의 이미지를 쌓아 나갔다.

같은해 7월 SK그룹 임직원 500여 명과 함께 경기도 파주에서 수해복구 봉사활동에 참가한 최 회장은 이어 다음 달인 8월 6일에는 천안에서 ‘사랑의 집짓기(해비타트)2004’행사에 참가해 육체노동을 직접 체험하는가 하면 그해 크리스마스에는 부인 노소영 씨와 세 자녀등 온 가족이 함께 서울 후암동의 중증장애아 보육시설인 ‘가브리엘의 집’을 찾아 하루를 함께 보내기도 했다.

회사 내에서도 직원들과 함께 어울려 ‘올챙이’춤을 추는 등 격의 없이 어울리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다. 자신은 스스로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SKT 이사직에서 물러나는 용단을 내렸다.

부정여론 극복 시나리오 재등장 할까

의도된 것이든 아니든 최 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소박하고 가정적이며 열심히 일하는 경영인’이라는 인식을 만들어내며 최 회장의 경영행보에 큰 도움을 주는 한편 SK의 개혁 노력에 주주들이 신뢰할 수 있는 발판이 됐고, 그 결과 SK에 또 다시 입성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과거 전략을 재사용한다는 지적이 꼬리를 물고 있다.

공교롭게도 계열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최근 또다시 구속된 최 회장의 첫 행보가 SK그룹 내 계열사에서 맡고 있던 모든 등기이사직 사퇴였다.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SK㈜와 SK이노베이션 외에도 2016년에 끝나는 SK C&C, 2015년에 마무리 되는 SK하이닉스의 등기이사직에서도 모두 사퇴했다. 그리고 이번엔 보수와 퇴직금 전액을 사회환원한다고 밝혔다.

또 재판 기간 부인 노소영씨와의 이혼설이 보도되기도 했지만 노 씨가 재판 전 과정에 참여하면서 부부애를 보여줬다. 무언가 모르게 과거 행보와 닮은 꼴이다. 이 때문에 과거 최태원 구속-경영복귀 시나리오가 또 다시 등장하기 위한 초석을 마련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짙어지고 있다.

최 회장이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회장직 유지를 두고 한때 그룹 내부에서 혼선을 빚기도 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이의 유지가 결정되면서 재계에서는 향후 경영복귀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지 메이킹을 통해 최 회장에게 드리운 검은 그림자를 조금이나마 사그라들게 하려는 움직이다”고 꼬집었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의 부재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최근 내부논의를 거쳐 경영의 중심축으로서 상징적 지위인 그룹 회장직은 유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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