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신간] 토니 블레어의 여정
[화제의 신간] 토니 블레어의 여정
  • 인터넷팀 기자
  • 입력 2014-05-02 09:49
  • 승인 2014.05.02 09:49
  • 호수 1044
  • 5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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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솔직한 정치 회고록
▲ 토니 블레어의 여정

1997년 43세의 나이로 영구 총리에 최연소로 취임한 후 2007년 퇴임까지 10년을 재임했던 기간 동안 토니 블레어가 걸어온 정치 여정과 그 과정에서 변화한 모습을 솔직하게 기록한 정치 회고록이다. 그간 자신이 내려왔던 수많은 정치적 의사 결정의 과정과 결과를 성찰하며 ‘테러와의 전쟁’을 적극 지지한 일 등 많은 논란이 되어왔던 사안도 다루고 있어 ‘역사상 가장 솔직한 정치 회고록’(옵서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에드 밀리반드 영국 노동당 대표, 헬레 토르닝 슈미트 덴마크 총리…. ‘제3의 길’로 대표되는 토니 블레어 정치철학의 계승자들이다. 이 계승 대열에 2014년 2월 이탈리아 총리에 오른 마테오 렌치와 이어 3월 프랑스 총리에 임명된 마누엘 발스가 합류했다. 이에 전 세계 언론들은 “블레어는 죽지 않았다”는 골자의 기사를 게재했다.

토니 블레어는 1997년 43세로 영국 총리에 취임해 2007년 퇴임까지 10년간 재임했던 정치 지도자다. 1997년 총선에서 야당 노동당이 18년 만에 집권 보수당에 압승함으로써 21세기 영국의 최연소 총리가 됐고, 사회정의와 시장경제를 결합시킨 제3의 길을 표방해 영국의 국력을 강화시켰다. 우리에게는 김대중 정부의 ‘생산적 복지’, 노무현 정부의 ‘경제와 복지의 동반 성장’,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에 영향을 준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제 토니 블레어가 영국 총리에서 물러난 때로부터 7년이 흘렀다. 총리 퇴임 시 친기업적 정책 시행의 부작용으로 인한 빈부 격차 심화, 이라크전쟁 참전 결정 등으로 민심을 잃은 그는 한때 80퍼센트에 육박했던 압도적 지지율이 상당히 하락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4년 현재 전 세계 정치인들 사이에서 여전히 블레어리즘(Blairism)이 유효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블레어가 총리 재임기 및 그 전후의 이야기를 직접 기술한 회고록으로, 그간 자신이 내려왔던 수많은 정치적 의사 결정의 과정과 결과를 성찰한다. 블레어의 정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가 어떻게 진보와 보수 양쪽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고 가장 유력한 정치인이 되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테러와의 전쟁’을 적극 지지한 일 등 국제적으로 많은 논란이 일었던 사안들도 정면으로 다뤄 “역사상 가장 솔직한 정치 회고록(옵서버)”이라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이 책을 단순한 회고록으로만 규정지을 수는 없다. 현대 민주주의에서 한 국가의 리더가 겪는 인간적인 고뇌를 고찰한 한 편의 논문이자, 영국에서 만년 야당이었던 노동당을 총선 3연승으로 이끌고 창조경제 모델을 세계 최초로 제시한 정치 지도자가 쓴 정치전략 연구서다. 북아일랜드 평화협정, 코소보 사태, 이라크전쟁 등에 직접 관여했던 정치인의 입을 통해 생생한 사건의 전말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사서이기도 하다.

토니 블레어만큼 영국의 행보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친 총리는 없었으며, 그의 업적과 유산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논의될 것이다. 그동안 토니 블레어의 면모와 성과를 조명한 저술들이 많았지만, 이 책은 토니 블레어가 자신의 목소리로 삶과 정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 책에서 토니 블레어는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죽음부터 테러와의 전쟁까지 최근의 역사적 사건에서 자신이 담당한 역할을 처음으로 밝힌다. 더불어 노동당 인사들과의 관계 그리고 넬슨 만델라, 빌 클린턴, 블라디미르 푸틴, 조지 W. 부시 등 세계 지도자들에 대한 평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다. 그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커뮤니케이션에 대단히 뛰어나며 자신과 정치적으로 잘 통하는 사람이었다고 회상한다. 부시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우연히 대통령이 된 바보’라는 세간의 악질적 평과와는 다르게 대단히 영리한 리더라고 표현하면서, 부시는 뛰어난 직관의 소유자이자 가장 용감한 정치인 중 한 명이라고 평한다. 자신의 뒤를 이어 영국 총리가 된 고든 브라운에 대해서는 신노동당 노선을 따르지 않아 보수당에 패배했으며, 정치적 감각이 부족하고 감성적 지능은 제로라고 강도 높게 비난한다.

이 책은 우리나라 정부가 제3의 길을 구성하는 정책 요소들을 더 신중하게 검토하여 올바른 취사선택을 하는 데 훌륭한 참고서가 되어줄 것이다. 왜 아직도 많은 정치인들이 블레어리즘을 지지하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보라. 블레어노믹스 10년의 의미를 재발견하면서 제3의 길의 한국적 의미와 실제 적용 가능성, 그리고 그 한계를 통찰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토니 블레어 지음 | 유지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인터넷팀 기자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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