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웃는 경제징크스] 사업진출 금지구역
[울고 웃는 경제징크스] 사업진출 금지구역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4-05-02 11:16
  • 승인 2014.05.02 11:16
  • 호수 1044
  • 3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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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몽골 야심찬 해외 사업, 결과는 나락?

무리한 수주 경쟁 벌인 건설사들, 잇따른 어닝 쇼크
몽골 금광 캐러 나섰다 상장 폐지 된 코스닥 기업들

▲ <뉴시스>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재계에도 징크스가 존재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업이 중요한 공사를 결정할 때, 논리와 계산 이외의 요소는 조금도 반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즉, 처음부터 끝까지 세밀하고 철저하게 분석한 뒤 과학적인 근거에만 입각해 일을 진행하지 않겠냐는 설명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도 때론 미신 아닌 미신에 시달린다. 일부 재계 관계자들은 “가끔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불길한 징조들이 더욱 섬뜩하게 다가온다”며 혀를 내두르기도 한다. 거칠 것 없어 보이는 이들에게 도대체 어떤 징크스가 따라 다닐까. [일요서울]이 알아봤다.

대개 기업들은 국내 시장을 통해 기반을 다진 뒤, 혹은 수익 그래프가 정점을 찍고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하향할 때 해외로 눈을 돌리기 마련이다. 세계로 발을 넓혀 또 다른 먹을거리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다. 그런데 진출하는 기업마다 시련에 빠뜨리는 지역이 있다. 그야말로 사업진출 금지구역이다.

첫 번째로 국내 기업들의 기회의 땅, 해외 신화의 중심지로 불리던 중동은 어느새 위험 지역으로 변한 지 오래다. 지난해 4분기 중동발 어닝쇼크가 대림산업을 엄습했다. 매출액은 2조4393억 원이었지만 영업손실 3천196억 원을 기록한 것이다. 매출은 19% 하락하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선 수치다.

적자의 배경은 사우디와 쿠웨이트 플랜트 공사 등 3개 현장에서만 4427억 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 탓이다. 기자재 가격 상승과 현지 협력업체의 부도 등이 문제가 됐다. 준공시점까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실액 1323억 원도 반영됐다.

또 지난해 1분기와 2분기에는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 역시 중동 사업의 수익성 악화로 어닝쇼크를 발표한 바 있다. 어쩌다 중동이 이렇게 됐을까. 시점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 건설사들의 중동 수주는 2004년 30억 달러 수준이었지만 2005년부터 급격히 늘어 2010년엔 역대 최고인 472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당시 유럽의 건설사들이 금융위기를 맞으며 국내 건설사들에게 중동 시장을 준 것이 큰 영향을 준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국내 건설 경기는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때문에 중동 지역 수주는 배고픈 국내 건설사들의 경쟁을 부추겼고, 저가 수주와 악성 수주라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만들었다. 다만 한 가지 희망은 중동 지역 악성 수주 비율이 높은 2010년에서 2011년 수주한 중동 지역 공사의 절반 정도가 올해 안에 마무리 된다는 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 역시 “중동 지역에 많은 악재가 있었지만 현재는 대부분 착오 없이 공사를 이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더 이상 중동 지역으로 인해 어닝쇼크가 나오는 경우는 드물 것”이라고 낙관했다.

또 다른 저주의 땅

두 번째는 몽골이다. 몽골은 지하자원이 많지만 미개발 지역이라는 인식의 영향으로 비즈니스 기회가 많을 것으로 여겨졌다. 이를 노린 코스닥 기업들은 2007년께부터 너도 나도 몽골의 지하자원을 캐내려 뛰어들었다.

그러나 현실은 참담했다. 부족한 사회 인프라와 남아 있는 공산주의의 잔재가 그들을 가로막았다. 상장폐지 된 기업도 있고 그나마 시세 차익이라도 얻으려다가 철퇴를 맞은 기업도 있다.

특히 금광 개발을 노린 글로웍스는 현재 총 36여억 원의 배상책임을 받은 상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부장판사 최승록)는 당시 글로웍스 주식을 매수했다가 피해를 본 강모씨 등 163명이 글로웍스주식회사, 박상훈 글로웍스 대표 등을 상대로 낸 총 49여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앞서 박 대표는 2009년 4~10월 ‘글로웍스의 몽골 금광개발 투자로 3조3700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평가됐다’는 거짓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허위 공시하는 수법 등으로 주가를 끌어올려 555여억 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로 기소됐다. 회사 글로웍스도 자본잠식률 50% 이상으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반기 재무제표에서 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절차를 밟았다.

한성엘컴텍(현 엘컴텍)은 두 번이나 상장폐지의 길을 걷는 중이다. 파트론이 지난해 9월 법정관리 중이던 한성엘컴텍을 총 381억 원에 인수해 구사일생 했지만 엘컴텍마저 또 다시 상장폐지 절차를 밟는다.

한성엘컴텍은 2012년 말 기준 자본잠식률 50% 이상 등으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상태였다. 그러한 와중에 사업다각화를 위해 몽골 금광개발에 나섰던 것이다. 물론 한때는 보유 중인 금광의 가치가 6000억 원을 넘어선다고 발표하기도 했지만 신기루였다.

사업은 실패했고 210억 원에 달하는 몽골 개발 사업 자회사 AGM마이닝 매각도 불발되며 정상화까지 벅찬 상태다. 엘컴텍은 지난 2007년 11월 27억 원을 출자해 금광자회사 AGM마이닝을 설립했다. 당시 한성엘컴텍은 금광 자회사 가치 부각으로 대박주로 꼽히며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광개발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2011년 금광 매각을 추진했다. 금광은 결국 200억 원대에 몽골계 자원회사인 알탄울리소시스(ALTAN-ULL RESOURCES LIMITED)가 가지고 가기로 했다. 그러나 경영난에 따른 자금여력 악화로 알탄이 마감일까지 잔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이다.

이 외에도 몽골 시장 개척에 나섰다 상장폐지 된 기업은 한두 곳이 아니다. 핸디소프트, 네오리소스 등도 몽골의 꿈을 꿨지만 상장폐지 수순을 밟아야 했고 DVD 생산기업인 디브이에스도 상장 폐지 위기에서 오락가락 했다.

한편 중동과 몽골의 꿈을 꿨던 이들을 두고 전문가들은 너무 성급했다는 진단을 내린다. 현지 상황을 충분히 검토하고 사업을 진행해야 된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몽골 등과 같이 신사업이 개발된 지역에 진출하려면 이면계약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고 문화적 특색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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