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생들에게 성관계 장면 인증샷 요구
연애 기술 대신 성범죄 기술 알려주기도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이제 연애도 배우는 시대다. 연애를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할 줄 모르는 이 시대의 순진남들은 오늘도 연애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 이 곳 저 곳을 기웃거린다. 이제 연애도 배워야 하는 하나의 기술이 돼 버린 요즘 픽업아티스트라고 불리는 연애기술사들에게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기 위해 투자하는 시간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하지만 연애에서 감정이 아닌 기술을 앞세우다 보니 많은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연애를 잘 하는 사람들은 연애 하는 법을 잘 안다. 이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픽업 아츠(Pick Up Arts)의 노하우를 잘 알고 있는 것이다. 픽업 아츠는 닉 사보이, 타일러 더든, 리차드 라 루이나 등 유명 픽업아티스트들을 통해 전 세계에 퍼지고 있는 용어다. 이 용어가 인기를 끌 수 있는 이유는 남성과 여성 사이에도 연애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연애의 기술이 있다면 상대 마음 얻을 수 있다?
픽업아티스트들은 “연애의 기술이 있다면 특별히 좋은 조건을 갖추지 않고도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이들은 “픽업아츠가 단순 연애의 기술을 말하기보다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게 해주는 도구로 보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픽업아티스트들은 자신들의 많은 연애경험을 활용해 바쁜 현대인들이 다양한 이유로 연애를 못하는 것에 착안해 연애를 체계적인 단계별로 커리큘럼화 시켜서 실제 소개팅이라든지 미팅 이라든지 연애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노하우를 가르쳐 주는 새로운 직종이다.
교육 내용으로는 평소 이성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말만 듣는 사람, 이성을 만나는 횟수가 늘어나면 할 말이 없어지는 사람, 연애경험이 없어서 상황별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 밀고 당기기를 잘 못하는 사람 등의 정규과정과 특별과정 등으로 나뉜다. 수업료는 한 달에 100만원 정도가 보통이다. 주 1~2회 수업이 기본이며 요즘에는 단체 수업보다 1대1 과외가 인기 높다고 한다.
픽업아티스트에 대한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5월 인하대학교 총학생회에서는 ‘인하배움특강1’에 강사로 픽업아티스트를 섭외해 강연을 진행했었다.
하지만 최근엔 연애의 기술을 알려 준다는 픽업아티스트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카페, 홈페이지 등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부터다. 능력있는 픽업아티스트들의 강의가 많아지면 좋지만 특별한 커리큘럼 대신 자신의 경험담을 자랑하듯 이야기하는 기준미달의 강의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단순히 연애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 픽업아티스트를 찾는 것이 아니라 여자와 하룻밤을 즐기기 위한 기술을 배우기 위해 이들을 찾는 경우가 많다. 또 기준미달의 픽업아티스트들은 단순히 돈벌이를 목적으로 회원을 모으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연애의 기술을 알려주기 보다는 성범죄 기술을 알려주기도 한다.
범죄자 된 연애기술사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연애기술을 가르치는 인터넷 카페의 수강생을 모집하기 위해 여성들의 나체 사진 등을 무단으로 촬영·게재한 혐의(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로 연애기술사 박모(23)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박씨는 지난 2012년 11월부터 2013년 7월까지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나 속옷, 나체 사진 등을 상대방 동의없이 휴대전화로 11차례에 걸쳐 촬영하고 자신이 개설한 인터넷 연애학원카페에 게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 속 여성들은 주로 모텔, DVD방, 오피스텔 등지에서 옷을 벗고 침대에 누운 모습 등이 촬영됐다.
검찰에 따르면 ‘아로마’라는 이름의 픽업아티스트로 활동한 박씨는 한 포털사이트에 개설한 연애학원 카페 ‘푸사, 로맨스 팩토리’에 여성들의 나체 사진 등을 올린 뒤 ‘연애기술을 가르쳐 주겠다’며 수강생을 모집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박씨의 인터넷 블로그에는 클럽이나 길거리에서 여성에게 접근해 말을 걸고 친근감을 유도하는 장면을 재연해놓고 수강을 유도하는 게시물이 여러 건 올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는 카페 회원 수를 늘려 연애강의를 수강할 학원생을 모집하기 위해 주로 클럽이나 카페를 통해 여성들과 만나 성관계를 맺으면서 사진을 몰래 촬영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특히 자신의 수강생들에게도 여성과의 성관계 장면을 일종의 인증샷으로 찍어 전송하게 한 뒤 이를 카페에 올려 수강생 유치 수단으로 활용했다.
이와 관련, 박씨의 휴대전화에는 수십명의 여성 나체사진 뿐만 아니라 수강생들이 길거리에서 촬영한 여성의 특정 신체부위와 나체 사진 등도 수십 장 저장된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는 카페 사진을 보고 찾아온 회원들에게 한 사람당 5만원~200만원의 수강료를 받고 연애기술을 전수했다.
박씨의 이같은 행각은 수강생으로 위장한 경찰관에게 여성들의 나체 사진을 보여주며 자신의 연애 실력을 과시하다 들통이 났다. 박씨는 미국의 한 주립대를 다니다 귀국 후 픽업아티스트로 활동했지만 단순히 경제적 목적으로 이같은 일을 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검찰은 전했다.
픽업아티스트는 국내 도입 초기 젊은 세대가 많은 서울 홍대 앞, 신촌, 강남역 근처의 카페나 클럽을 중심으로 활동했지만 최근에는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일부 활동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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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