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와 기업가정신 ⑮]시스템 작동에 최선 다해야
[창조경제와 기업가정신 ⑮]시스템 작동에 최선 다해야
  • 김의식 교수
  • 입력 2014-05-02 10:27
  • 승인 2014.05.02 10:27
  • 호수 1044
  • 4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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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시스>

최근 글로벌 사회경제적 환경의 질적인 변화에 따라 창조경제의 실현에 있어서도 시스템이 작동되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 요구된다. 진인사대천명은 노력을 다한 후에 천명을 기다린다는 것이다. 이는 삼국지(三國志)의 수인사대천명(修人事待天命)에서 유래한 말로 자기가 할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명을 기다리라는 말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속담과 비슷한 말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대해서 “나는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사람으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어떤 일이든지 노력해 최선을 다한 뒤에 하늘의 뜻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일을 성실히 하지 않고 요행을 바라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라고 강조하는 말이다. 최선(最善)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로, 가장 좋고 훌륭함, 또는 그런 일, 온 정성과 힘이다. 어떤 이는 최선이라는 것이 나의 노력이 나를 감동시켰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말이라고 했다. “적극적인 사고는 미래를 위한 최선의 방책이다.”(What is the best in the effort that impresses me?)

세상에서 가장 속이기 힘들고, 이겨내기 힘든 것은 바로 자신이다. 하늘과 땅과 자신에게 있어서 부끄러움이 한 점도 없다면 최선을 다한 것임에 틀림없다. 매사진선(每事盡善)이라는 말은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다. 적극적인 사고는 미래를 위한 최선의 방책이며, 최선이란 정신과 육체와 혼(얼)을 다하는 것이다.

칠전팔기라는 말은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째 일어난다는 뜻으로, 실패를 거듭하여도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라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뉴턴, 아인슈타인, 톨스토이, 헤밍웨이, 피카소, 처칠, 루즈벨트 등 성공한 인생들은 적극적인 사고를 갖고 끊임없는 도전으로 자신의 뜻을 이루었다.

이들은 절차탁마(切磋琢磨)의 모습을 보여 준다. 절차탁마란 옥돌을 자르고 줄로 갈고 끌로 쪼아 빛을 낸다는 뜻이다. 맹목적인 최선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창출한다’는 원칙을 지킨 의지다. 도전의 여정에는 반드시 장애물이 존재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강한 믿음과 긍정적 태도와 열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그 어느 누구도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은 발길 닿는 곳마다 칠전팔기의 정신으로 불위최고(不爲最高) 당위최선(當爲最善)으로 최고보다 최선을 다해 왔다.

그러나 각자가 최선을 다하는 것도 시스템이 작동하는 데에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어떤 조직이나 사회나 국가에도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으면 총체적 부실을 가져오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에 불어 닥친 IMF금융 한파로 대마불사라고 자처하던 금융기관이 통폐합됐는가 하면 2007년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도 시스템관리 상의 문제로 야기된 것이다.

또한 한때 일류은행이라고 자처하던 프랑스의 소시에테제네랄(SG)은행의 대형사고는 금융시스템 관리의 문제점을 여실이 보여준 사건이다. 경제학을 전공한 한 트레이더가 사기거래로 72억 달러에 달하는 금융사고를 일으켜 SG은행의 향방에 국제금융기관들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국제금융 전문가들은 SG사건은 종전에 일어났던 커다란 국제금융사고인 베어링사고처럼 선물 거래의 규모와 변동 폭에 대한 규제 없이 거래되고 있는 현행 국제금융시스템의 허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때 아무리 잘나가던 기업이나 국가도 시스템이 부실하면 무너지기 마련이다. 시스템 관리의 중요성은 미국 모건 스탠리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세계 초강대국을 자랑하던 미국에서, 그것도 뉴욕 한복판에서 그 거대한 세계무역센터가 폭파될 줄 과연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그러나 그렇게 엄청난 변화에도 세계적인 금융기업 모건 스탠리는 탄탄한 데이터 백업 시스템 덕분에 평소처럼 영업을 지속하는 데 거의 지장이 없었다.

중국은 미국 월가의 금융위기로 시작된 세계경제의 변화 속에서 일본을 뛰어넘어 미국과 자웅을 겨루는 세계 2위의 경제대국 G2가 되어 중국의 영향력을 과시하게 되었다. 시스템이 작동치 못하면 아무리 구호를 외쳐도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중국은 소리 없이 내실을 기한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자세를 견지해 왔다. 도광양회(韜光養晦)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 나오는 고사로 유비를 도와 천하를 도모했던 제갈 공명의 전략이다.

이것은 제갈 공명이 지금의 사천성 지역인 촉(蜀) 땅으로 들어가 때를 기다리며 위(魏)나라와 오(吳)나라를 능가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질 때까지 빛을 드러내지 않고 오로지 힘을 길러야 한다며 유비를 설득한 원칙이다. 즉, 자신의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는 뜻이다. 덩샤오핑(鄧小平)은 1980년대에 중국의 사회주의적 개혁 개방 노선을 천명해 대외적으로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고 내부적으로 조용히 국력을 기르는 국가 정책을 폈다.

얼마 전 숭례문, 광화문 복원공사 관련 비리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점으로는 문화재 공사 시 아무런 절차규정을 구비하지 않았고, 문화재 수리기술자격 제도 운영상 문제점 및 관리감독 미비 등 총체적 부실의 단면을 드러냈다. 문화재청 공무원이 퇴직 후 관련 시공업체의 현장소장으로 근무하며 실질적인 업무의 한계를 지적했다. 문화재 공사 감리감독 강화 뿐 아니라 시공업체 및 장인 선정 절차, 문화재 수리자격증 운영, 퇴직공무원 취업 관련 제도개선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도 총체적 시스템의 붕괴로 자아낸 인재(人災)다. 여객선의 운항관리가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여객선 월례점검표에는 선체, 구명, 소방설비와 비상훈련 이행 여부 등 세부 항목까지 선박의 안전점검 체계에도 구멍이 뚫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제 세상만사를 시스템적 사고에 의한 총체적 진면목을 보아야 한다. 어떤 경제현상도 시스템적 사고로 접근하지 못한다면 문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고 이에 대한 대응책 역시도 미흡하기 마련이다.

■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의식 교수>

김의식 교수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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