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에 팔려…“첨단기술 지닌 기업 매각 신중해야”
기술 유출…장기적 산업경쟁력 상실 우려도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증권가에는‘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는 용어가 있다. 외국인 투자자로 등록돼 있지만 실제로는 한국인이거나 한국계 자금을 바탕으로 하는 투자자를 일컫는다. 이들은 단기적으로 치고 빠지는 투자전략으로 한국의 일반투자자처럼 주식매매를 한다. 이들의 수법은 비리의 온상으로 지적돼 2014년 사라져야 할 것으로 지목된다. 반대로 국내 기업명을 혼합해 쓰지만 실제로는 외국계 기업인 경우도 있다. GM대우, 홈플러스, 맥심 등과 같이 지분 전량이 매각된 회사도 있고, 에쓰오일처럼 지분의 절반 이상이 외국계기업에 매각된 사실상의 외국계 기업도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을 국내 기업으로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국내 기업명이지만 지분은 외국계인 기업의 명단을 공개한다. 그 열일곱 번째로 ‘바이넥스(대표 정명호)’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를 생산하는 (주)바이넥스의 전신은 1957년 12월에 세워진 순천당제약사다. 그 후 1985년 3월 (주)순천당제약으로 법인전환됐다. 2000년 4월 지금의 상호인 (주)바이넥스로 사명을 바꿨다. 코스닥시장에 주식을 상장한 것은 2001년 8월이다. 1986년 1월 일본 스노덴(주)과의 기술제휴를 시작으로, 오쿠라케미컬(주), 마쿠니화학(주), 도키와한방(주) 등과 기술을 제휴했다.
매입 사유? 기술력과 생산 거점
1994년 8월 보건복지부로부터 KGMP(우수약품제조 및 품질기준) 공장 승인을 받고, 1997년 4월 중소기업부설 기술연구소를 세웠다. 1998년 7월에는 벤처기업에 지정되고, 이듬해 12월 독일 바스프(BASF)사와 원료독점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2001년 12월 중앙연구소를 신축한 뒤, 2002년 6월 BGMP(우수원료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공장을 준공하고 2003년 6월 BGMP 승인을 받았다. 2003년 11월 생물학적제제 제조시설을 완공했다. 2005년 11월 보조사료 제조업 등록을 하고, 천연물연구소를 세웠다. 2007년 7월 세포보관은행(Anycell Bank)을 완공한 뒤, 이듬해 6월 기술혁신형 중소기업(Inno-Biz)에 선정됐다. 2009년 2월 산업기술대상 대통령표창 단체상을 받았다. 이듬해 인 2010년 6월에는 벤처기업에 재지정됐다. 같은 해 7월 부산공장 CGMP(Current Good Manufacturing Practice) 업그레이드를 완료했다. CGMP란 강화된 의약품제조 및 품질관리기준을 뜻하는데, 미국 FDA(식품의약국)가 인정하는 의약품 품질관리기준으로 ‘선진GMP’라고도 부른다. 주요 제품의 매출액 비중은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 등이 15.78%, 소화정장 생균제가 10.28%, 신경통과 류머티즘 질환 등에 사용되는 소염진통제가 10.19%, 소화기관 치료제가 9.78% 등을 차지한다.
그야말로 남부럽지 않은 강소기업이자 제약사다. 꾸준한 노력으로 국내에 넓은 유통망도 갖췄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일본 최대 복제약업체인 니치이코제약이 340억 원을 들여 바이넥스의 최대주주가 됐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바이넥스의 최대주주인 바이넥스홀딩스가 144만1490주를 일본 최대 제네릭사 니치이코제약(대표 타무라 유우 이치)에 매각해 니치이코제약이 최대주주로 변경된다고 같은 10월 2일 공시했다. 주당 가액은 1만3042원이며, 총 양수도 대금은 230억 원이다.
이어 계열사인 에이블파트너스의 40억 원 규모의 신주인수권증서도 42억7630만원에 함께 매각한다고 밝혔다. 이 거래로 니치이코제약은 에이프로젠의 최대주주가 됐고 지분 44.9%를 보유하게 됐다.
앞서 바이넥스는 지난 1일 니찌이꼬를 대상으로 109억원(180만주) 규모의 제3자배정 유사증자를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니치이코 제약은 바이넥스 지분의 12.61%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종전 바이넥스의 최대주주였던 바이넥스홀딩스의 보유 지분율은 11.26%로 2대 주주가 됐다. 니치이코 제약은 일본의 1위 제네릭 제약사로 최근 5년간 연평균 17%의 매출액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
바이넥스의 자회사인 에이프로젠의 뛰어난 바이오의약품 기술력에 매력을 느낀 것으로 전해진다. 에이프로젠은 연 5000L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 복제의약품을 한국과 일본에서 임상시험 중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향후 바이오의약품시장 진출을 겨냥해 기술력과 생산 거점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번 거래를 두고 다소 불편함 심기를 보인다. 외국자본으로 더 나은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도 있지만 최근 국내 제약사들이 해외 기업에 잇따라 매각되면서 나오는 우려의 시선이다.‘쌍용차 사태’로 대변되는 기술유출처럼 제약업계의 외국자본 영입이 꺼림칙하다는 것이다.
거대자본에 밀려 힘 잃는 강소기업
바이넥스도 그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강소 기업이었기에 이같은 목소리는 더 크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제약사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들이는 시간과 돈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많다. 하지만 이 연구된 자료를 지키는 것은 더욱 힘들다"며 “중소기업의 최소 투자 회수기간은 10년 정도인데 경영자 입장에선 계속 이끄는 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외국기업이) 향후 바이오의약품시장 진출을 겨냥해 기술력과 생산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강소기업에 진출하는 움직임이 분주하다”며 “빼앗긴 시장을 되찾기가 쉽지 않은 만큼 매각에 있어 신중함이 더욱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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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