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했다간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
구매사이트 유형별 장단점 숙지 필수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 선물을 해외 직접구매(이하 해외직구)로 준비하다 뒷목을 잡는 소비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시장의 급성장만큼 소비자들의 불만과 피해도 급증했기 때문이다. 비싼 수입제품 뿐만 아니라 국내 브랜드의 제품도 더욱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이른바 해외직구 돌풍이 불고 있지만 이에 따른 역풍도 만만치 않은 모양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등에서 불공정 행위 등에 대한 제재 조치가 없어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직구는 크게 세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첫째는 소비자가 직접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직접배송’이다. 둘째는 국내로 직접 배송받기 어려운 제품을 해외 배송 대행지를 거친 후 국내 주소로 배송 받는 형태인 ‘배송대행’, 마지막으로 구매대행 사이트를 이용하는 ‘구매대행’ 형태다.
해외직구 수요는 지난해 11월 미국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블랙프라이데이’를 기점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13년 해외직구 건수는 무려 1115만9000건으로 약 1조1029억 원에 달했다. 이는 2012년도 794만4000건, 약 7499억 원에 비해 건수로는 40%, 금액으로는 47% 늘어난 규모다.
해외직구 이용 품목 중 대다수는 의류와 신발·가방·패션잡화 등 일상 신변용품이다. 업계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등 연이은 행사가 있는 가정의 달인 5월, 해외직구를 이용한 일상 신변용품의 구매가 전년대비 50% 이상 늘 것으로 본다. 지난달 부활절 행사에 이어 미국의 어머니날 할인 행사가 예정돼 있어 배송기간이 긴 해외직구 특성 상 일찍부터 구매를 해야 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유인 요소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국내 유통업계는 해외직구족들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 발 빠른 판촉전에 나선 상태다.
이처럼 해외직구의 수요는 날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지만 소비자 불만과 피해는 대책 없이 커져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해외직구 관련 소비자 불만이 2012년 1181건에서 2013년 1551건으로 31.3% 증가했다. 금년 1월에만 211건이 접수됐다.
지난해 7월부터 금년 1월까지 접수된 해외직구 관련 소비자 불만 1066건의 불만이유를 분석한 결과 ▲반품 시 과도한 배송료나 수수료 요구(315건)가 29.5%로 가장 많았으며 ▲해외거래를 이유로 구매취소·환불을 지연·거부한 경우(281건)도 26.4%로 나타났다. 또한 ▲배송지연·오배송·배송 중 분실 등 배송관련 불만(202건)도 19.0%에 이르렀다.

구매대행업체 불공정행위 다수
소비자 A씨는 “아들이 좋아하는 20만 원대의 자전거 제품을 해외직구로 구매하면 배송비를 포함해도 15만 원 미만으로 살 수 있어 당장 주문했는데, 앞바퀴가 찌그러지고 휘어있는 제품이 배송됐다”면서 황당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A씨는 “완전히 찌그러진 제품을 사용할 수도 없고 다시 돌려보내는 배송비로 5만 원, 다시 돌려받는 금액으로 또 5만 원이 들었다”며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상황이었음을 설명했다. 이후 그는 판매사와 수십 차례 이메일을 주고받은 후 일정금액 환불 조치를 받을 수 있었지만 물건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화가 많이 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 B씨는 “즐겨 입는 의류 브랜드의 제품을 주문했는데 엉뚱한 상품이 배송됐다”는 불만을 털어놨다. “주문한 옷의 이름과 유사한 다른 디자인의 옷이 배달와서 황당했다”면서도 “알아보니 여러 사람들이 같은 경험을 했지만 대다수가 환불은 포기했다”고 말했다. 환불에 드는 비용도 부담됐지만 또 어떻게 배송이 올 때까지 기다리나 싶었다는 것이다. 또 “교환이나 환불을 하는 과정에서 제품이 분실되는 경우를 여럿 봤다”고 말했다.
이 뿐만 아니라 구매대행 사이트로 인한 피해(68건)도 6.4%나 됐다. 해외직구 수요가 늘어난 점을 이용해 돈만 받고 제품 인도를 미루다 사이트를 폐쇄하고 사라지는 일명 ‘먹튀’ 피해도 늘어난 것이다.
특히 교환·환불과 관련된 피해는 구매대행업체의 불공정행위로 인한 불만이 대다수로 드러났다. 한국소비자원 거래조사팀 관계자는 “해외 직구 관련 소비자불만 중 환불을 거부하거나 반품 시 과도한 배송료를 요구한다는 내용의 불만의 상당수는 국내 구매대행 업체에 대한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일례로 소비자 C씨는 해외 구매대행 업체를 통해 구입한 부츠의 양쪽 길이가 달라 회사 측에 반품을 요구했지만 반품 불가 통보를 받았다. 상품에 하자가 있음에도 환불을 거절당한 것이다.
또 가방을 구매한 소비자 D씨는 “구입한 40만 원 상당의 가방에 보증서가 없어 정품 여부가 의심돼 반품을 요청했는데 반품 배송비와 관세, 부가세, 국내 배송비 등을 이유로 28만 원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교환·환불 불만을 낳고 있는 구매대행업체들에 대한 제재 조치는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정위는 구매대행을 영위하는 업체에 전자상거래법을 적용해 청약철회 방해, 부당한 반품비용 청구 행위 등에 제재를 가할 수 있지만 지난해 공정위의 제재가 가해진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2007년과 2012년 각각 한 번씩 경고 수준의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태료를 부과한 것이 전부다. 이 같은 솜방망이 처벌은 구매대행업체의 불공정행위 기승을 부추기고 소비자들이 피해를 떠안게 된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25일 해외 구매대행업체로 등록한 사업자만 영업할 수 있도록 하고, 업체가 관세청 또는 세관의 관리·감독을 받도록 규정하는 방안을 담은 ‘관세법 일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또 한국소비자원은 ▲해외직구 시장에 대한 다각적인 모니터링 실시·가이드라인 마련, ▲해외직구가 집중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에 관련된 구매 피해에 대한 효율적인 피해구제 방안을 마련할 예정임을 밝혔다.
이어 “해외직구가 해외직접배송, 해외배송대행, 해외구매대행 등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각 유형별 장단점을 숙지하고 구매해야 소비자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면서 “특히 구매대행은 국내법이 적용된다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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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